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성보다는 패밀리 룩의 코란도

조회수 2019. 3. 20. 18: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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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어느 영화에서 나온 주인공의 대사 덕분(?)에 요즘 유행하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이런 치킨은 없었다. 이것은 치킨인가 갈비인가?’ 가 그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새로 나온 코란도를 처음 보았을 때 든 생각이 이와 비슷했다. 그것은 바로 ‘이것은 코란도 인가 티볼리 인가?’ 였다.

 




필자에게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 등장한 최신상 코란도는 새로 나온 차라는 느낌보다는 마치 티볼리 에어에 이은 또 다른 티볼리의 페이스 리프트 차량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코란도는 전장 4,452mm, 전폭 1,870mm, 전고 1,620mm에 축거 2,675mm로, 티볼리 에어의 전장 4,440mm, 전폭 1,795mm, 전고 1,635mm에 축거 2,600mm로 시각적으로 크기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게다가 얼굴도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다.

 




사실 이렇게 비슷하게 만드는 건 쌍용만의 독자적인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가지기 위한 것이겠지만, 신형 코란도가 티볼리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비슷하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티볼리 보다 값이 비싼 코란도를 사야 할 이유가 없다. 물론 세부적으로 따지면 다르지만, 그 차이는 거의 페이스 리프트 수준의 차이 이지 차종이 구분될 만큼 확연한 정도가 아니다.

 




만약 쌍용 브랜드가 글로벌 럭셔리라는 평판을 받고 있다면 티볼리 이든 코란도 이든 서로 비슷한 게 럭셔리 브랜드의 장점을 나타내는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소비자들은 쌍용에게서 SUV 전문 브랜드로써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개성 있는 차들을 내놓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쌍용에서 만드는 모든 SUV들, 플래그 십 G4 렉스턴에서부터 가장 작은 티볼리까지 한결같이 모두가 크로스오버형 도심지용 SUV 일색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들 중에는 과거의 각진 코란도와 90년대 중반의 듬직한 뉴 코란도 같은 야성미 있는 하드코어 SUV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그리고 그런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은 모델 군을 가지고 있는 SUV 전문 메이커가 되는 게 소비자들이 쌍용에게 바라는 바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10미터쯤 떨어져 볼 때 최신상 코란도와 이미 나온 지 몇 년 된 티볼리가 구분이 안 된다면 두 차종이 서로 다르게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소비자들은 이렇게 비슷한 두 차를 다른 가격에 사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사실 최근 들어서 쌍용은 신차를 계속 내놓으면서 SUV브랜드로서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등 잘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디자인 문제에만 가면 잘못된 판단을 보여주기 일쑤이다.

 




 이웃 일본에는 개성이 강한 경형 차량들이 많다. 그들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최근 스즈키가 출시한 660cc엔진을 얹은 짐니(Jimny)이다. 이 차는 마치 구형 코란도나 밴츠 G바겐을 연상시키는 각진 차체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는데,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 차는 물론 4륜구동 기능이 있지만, 이걸 갖고 오프로드를 뛸 소비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요즘의 소비자들은 오프로드 주행의 물리적 기능보다는 그 이미지를 소비하고 싶어한다.

 




옆집(?)의 건장한 팰리세이드는 주문이 밀려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인데, 신형 차에 수천억을 들여 개발했으면서도 쌍용 코란도가 가지고 있던 건장한 전통을 스스로 버리고, 고작 티볼리의 페이스 리프트 수준의 소극적인 디자인 차별화로 개발된 신형 코란도는 매장에 가보면, 신차가 정말로 있는 건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전혀 주목되지 않는다. 제발 개성 있고 다양한 성격의 차량을 개발해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글 /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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