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크라이슬러 바이퍼 엔진

조회수 2018. 11. 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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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그 마흔 두 번째 이야기는 한 시절을 풍미한 V형 10기통 엔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엔진은 미국식 스포츠카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었던 닷지 바이퍼의 심장으로 태어나 전성기를 누렸으나 후일 날로 강화 일변도로 흘러만 가는 환경규제로 인해 역사의 뒤편으로 퇴장당해야만 했던 엔진이기도 하다. 이 엔진의 이름은 크라이슬러의 바이퍼 엔진이다.


아메리칸 스포츠카의 양대 산맥, 바이퍼의 심장

크라이슬러 바이퍼 엔진은 크라이슬러 그룹이 닷지 브랜드로 처음 내놓은 초고성능 스포츠카, ‘바이퍼(Viper)’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한 엔진이다. 바이퍼 엔진은 역대 바이퍼들이 충격적인 달리기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바이퍼 엔진의 기본적인 구조는 크라이슬러가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생산했던 LA 계열 엔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매그넘(Magnum)’이라는 이명으로도 불리는 LA 계열 엔진은 레이아웃을 기준으로 V6와 V8, V10의 세 가지 변형이 존재했는데, 그 중에서도 V10 사양을 설계적인 기반으로 두고 있다. 이 엔진은 1994년부터 생산된 닷지 램(Ram) 픽업트럭의 헤비듀티(Heavy-duty)급 모델에 해당하는 램 2500 및 램 3500 모델에 사용된 바 있다.


 

바이퍼 엔진은 초창기 사양을 기준으로 101.6mm의 실린더 보어(내경)와 98.6mm의 스트로크를 가진 10개의 기통이 한쪽에 5개씩 90도의 뱅크각을 두고 마주하는 V형 10기통 레이아웃을 따르고 있다. 이는 설계 기반인 매그넘 V10 엔진의 사양과 동일하다. 하지만 그 내용물은 전혀 달랐다. 주철 헤드와 블록을 사용했던 매그넘 엔진과는 달리, 바이퍼 V10 엔진의 실린더 헤드와 블록은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했다.


 

밸브 구동에는 고전적인 푸시로드(Pushrod)식 오버헤드밸브(Overhead Valve, OHV) 방식을 사용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이 방식을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으로 여기지만, 미국에서는 아직도 상당수의 대배기량 엔진들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배기량에 비해 엔진을 작고 낮게 설계할 수 있으며ㅛ, 회전하는 부품이 적어 신뢰도 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8리터를 넘나드는 배기량을 가진 바이퍼 V10이 바이퍼의 낮디 낮은 보닛 아래 숨어 들어갈 수 있는 까닭이 이 방식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린더 블록 역시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된다. 또한 시리즈 대대로 과급기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연흡배기(Naturally Aspirated)만을 고집했다. 엔진의 윤활은 통상적인 웨트 섬프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연료 공급은 다점 분사 방식(Multi point injection)을 사용했다. 압축비는 초도 사양 기준으로 9.6:1이었다가 최종형에서는 10.2:1까지 증가한다.


크라이슬러 바이퍼 엔진의 가장 큰 특징은 스포츠카용 엔진으로서는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배기량에 있다. 바이퍼 엔진의 총배기량은 초대 모델이 생산될 당시에는 8.0리터(7,990cc)였다가 최종적으로 8.4리터(8,382cc)까지 늘어난다. 이는 세대를 거듭함에 따라 성능향상을 위해 실린더 보어(내경)와 스트로크(행정 길이)를 지속적으로 늘려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반적인 양산차의 상식을 뛰어 넘는 배기량으로 인해 바이퍼 엔진은 탄생부터 최후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동력성능을 낼 수 있었다.


