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로 팔았던 외국차, 원조는 어떻게 지낼까?

조회수 2019. 1. 1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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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자동차가 판매했던 토요타 크라운(위)과 대우 아카디아(아래)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태동기, 수많은 외국 브랜드 자동차를 가져와 조립해 팔았다. 차 개발 경험이 없던 우리로서는 더 빨리 기술을 배우고, 고품질 차를 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때 그 시절 국산차처럼 도로를 누볐던 외국 출신 차들은 지금 어떻게 바뀌었을까?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가운데,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최신 ‘원조’를 소개한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각 제조사

3세대 스즈키 알토를 바탕으로 만든 대우 티코

대우 티코 – 스즈키 알토

‘껌 밟으면 안 나간다’라는 얘기 등 온갖 유머 시리즈를 만들었던 대우 티코. 우리나라 최초의 경차였던 티코는 지난 2000년 생을 마감했으나, 그 원판 스즈키 알토는 일본에서 여전히 잘살고 있다. 티코의 바탕이었던 알토 3세대를 훌쩍 지나 어느덧 8세대에 이르렀다.

8세대 스즈키 알토

알토는 여전히 작다. 길이 3,395㎜, 너비 1,475㎜, 높이 1,500㎜로 훅 자라버린 국산 경차보다 훨씬 작다. 배기량 역시 일반 경차 규격에 맞춰 0.66L(수출형이었던 티코는 0.8L)에 불과하다.

스즈키 알토 실내. 깔끔한 시트가 눈에 띈다

스타일은 8세대나 된 깊은 역사를 상징하듯 복고풍. 그러나 그 속은 제법 첨단이다. 긴급제동보조장치는 물론 후진할 때 충돌 전 알아서 브레이크를 잡고, 신호대기 중 앞차가 출발하면 알려주는 똑똑한 기능까지 들어갔다. 앞바퀴 굴림만 있는 국산 경차와 달리 사륜구동을 선택할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2세대 스즈키 에브리를 바탕으로 만든 GM 다마스

GM 다마스 – 스즈키 에브리

다마스는 살아있는 화석이다. 1991년 처음 등장해 28년 동안 버티는 점도 놀라운데, 그 원판은 무려 1985년에 나온 2세대 스즈키 에브리다. 저렴한 값을 이유로 34년 전 출시한 차를 여태 팔고 있는 셈. 그러나 일본은 개발 여력이 충분했던 모양이다. 개선에 개선을 거듭해 지금 6세대 에브리를 판매 중이다.

6세대 스즈키 에브리

제자리걸음을 거듭한 다마스와 가장 큰 차이는 안전이다. 비록 엔진은 여전히 엉덩이 아래 있지만 앞바퀴를 엉덩이 밑에서 앞쪽으로 끌어내 충격 흡수 공간을 마련했다. 64% 오프셋 충돌에 대비해 만들었다고. 어디 그뿐일까. 운전석과 동승석 에어백은 물론, 차체 자세제어장치 ESP까지 들어간다. 충돌 전 알아서 브레이크를 밟는 긴급제동보조장치는 방점을 찍는다.

스즈키 에브리는 다마스보다 적재 공간이 넓다

그런데 최신 설계의 마법일까? 작은 에브리가 적재 공간이 더 넓다. 길이 3,395㎜로 다마스보다 90㎜ 짧은데 적재함 길이는 1,820㎜로 오히려 70㎜ 더 길다. 너비는 에브리가 1,475㎜로 75㎜ 넓어 자연스럽게 적재함도 20㎜ 더 넓은 1,280㎜다. 파워트레인은 0.66L 터보 엔진과 자연흡기 엔진이 들어가며 사륜구동 장치를 넣을 수 있다.

한편, 라보의 바탕이었던 스즈키 캐리는 11세대로 거듭나 판매 중이며, 기아 타우너 원판 다이하쓰 하이젯은 10세대가 팔리고 있다.

1세대 미쓰비시 파제로를 바탕으로 만든 현대 갤로퍼

현대 갤로퍼 – 미쓰비시 파제로

90년대 우리나라 RV 시장을 주름잡던 현대 갤로퍼 원판은 익히 알려진 대로 미쓰비시 파제로다. 우리네 갤로퍼는 2003년 사라졌으나, 파제로는 여전히 판매 중이다. 1991년 1세대 파제로를 현대차에 내어준 뒤, 바로 2세대로 거듭나 오늘날 4세대로 이어진다.

