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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승] 나는 스포츠카다, 신형 마칸

조회수 2019. 1. 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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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마칸과 인연이 남다르다. 2014년 데뷔와 2018년 부분변경 직후 시승했다. 두 번의 만남을 중심으로, 지난 5년 사이 스민 변화를 살폈다. 마칸은 인도네시아어로 ‘호랑이’란 뜻. 개발명은 ‘카이엔 주니어’의 줄임말인 ‘카이준’이다.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만난 신형 마칸은 그 이름처럼 용맹하고 개발명처럼 직관적이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글 김기범(로드테스트 편집장)|사진 포르쉐 AG



초겨울 바닷가 풍경은 스산했다. 하늘은 잔뜩 찌푸렸고 리조트는 텅텅 비었다. 바람은 드셌고 빗방울을 흩날렸다.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내 심장을 쿵쿵 뛰게 했다. 우릴 기다리고 있는, 눈이 아릿할 정도로 파랗고 풋사과처럼 녹색이 묻어나는 SUV들. 팽팽하게 부푼 차체에 서늘한 긴장이 서렸다. 기대와 설렘에 부풀어 운전석에 올랐다. 

‘뭐지, 이 느낌은?’ 후끈한 오븐 속 치즈처럼, 몸과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혹시나 싶어, 스티어링 휠 한 복판의 엠블럼을 다시 본다. 방패 속에 가둔 검은 말. 의심할 여지없는 포르쉐다. 그런데 조용하고 아늑하다. 자동차를 아우른 감각은 대개 스케일이 좌우하기 마련. 크면 느슨해지고, 작으면 똘똘 뭉쳐 집약한다. 그런데 이 법칙에서조차 예외인 듯하다.




환승을 포함 20시간 가까이 제트엔진의 굉음과 진동에 시달리며 감각이 무뎌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느낌엔 변화가 없다. 운전대를 쥔 시승차는 포르쉐 더 뉴 마칸. 가격과 장르를 감안할 때 포르쉐의 실질적 막내다. 동시에 포르쉐의 판매를 떠받친 대들보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포르쉐가 대체 이번 마칸엔 무슨 약을 쳤을지. 

5년 만에 확 뜬 포르쉐의 뉴 페이스

“마칸은 지금 시장이 원하는 모델이에요.” 지난 2014년 3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만난 포르쉐 구매담당 우베 카스르텐 슈태터 이사는 확신했다. 마칸이 겨눈 프리미엄 컴팩트 SUV 시장이 ‘폭풍성장’할 거라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2007년 시장 규모는 46만4,000대. 그런데 2014년엔 132만4,000대로 185%나 늘었다. 2019년엔 172만여 대를 전망했다.



올해로 마칸이 데뷔 6년차를 맞았다. 솔직히 첫 만남 땐 미래를 섣불리 낙관할 수 없었다. 박스터와 카이엔, 파나메라처럼 포르쉐가 새로운 장르나 세그먼트에 도전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우려와 의심이었다. 하지만 ‘포르쉐의 기적’은 이번 역시 유효했다. 포르쉐의 바람대로, 마칸은 짜릿한 홈런을 쳤다. 포르쉐의 성장을 힘차게 이끄는 견인차로 거듭났다.

마칸은 2014년 데뷔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전 세계 누적판매 35만 대를 넘어섰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2008~2009 회계연도), 포르쉐의 글로벌 연간판매는 7만3,492대였다. 반면 2017년 포르쉐는 전 세계 시장에서 마칸 한 차종만 9만7,202대를 팔았다. 지난해 1~10월엔 이번 부분변경을 코앞에 두고도, 보란 듯이 6만8,050대나 고객 품에 안겼다.



실적만큼 포르쉐에게 의미 있는 성과가 또 있다. 마칸은 포르쉐 고객의 평균연령을 성큼 끌어내린 주역이다. 마칸 이전엔 형님뻘인 카이엔이 이 역할을 주도했다. 카이엔 출시 이후 주요 시장의 포르쉐 고객 평균연령을 보면, 미국이 52세, 중국은 40세 이하로 뚝 떨어졌다. 당연히 마칸 고객은 더 어리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통계가 의미심장하다.

2015년 11월 기준, 중국 마칸 고객의 평균연령은 35세 이하. 게다가 전체 고객의 절반이 여성이다. 마칸은 포르쉐의 영토를 앞장서서 넓힌 ‘첨병’이기도 하다. ‘전 세계 마칸 오너의 75%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포르쉐를 구매했다’는 조사결과가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1월,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부분변경을 거쳐 돌아온 더 뉴 마칸을 만났다. 

작은 카이엔인가, 키 큰 911인가?



마칸은 후발주자였다. 이미 아우디 Q5, BMW X3, 메르세데스-벤츠 GLK 등이 프리미엄 컴팩트 SUV 시장을 쥐고 흔들던 중이었다. 시장성을 본 업체들은 라인업 쪼개기에 나섰다. 틈새시장까지 싹쓸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아우디 Q3, 벤츠 GLA가 나왔다. BMW는 X2와 X4 개발에 한창이었다. 이미 펄펄 끓고 있는 시장에 포르쉐가 뛰어든 셈이다.

