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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기블리 SQ4, 큰형과 맞먹는 막내

조회수 2018. 12. 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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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블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장에 들어서며 멀찌감치 서 있는 기블리의 자태를 본다. 짙은 빨간색은, 어둠 속에선 그 색이 제대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조명을 받으면, 비로소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컬러와 매끄러운 자태를 드러낸다. 마세라티 기블리 SQ4. 오늘의 시승 상대다.

실루엣과 디테일이 조화롭다. 구석구석 디테일이 살아있는 모습은 역시 마세라티다. 안으로 꺾인 그릴, 휠 하우스를 가득 채우는 21인치 타이어, C 필러의 삼지창, 단정한 리어램프 등. 어둠 속에서 만나는 실루엣 못지않게, 환한 곳에서 만나는 디테일은 고급스럽다.

기블리는 마세라티의 ‘엔트리카’라는 설명은 맞지만, 틀렸다. 마세라티 라인업에서 가장 낮은 급이어서 맞는 말이지만, 엔트리카라는 말에 담긴 의미 즉, 작은, 저렴한, 덜 고급스러운, 기본적인 등의 의미와는 안 맞다. 그래서 틀린 설명이다. 마세라티 아닌 다른 차들을 압도하는 고급스러움과 최고수준의 성능, 그리고 억대를 호가하는 높은 가격을 자랑한다. 흔히 말하는 엔트리카는 마세라티에 없음을 기블리가 말하고 있다. 큰형과 맞먹는 막내인 셈이다.

마세라티의 플래그십, 콰트로포르테의 동생이다. 엔진, 변속기를 함께 쓴다. 조금 작을 뿐이다. 그래도 길이가 4,970mm로 5m에 육박하는 크기. 콰트로포르테가 큰 것이지 기블리를 작다 할 순 없다.

기블리는 하나의 디젤과 두 개의 가솔린 엔진을 축으로 그란루소와 그란스포트 두개의 트림이 있다. 블랙 인서트 그릴과 범퍼 아래에 배치된 3개의 에어인테이크홀, 그리고 실내의 스포츠 시트가 그란스포트의 특징.

기블리 S Q4는 V6 3.0 리터 엔진을 ZF 사의 8단 자동변속기가 조율한다. 후륜구동을 기본으로, S Q4는 사륜구동 방식을 적용했다. 엔진은 페라리가 만들어 마세라티에 공급한다. 최고출력 430마력은 5,750rpm에서 터진다. 고성능 세단답게 고회전 영역에서 최고출력이 나온다. 더 주목해야 할 건 비교적 낮은 2,500rpm에서부터 드러나는 59.2kgm의 최대토크다. 저속에서 강한 토크가 끌어주고, 고속에서 고출력이 밀어준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자리한 시동 버튼은 자동차 경주를 주름잡던 시절의 흔적이다. 두 손 두 발을 동시에 함께 움직이며 찰나의 순간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했던 시절에 시작된 왼쪽 스타트키의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스포츠카에 목숨 거는 브랜드라면 포기할 수 없는 전통이다.

호쾌한 주행 이전에 만나는 건, 숨소리다. 본격적인 사냥에 나서기 전, 몸풀기하는 사냥개처럼, 소리를 낮춘 숨소리. 낮은 소리지만 울림이 있다. 3.0 리터의 엔진은 배기량이 크다 할 수는 없지만, 소리로 느끼는 볼륨감은 크다.

공회전, 중저속에서의 소리가 가슴에 톡톡 노크하는 소리라면, 본격적으로 질주하며 마음껏 내지를 때에는 가슴을 찢어놓을 듯 포효하는 소리로 변한다. 맹수의 본성을 드러내는 소리.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그렇지만 마세라티는 특히 ‘소리’에 집착한다. 조용하다는 말이 아니다. 주행상황에 따라 엔진 사운드를 최대한 매력적으로 드러내는 것. 짜증 나는 소리가 아니라, 드라이버의 감정을 건드리는, 차와 사람이 교감하는 소리를 만든다. 마세라티가 신차 개발과정에 음악가를 함께 참여시키는 이유다.

가속의 느낌이 짜릿하지만, 오래 그 느낌을 지속하기는 힘들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극한적인 속도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도로의 끝으로 빨려 들어가듯 잠깐 달리는 순간, 온몸에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기블리는 중독을 부른다.

빠른 속도에서도 뛰어난 안정감을 보이는 건 차의 각 부분의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다. 사륜구동 시스템, 앞뒤의 무게배분, 0.29의 우수한 공기저항 계수, 앞 245/35ZR21, 뒤 285/30ZR21 사이즈의 피렐리 타이어, 더블위시본과 멀티링크 조합의 서스펜션 등이 어우러져 탁월한 고속주행안정감을 보인다. 체감속도가 실제주행속도보다 수십km 낮다.

운전하는 맛에 타는 스포츠 세단인데 ADAS가 굳이 필요할까 싶지만, 막히는 시내에서나, 피곤한 퇴근길, 운전이 부담스러울 때 ADAS는 고마운 존재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 차선유지 어시스트(LKAS), 하이웨이 어시스트 등이 높은 수준에서 운전자를 보조한다. LKAS는 차선을 잘 읽었고, 필요할 때에는 확실하게 조향에 개입했다. ACC는 4단계로 차간거리를 조절했다.

고급 세단이라면 고속도로에서 ADAS를 유용하게 사용하겠지만, 기블리처럼 스포츠 세단이라면 고속도로에선 운전하는 즐거움을 운전자가 마음껏 즐기고, ADAS는 운전하기 힘들고 귀찮은 도심 정체구간에서 사용하는 게 낫겠다.

공인복합 연비는 7.4km/L. 스포츠 세단에 연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달리는 즐거움을 위해 필요한 비용으로 봐야 한다. 공차중량 2,070kg으로 2톤이 넘는 무게, 슈퍼카에 준하는 430마력의 힘 등을 감안하면 연비가 아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엔진 스톱 시스템과 에코 모드에 해당하는 I.C.E 모드도 있어 차분하게 다루면 쏠쏠한 연비를 만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운전할거면, 기블리를 타는 이유가 없지 않을까.

기블리S Q4 그란스포츠는 1억 4,080만원이다. 그란루소는 1억3,990만원. 350마력짜리 V6 3.0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기블리는 1억 2,270만원(그란루소)과 1억 2,040만원(그란스포츠)다. 디젤 모델도 있다. 기블리 디젤은 1억 2,110만 원(그란루소) 1억 1,880만 원(그란스포츠)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차의 크기에 비해 뒷좌석 공간이 비좁은 편이다. 길이 4,970mm에 휠베이스가 3,000mm라면 어느 정도 여유 있는 공간을 기대할 수도 있는데, 의외로 좁다. 172cm의 기자가 앉았을 때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가 들어가기 힘들다. 공간으로만 보면 한 급 아래 차들과 견줘야 할 정도.
4도어 세단이지만 프레임리스 도어다. 도어를 열면 유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디자인은 멋있고 세련됐으나 이기적이다. 운전석 도어를 열면 차창과 도어 끝에 예각이 드러난다. 보행자, 오토바이, 자전거 등이 부딪힐 때 그 예각이 더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 아름답지만, 위험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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