바이퍼 엔진은 초기에는 101.6mm의 보어와 98.6mm의 스트로크를 가졌으나 최종형에 이르게 되면 보어는 103mm까지, 스트로크는 100.6mm까지 늘어난다. 보어와 스트로크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시리즈 내내 보어보다 스트로크가 약간 짧은, ‘스퀘어에 가까운 숏스트로크’ 형태를 띄고 있었다. 바이퍼 엔진은 닷지 바이퍼 시절이었던 초도 사양에서는 406마력의 최고출력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최후의 SRT 바이퍼에 사용된 최종 사양에 이르러서는 654마력까지 출력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1992년도부터 생산이 시작된 바이퍼 엔진의 초도 생산분은 406마력/4,600rpm의 최고출력과 64.2kg.m/3,600rpm에 이르는 최대토크를 뿜어 냈다. 이 엔진은 등장과 동시에 세계를 놀라게 했던 초대 닷지 바이퍼(SR I)의 심장에 탑재되었다. 이 엔진의 막강한 동력은 보그워너(BorgWarner)의 6단 수동변속기를 거쳐 바이퍼의 뒷바퀴로 전달되어, 바이퍼를 단 4.6초만에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시킬 수 있었다.


닷지 바이퍼의 2세대 모델에 해당하는 SR II 바이퍼에는 보다 강화된 사양의 엔진이 사용되었다. SR II 바이퍼에 실린 바이퍼 V10 엔진은 456마력/5,200rpm의 최고출력과 67.7kg.m/3,7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이는 SR I 사양에 비해 출력은 약 50마력, 최대토크는 약 2.5kg.m 가량 향상된 것이었다. 또한 종래에 비해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발생되는 회전수가 한 단계 더 노퓨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이후로도 바이퍼는 배기량의 확대와 더불어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점점 고회전 지향의 튜닝을 통해 성능을 차곡차곡 높여나갔다.


 

닷지 바이퍼가 보다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한 ZB 시리즈(3~4세대)부터는 바이퍼 엔진의 배기량도 한 사이즈 커졌다. 이 때부터는 실린더 스트로크가 100.6mm로 연장되고 실린더 보어는 102.4mm로 확대되어, 무려 8.3리터(8,285cc)에 달하는 배기량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늘어난 배기량에 따라 엔진의 동력 성능도 한 단계 상승했다. 3세대(ZB I) 바이퍼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바이퍼 엔진은 517마력/5,600rpm의 최고출력과 73.9kg.m/4,200rp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뿜어냈다. 이는 SR II 시절에 비해서 최고출력은 60마력가량, 최대토크는 약 6kg.m 가량 상승한 것이었다.


 

4세대(ZB II) 바이퍼에 탑재된 엔진에서는 또 한 차례의 변화를 맞았다. 이 때를 기점으로 바이퍼 엔진의 실린더 보어는 103.0mm까지 확장되어 8.4리터(8,382cc)에 달하는 총배기량을 갖게 된다. 여기에 푸시로드식 OHV 엔진에도 대응이 가능한 가변밸브 타이밍 기구를 도입하여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이 때부터 바이퍼 엔진의 최고출력은 600마력을 돌파하게 된다. 4세대 바이퍼에 탑재된 바이퍼 V10 엔진은 608마력/6,100rpm의 최고출력과 77.4kg.m/5,000rp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내뿜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성능을 키워 온 바이퍼 V10 엔진. 바이퍼 V10 엔진은 SRT 브랜드로 출시된 바이퍼이자 최후의 바이퍼이기도 한 5세대(VX) 바이퍼에도 사용되었다. 제원 등 세부 사항은 4세대 모델에 사용된 것과 대부분 동일하다. 가변 밸브타이밍 기구가 적용된 푸시로드식 OHV 밸브트레인부터 실린더 보어와 스트로크, 심지어는 다점 연료분사 기구 또한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러면서도 성능은 더욱 올라갔다. 최후의 바이퍼, SRT 바이퍼에 탑재된 최후의 V10 엔진은 654마력/6,150rpm에 달하는 최고출력과 82.9kg.m/4,950rpm에 이르는 고성능을 자랑했다. 이 엔진을 품은 SRT 바이퍼는 단 3.5초만에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할 수 있었고 최고 335km/h까지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날로 강화되어가고 있는 배출가스규제는 독사의 목을 조여오고 있었다. 그리고 2015년 10월, FCA는 끝내 바이퍼의 생산을 2017년에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17년 8월 31일, 바이퍼의 조립공장이 최종적으로 문을 닫으며 바이퍼의 역사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바이퍼와 함께 바이퍼 V10 엔진 또한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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