[최초시승] 신분 상승 노린 CC, 폭스바겐 아테온

조회수 2019. 1. 15. 19: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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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온은 넓다. 뒷좌석이 여유롭고 트렁크는 큼직하다. 쏘나타만 한 덩치에 쿠페 실루엣을 그리면서 공간은 왜건을 넘본다. CC 후속 주제에 대형 세단 페이톤 빈자리까지 탐하는 이유. 차종 간 경계를 허물며 욕심을 잔뜩 부렸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임근재 실장(www.studio-z.co.kr)

쿠페, 세단, 그리고 왜건

앞바퀴 굴림 4도어 중형 세단이 이래도 되는 걸까? 지붕에서 트렁크까지 하나의 곡선으로 떨어지는 실루엣 아래 양껏 부풀린 펜더까지, 세단이라기보단 4도어 쿠페에 가깝다. 더욱이 높이를 낮춘 헤드램프와 그릴이 눈길을 아래로 끌어내려 차를 더 낮아 보이게 만든다. 헤드램프가 얼마나 낮은지 정통 스포츠카처럼 보닛 절개선이 펜더 위를 가른다.



누가 폭스바겐 아니랄까 봐 경계가 뚜렷한 스타일은 여전하다. 캐릭터라인 등 차체 위 날을 세운 각은 갓 휴가 나온 군인 군복 못지않다. 그림자가 슬쩍 맺히도록 음각으로 마무리 지은 펜더 역시 마찬가지다.

주간주행등이 그릴과 하나로 연결된다
18인치 휠과 콘티넨탈 타이어

숫자로 보는 그대로다. 길이 4,860㎜, 너비 1,870㎜, 높이 1,450㎜ 덩치는 우리에게 익숙한 쏘나타와 비교해, 길이와 너비가 5㎜씩 크고 높이는 15㎜ 낮다. 거의 비슷한 가운데 더 낮고 넓적한 셈. 실제로도 쏘나타와 거의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다만 휠베이스가 쏘나타보다 35㎜ 긴 2,840㎜에 달해, 네 귀퉁이 끝에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떠받든다.

멋진 외모에 걸맞게 문짝은 프레임리스 방식이다
파사트와 대시보드를 공유한다

창틀이 없는 프레임리스 문짝까진 좋았다. 그런데 그 속은 영락없는 파사트다. 파사트 대시보드를 그대로 떼어왔다. CC 후속이었다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아테온이라는 이름을 달고 폭스바겐 기함이라고 외치는 지금 상황에서는 다소 아쉽다. 그나마 위안 삼자면 굉장히 말끔한 스타일이 이차에서나 저차에서나 무난히 어울린다.

운전 자세 메모리 기능과 함꼐 안마 기능이 들어갔다

외모를 보고 쿠페처럼 깊이 파묻히는 역동적인 운전 자세를 기대했지만, 대시보드로 엿볼 수 있듯 그저 중형 세단답게 자세는 평범하다. 운전대 텔레스코픽 조정 거리가 길어 몸에 꼭 맞춰 조정할 수 있고, 탱탱한 쿠션 시트가 몸을 꼭 붙드는 건 강점. 본격 쿠페 실내라고 보긴 힘들어도 스포티 세단 실내라고는 얘기할 수 있겠다. 금속 느낌을 낸 ‘파인 라인(Fine line)’ 실내 장식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다리 공간이 넉넉한 뒷좌석

길쭉한 휠베이스 혜택은 뒷자리에 고스란히 담았다. 키 177㎝ 기자가 앉았을 때 조금 헐렁할 정도로 다리가 여유롭다. 다리 공간(레그룸)만 1,016㎜다. 아테온이 겨냥한 E 세그먼트 대표 격인 벤츠 E-클래스(919㎜), BMW 5시리즈(927㎜)와 비교해 가장 긴 수치다. 그러나 여유로운 기분은 없다. 머리는 닿을 둥 말 둥 하고(시트에서 천장까지 최대 거리 940㎜), 좌우 너비도 넉넉지 않기 때문. 앞바퀴 굴림이면서 뒷자리 바닥 가운데가 후륜구동 못지않게 높게 솟은 점도 흠이다.

유리창까지 함께 열리는 뒤 해치
기본 트렁크 용량 563L다

왜건을 넘보는 트렁크는 가장 큰 강점 중 하나. 공간 활용성 나쁜 쿠페 지붕선을 택했으나 트렁크 끝을 들어 올리고 해치 중심을 봉긋 부풀려 멋과 공간을 모두 챙겼다. 유리창이 모두 열리는 큼직한 해치를 열면 기본 563L 공간이 드러난다. 2열 시트까지 접은 최대 트렁크 용량은 1,557L다. 앞 좌석 뒤편과 트렁크 끝까지 거리가 2,092㎜로 웬만한 성인 남성도 문제없이 누울 수 있다.

펜더 위까지 보닛이 큼직하게 열린다

출력을 웃도는 섀시

센터터널 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디젤 엔진이 굵직한 숨을 내쉬며 깨어난다. 아테온 심장은 직렬 4기통 2.0L 터보 디젤 엔진. 꼼꼼히 틀어막은 방음 솜씨 덕분에 거친 엔진 소음이 실내에선 한결 멀리 느껴진다. 진동은 요즘 디젤 승용차보다 살짝 나은 수준이다. 나지막한 진동이 운전대와 시트를 타고 흐른다.