4세대 파제로

그러나 파제로도 먹고살기 힘든 모양이다. 지난 2006년 4세대로 바뀐 후 지금까지 13년째 변화가 없다. 2008년부터 판매 중인 모하비보다 더한 사골인 셈. 미쓰비시가 결함을 은폐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온갖 악재가 겹쳐 힘을 잃어버린 까닭이다. 그나마 정통 SUV 스타일 덕분에 모하비처럼 세월의 흐름에 덜 민감하다.


4세대 파제로 실내는 세월의 흔적이 깊게 남았다

그러나 그 속은 세월의 흔적이 깊게 남았다. 긴급제동보조장치 같은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ADAS)는 사실상 없고 온갖 편의사양도 2006년에 머물렀다. 파워트레인은 3.2L 큼직한 디젤 엔진을 얹었음에도 출력이 190마력에 불과하다. 물론 103마력(인터쿨러 터보)에 불과했던 갤로퍼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지만.

한편, 4세대 파제로는 지난 2009년 우리나라에도 잠깐 판매한 적 있다. 그러나 판매가 매우 부진해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2세대 혼다 레전드로 만든 대우 아카디아

대우 아카디아 – 혼다 레전드

아카디아는 전설이었다. 전륜구동인데도 엔진을 세로로 얹어 역동적인 후륜구동 스타일을 품고, 주행성능도 뛰어났다. 다만 비싼 가격표가 발목을 잡았을 뿐이다. 원판은 2세대 혼다 레전드다.

5세대 혼다 레전드는 엔진을 가로로 얹는다

그러나 5세대로 거듭난 레전드는 3세대까지 지켜온 세로 배치 전륜구동 구조를 버린 일반적인 전륜구동 세단이다. 남들은 거의 쓰지 않는 구조를 홀로 개발해 쓰기 힘들었던 탓. 대신 하이브리드 기술로 구현한 사륜구동 ‘수퍼핸들링-AWD(이하 SH-AWD)’로 고성능 대형 세단 콘셉트는 이어가고 있다.

뒤 두개의 모터로 '수퍼핸들링'을 만든다

SH-AWD라는 화려한 이름처럼 6기통 엔진에 전기 모터 세 개를 맞물린다. 하나는 듀얼클러치 변속기에, 나머지 두 개는 좌우 뒷바퀴 쪽에 각각 달린다. 뒷바퀴 모터가 각각 나뉜 이유는 ‘수퍼핸들링’을 위해서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바깥쪽 뒷바퀴에 힘을 몰아내 차를 코너 안쪽으로 밀어 넣는 식이다. 모든 파워트레인이 힘은 더한 시스템 최고출력은 381마력이다.

우리나라에 판매했던 혼다 레전드. 모양이 내수 판매 모델과 조금 다르다

참고로 3세대와 4세대 레전드는 우리나라에 판매했다. 그러나 4세대는 SH-AWD가 빠진 일반 가솔린 모델이 들어와 판매가 저조했고, 결국 2016년 1월 판매를 중단한다.

신진자동차가 판매한 토요타 크라운(S40)

신진 크라운 – 토요타 크라운

한때 우리나라 고급차 시장을 장악했던 신진 크라운. 짧은 기간 동안 2세대, 3세대, 4세대를 들여와 우리나라 대표 고급차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중국의 압박을 받은 토요타의 일방적인 철수로 순식간에 사라진 비운의 차이기도 하다. 원판은 이름까지 같은 토요타 크라운이다.

렉서스 GA-L 플랫폼을 바탕으로 빚은 15세대 토요타 크라운

신진을 배신하고 떠난 토요타 크라운은 일본 고급차 대명사로 군림하며 승승장구했다. 지난 2018년 15세대가 등장했다. 비슷한 덩치 때문에 우리나라 대형차를 대표했던 그랜저와 자꾸 비교하지만, 크라운은 파워트레인 배치부터 다르다. 뒷바퀴 굴림을 기본으로 네 바퀴를 굴린다.

과거와 달리 젊은 스타일이다

크라운 특징은 지극히 내수 시장에 집중한다는 점. 길이 4,910㎜ 준대형차 크기 임에도 불구하고 너비가 1,800㎜에 불과하다. 길이는 그랜저만 한데 너비는 아반떼만 한 셈이다. 일본의 좁아터진 주차공간을 고려한 선택이다. 토요타로서는 처음으로 렉서스 LS와 같은 GA-L 플랫폼을 공유하며 최대 6기통 3.5L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는다.

한편, 이 외에도 1세대 현대 마이티 모태가 된 미쓰비시 후소켄터, 새한, 대우자동차가 들여온 이스즈 엘프, 삼성자동차가 SM5로 판매한 닛산 맥시마(세피로는 단종) 등이 여전히 같은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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