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루라이드는 정말 화중지병(畵中之餠)인가?

조회수 2019. 4. 19.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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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의 세계적인 인기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불고 있는 대형 SUV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찍이 렉스턴은 물론이고 그 후속 G4 렉스턴과 모하비 등 국내 시장에서 대형으로 여겨지는(미국 시장에는 더 큰 모델들이 있기 때문에) 모델들이 존재해왔지만, 인기차종이라고 하기에는 수요가 많지는 않았었다. 그 동안에는 오히려 쏘렌토나 싼타페 같은 중형급 국산 SUV들이 훨씬 더 대중적이었다.

 



그런데 국내 소비자들의 대형 SUV에 대한   ‘지름신’을 자극한 것은 펠리세이드의 등장이었다. 펠리세이드의 등장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대형 SUV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던 차종은 쌍용의 G4 렉스턴 이었다. G4 렉스턴은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구조의 견고한 차체에 후륜 구동방식을 기반으로 한 4륜구동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한 정통 4륜구동 차량이었다.

 



차량의 크기를 보면 텔루라이드와 펠리세이드, G4렉스턴이 각각 길이가 5,001mm, 4,980mm와 4850mm로 텔루라이드가 가장 길고, 전고는 1,750mm, 1,750mm, 1,850mm로 렉스턴이 100mm 높고, 전폭 1,989mm, 1,975mm, 1,960mm로 텔루라이드가 가장 넓다. 축거는 2,900mm, 2,900mm, 2865mm로 렉스턴이 35mm 짧다.

 



이들 중 상대적으로 나긋나긋한(?) 구조의 모노코크 차체에 앞 바퀴 굴림 방식 기반의 4륜구동방식의 텔루라이드와 펠리세이드는 오프로드도 물론 갈 수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도심지 주행에 좀 더 비중을 가진 차량들이다. 여기에 더해서 미국식 라이프 스타일의 차량이라는 이미지를 풍기면서 펠리세이드가 중년 가장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걸로 보인다.

 



G4 렉스턴 역시 레저용 차량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스타일 감각은 ‘미국식 라이프 스타일’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다. 휠 아치를 강조해 건장한 모습의 펠리세이드나 텔루라이드와 달리, 보수적 성향의 남성 소비자를 지향하는 디자인 이미지가 G4 렉스턴의 인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중심의 레저와 캠핑을 즐기는 젊은 가장의 이미지를 가진 펠리세이드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강성이 높은 보디 온 프레임 구조를 가졌지만 보수적 인상의 G4 렉스턴은 모노코크 차체 구조이지만 서구적 이미지의 펠리세이드에 비해 신중년 소비자들에게 어필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차량의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확실히 오늘날의 소비자는 물리적 기능보다는 이미지를 소비한다.

 

 

그런 소프트웨어에 의한 차별성에 의한 인기를 얻은 펠리세이드와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된 텔루라이드는 미국 시장 전용으로 개발됐다. 그래서인지 텔루라이드는 지금까지 나왔던 국산차들과는 디자인 감각이 조금 다른 감각적 조형을 보여준다. 말쑥하게 차린, 댄디(dandy)한 인상이다.

 



물론 기아는 이미 쏘울, 레이 등의 박스형 이미지의 젊은 감각의 차량들을 갖고 있다. 쏘울은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레이 역시 경승용차이지만, 박스형 콘셉트의 차량이다. 사실 무덤덤할 수도 있는 박스형 자동차 디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감각적 인상을 풍긴다. 게다가 이런 박스형은 아이폰 같은 디지털 기술의 성향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최근에 관심을 끌고 있는 캐딜락의 초대형 SUV 에스컬레이드 같은 차량들의 각이 선 이미지는 SUV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각진 이미지의 텔루라이드가 미국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텔루라이드는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만나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미국에서 수입해오는 방법도 있겠지만, 가솔린 3,800cc 엔진을 얹은 모델인데다가, 수입에 소요되는 비용 등으로 인해 한국차이면서도 수입 대형 SUV와 비슷한, 어쩌면 더 비싼 구입과 유지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출시 직후부터 미국에서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텔루라이드는 미국 시장을 위해 개발된 차량이지만, 바로 그 이유에서 우리들에게 새로운 감각으로 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화중지병(畵中之餠), 그림의 떡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글 /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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