게다가 마칸에겐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 아우디 Q5와 이란성 쌍둥이 관계였다. 외모는 확연히 다르되 꽤 많은 부품을 나눈 사이였다. 당시 포르쉐 SUV 라인 총괄 디렉터 올리버 라쿠아는 이 점을 의식한 듯 선을 그었다. “전체 부품의 3분의 2를 새로 디자인하거나 최적화했어요. 마칸은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개척할 거예요. 카이엔과 파나메라처럼요.”



아우디와의 공통분모, 대중화를 노린 엔트리급 포르쉐, 세그먼트의 후발주자 등 여러 면에서 당시까지 포르쉐가 신차 내놓을 때와 상황이 달랐다. 2014년 라이프치히에서 치른 시승회 내내 담당자들은 ‘마칸=포르쉐’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카이엔, 파나메라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지어 “작은 카이엔이 아닌, 큰 911”이라는 농담마저 서슴지 않았다.

“과연 포르쉐다운가?” 지금껏 포르쉐가 전통적인 스포츠카 이외의 장르로 ‘외도’할 때마다 불거진 화두였다. 2002년 카이엔이 시작이었다. 당시 포르쉐 골수팬들의 반발은 대단했다. 심지어 공식데뷔 이후에도 쓴 소리가 이어졌다. 그런데 카이엔의 운전대를 쥐고 나면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의심할 여지없는 포르쉐의 ‘손맛’을 지녔기 때문이다.



포르쉐가 내린 마칸의 정의는 명백했다. ‘프리미엄 SUV 세그먼트의 스포츠카’였다. 마칸의 정체성은 시장과 고객이 입증했다. 5년 전 마칸 시승회에서 ‘반전’이 설 자리는 없었다. 마칸은 디자인과 성능, 감각 모두 전형적인 포르쉐였다. 원래 포르쉐는 마칸을 연간 5만 대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수요가 폭증해 훨씬 더 만들어야 했다. 

디테일로 부각시킨 포르쉐 디자인 DNA


“와우!” 아쉽게도, 신형 마칸 외모에서 이런 반응은 기대하기 어렵다. 앞모습은 이전과 차이조차 눈치 채기 어렵다. 주요 금형을 유지하되, 최신 디자인 DNA로 단장한 디테일로 승부한 까닭이다. 가령 눈매 윤곽은 그대로인데, 안쪽 그래픽을 다듬고 LED 광원을 기본으로 넣었다. 부분과 완전변경으로 분산시킨 ‘징검다리’식 진화의 묘미이자 한계인 셈이다.



대신 뒷모습만큼은 작심하고 뜯어 고쳤다. 좌우 따로 나뉘었던 테일램프 사이를 과감히 이어 붙였다. 그 결과 신형 911이나 카이엔 같은 포르쉐 나머지 형제 뒤태와 한층 비슷해졌다. 그밖에 앞 범퍼의 흡기구를 수평으로 반듯하게 다듬었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외모가 좀 더 평평하고 넓은 느낌을 준다. 포르쉐의 아이콘, 911의 분위기로 조금 더 다가섰다.




실내에 들어서면,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압도한다. 기존 7.2인치에서 풀 HD 10.9인치로 화끈하게 키웠다. 부분변경의 한계 때문에 계기판까지 100% 디지털로 바꾸진 못했다. 이전처럼 세 개의 원을 기본으로, 맨 오른쪽 원안에만 정보창을 심었다. 한편, 10.9인치 화면을 기반으로 한 PCM(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기능은 강화했다.

목적지를 음성으로 입력 가능한 ‘보이스 파일럿(Voice Pilot)’ 내비게이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위한 ‘포르쉐 커넥트(Porsche Connect)’ 앱, 험로주행 정보를 분석하고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있는 ‘오프로드 프리시전(Offroad Pricision)’ 앱 등 최근 핫한 연결성 기술을 욕심껏 챙겼다.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포르쉐의 ‘러브콜’인 셈이다.





이번 마칸은 새 옵션으로 편의장비도 꼼꼼히 보강했다. ‘이오나이저’가 실내 공기의 항균과 탈취를 책임지고, 앞 유리엔 투명한 열선과 차음 및 자외선 차단 필름을 심어 보다 쾌적한 환경을 기대할 수 있다. B필러 뒤쪽에 적용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글래스를 고를 경우 빛 투과율을 20~30% 낮춘다. 나아가 실내는 가죽 또는 알칸타라로 씌울 수 있다.

섀시와 엔진 세심하게 개선하고 보강


포르쉐의 부분변경은 개념이 남다르다. 눈에 띄지 않는 섀시까지 꼼꼼히 개선하고 보강해 주행품질을 다듬고 끌어올렸다. 설명을 들어보면, 숨이 턱 막힐 만큼 치밀하다. 예컨대 앞 액슬은 스프링 포크를 기존 스틸에서 알루미늄으로 바꿨다. 그 결과 강성을 높이되 스프링 아래쪽 무게를 1.5㎏ 덜었다. 그만큼 스티어링이 더욱 민첩하고, 발걸음이 한층 사뿐하다.