출발은 자연스럽다. 7단 DSG 변속기가 능숙하게 클러치를 붙인다. 터보 디젤 엔진답게 1,900rpm에서부터 40.8㎏·m 최대토크를 끌어내 1,684㎏ 가볍지 않은 덩치도 가뿐하다. 시내 주행에서는 굳이 페달을 깊이 밟을 필요 없을 정도. 굵직한 토크는 3,300rpm까지 계속돼 오르막도 문제없다.

시속 100㎞까지 가속시간 7.7초 제원에서 엿볼 수 있듯 190마력 최고출력은 무난하다. 페달을 끝까지 밟아보면 금세 시속 100㎞를 넘어 속도계 바늘은 3시 방향을 지나 최고속도까지도 무난히 오르내린다.

그러나 속도감은 무디다. 조금만 방심하면 나도 모르게 속도계가 한참이나 치솟아 있다. 다시 말해 고속 안정감이 뛰어나다. 팽팽한 댐퍼가 맞물린 서스펜션이 갑작스러운 너울을 만나도 재빨리 자세를 추스른다. 더욱이 파사트(GT)보다 약 50㎜ 긴 휠베이스로 노면에 한층 여유롭게 대응한다. 이때 주행모드 ‘노멀’이었다.

개별설정 모드 화면. 서스펜션과 조향장치 등을 마음껏 조율할 수 있다

주행모드 ‘스포츠’로 바꾸면 안정감은 배가된다. 마치 스포츠카처럼 흔들거릴 정도로 댐퍼를 단단히 조인다. 승차감은 나쁘지만 운전자 자신감은 오른다. 반면 ‘컴포트’로 주행모드를 바꾸면 고속에선 조금 불안할 만큼 댐퍼를 풀어버린다. 역시 이름 그대로 ‘노멀’일 때 가장 균형 잡인 움직임을 보였다. 참고로 주행 모드에 따라 서스펜션을 조율하는 어댑티브 섀시컨트롤(DCC)은 파사트엔 없는 기능이다.

그렇게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 마침내 경기도 끝자락 고갯길에 다다랐다. 비록 평범한 파워트레인을 얹었으나 튼튼한 골격과 온갖 전자 장치를 맞물린 주행 실력이 궁금해서다. 주행모드는 당연히 스포츠. 페달을 힘껏 밟아 빠른 속도로 오르막 코너를 파고들자, 예상외로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두께 245㎜ 콘티넨탈 ‘콘티 에코 콘택트 5’ 친환경 타이어를 신었음에도 무게중심이 아래로 깔린 까닭이다. 두툼한 스태빌라이저가 좌우 쏠림도 충분히 억제한다. 물론 더 욕심을 부리면 친환경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언더스티어(관성 때문에 코너 바깥으로 앞부분이 밀려나는 현상)가 발생한다.

내리막 코너에서는 더 놀랍다. 쏠림을 억제하며 코너에 진입하는 실력은 충분히 예상했던 모습. 그런데 코너 중심에서 마치 후륜구동처럼 움직인다. 앞이 안쪽으로 쓱 파고들며 뒤가 슬쩍 흐르는 느낌까지 전한다. 비결은 전자식 디퍼렌셜 록 XDS(Cross Differential System-Advanced Electronic Differential Lock)다. 고속 선회 시 코너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고 바깥 바퀴에 동력을 보내 앞머리를 코너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언더스티어가 잦은 앞바퀴 굴림 근본적 단점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어지는 급제동에도 브레이크는 지친 기색 없이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였다. 단지 친환경 타이어가 탄 냄새를 풍길 뿐. 끝에서 끝까지 2.1 회전으로 기어비를 바짝 조인 운전대와 수동 조작에 즉각 반응하는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까지, 평범한 디젤 엔진만 빼면 모두 고성능을 바라본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폭스바겐 해법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른한 기분으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켰다. 이때 차선 가운데로 달리는 레인 어시스트를 켜면 잠깐은 반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조금의 굴곡진 코너도 알아서 돌아갈 만큼 기술이 성숙했다. 막히는 상황에서 시속 60㎞까지 알아서 달리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는 폭스바겐 자랑거리. 그러나 바로 옆에서 머리를 밀어 넣는 무개념 차선 변경 차는 일부러 받아버리려는 듯 돌진하니 맹신은 금물이다. 이 외에 사고 후 알아서 속도를 줄여 2차 충돌을 예방하는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등이 들어갔다.

총 280㎞, 6시간 53분을 달려 기록한 트립 컴퓨터 연비는 8.4L/100㎞다. L당 11.9㎞를 달린 셈. 15㎞/L 공인 연비에 한참 부족하지만, 고갯길을 누비는 등 가혹했던 시승 환경을 생각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참고로 같은 환경을 달렸던 다른 가솔린 시승차는 L당 5㎞ 효율을 보이기도 했다.

아테온은 지극히 폭스바겐다운 해법으로 고급 세단 시장을 노린다. 쿠페를 닮은 역동적인 스타일, 탄탄한 기본기는 물론, 크지 않은 차체에 가로 배치 엔진 구조로 널찍한 공간을 심었다. 활동적이며 실용적이다. 육중한 페이톤이 넘어진 자리에 태어난 늘씬한 아테온은 과연 고급 세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값은 5,216만~5,711만 원이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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