옵션인 에어 스프링도 개선했다. 롤링 피스톤과 쇼크 업소버 설계를 최적화해 수축하고 이완하는 과정이 보다 매끄럽다. 스프링과 발 맞춰 안티 롤 바도 바꿔 직진안정성을 높였다. 아울러 뒤보다 앞 타이어의 림을 0.5인치 줄였다. 이른바 앞뒤 사이즈에 차별을 둔 믹스드(Mixed) 타이어다. 덕분에 차체의 앞머리 방향 바꾸는 움직임이 한층 날카로워졌다.

브레이크도 손봤다. 우선 페달을 기존 스틸에서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바꿔 무게를 300g 정도 줄였다. 페달 밟는 깊이도 좀 더 짧아졌다. 그래서 감속목표에 맞춰 브레이크 밟는 포인트와 깊이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브레이크 디스크(로터)의 지름도 360㎜로 이전보다 10㎜, 두께도 36㎜로 이전보다 2㎜ 키웠다. 정말 섬뜩할 만큼 집요한 개선이다.



더 뉴 마칸은 두 가솔린 터보 엔진을 앞세워 데뷔했다. 마칸은 직렬 4기통 2.0L(1,984㏄) 가솔린 직분사 터보로 252마력, 마칸 S는 V6 3.0L(2,995㏄) 가솔린 터보로 354마력을 낸다. 유럽 사양 마칸은 250마력 이상일 경우 ‘가솔린 미립자 필터(GPF)’를 달아야 하는 규정 때문에 출력이 245마력으로 떨어졌다. 마칸 S도 필터를 달지만 출력이 같다.

마칸 S의 엔진은 기존의 트윈 대신 모노 트윈스크롤 터보를 V6 실린더 사이에 넣어 배기가스 동선을 줄였다. 흡배기 밸브의 타이밍과 깊이 모두 변주를 준다. 마칸 엔진 역시 비슷한데, 배기 밸브 깊이 조절기능만 빠졌다. 엔진이 토해낸 힘은 듀얼 클러치 방식 7단 PDK가 뭉치고 주무르고, PTM(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가 상황에 맞춰 네 바퀴로 나눈다.

스포츠카 향한 강박 덜고 매끈한 GT로 


마칸의 산실은 독일 라이프치히의 포르쉐 공장이다. 2014년 3월, 이 공장의 주행트랙에서 갓 데뷔한 마칸을 몰았다. 이 트랙은 높낮이 차이와 곡률이 큰 코너를 갖췄다. 심지어 오르막 정점을 찍을 때까지 내리막 코너를 전혀 볼 수 없다. 포르쉐는 기자들이 마칸을 이 코너에 내동댕이치며 눈치 채길 원했다. SUV의 한계를 뛰어넘은 마칸의 운동성능을.

눈부신 5년을 보낸 뒤 마칸은 새로운 장으로 접어들었다. 우려는 찬사로 바뀌었고, 라이벌이 늘었지만 위상은 오히려 탄탄해졌다. 자신감이 낳은 여유. 더 뉴 마칸을 관통한 핵심이다. 세계적 휴양지인 스페인 마요르카 섬을 더 뉴 마칸의 국제시승회 무대로 삼았다는 사실부터 의미심장했다. 더 이상 서킷에서 정체성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마요르카 섬을 굽이굽이 수놓은 도로는 대개 왕복 2차선인데, 좌우 교행이 부담스러울 만큼 좁다. 하지만 신형 마칸의 발 빠른 가속 덕분에 늘 여유만만이었다. 0→시속 100㎞ 가속시간은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기준, 마칸이 6.5초, 마칸 S가 5.1초. 마칸은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맛, 마칸 S는 묵직하게 떠미는 재미와 V6 특유의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뉴 마칸의 운전감각은 5년 전과 확연히 달랐다. 종방향의 가감속보단, 상하좌우를 아우르는 움직임의 결이 눈부시게 매끈해졌다. 스티어링은 보다 타이트하고, 힘은 한층 여유로운 반면 승차감이 훨씬 편안하다. 거추장스러운 움직임을 집요하게 지웠다. 파워가 치솟으면 섀시에 한층 생기가 도는 전례에 비춰볼 때, 벌써 마칸 GTS나 터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또한, 더 뉴 마칸을 시승하면서 부분변경을 대하는 포르쉐의 자세에 숙연해졌다.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치밀한 개선을 모아 완벽을 꿈꿨다. 후발주자의 조급함과 불안함을 판매성과로 입증하고, 보다 세련되고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 결과 더 뉴 마칸은 빠르고 민첩한 스포츠카를 넘어 넉넉한 아량과 여유 머금은 GT의 영역마저 넘본다. 911이 그랬듯이. 

포르쉐 마칸과 마칸 S의 주요 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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