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대우 로얄 시리즈 – 하편

조회수 2018. 7. 18. 17: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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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로얄은 대우자동차 역사 상 가장 위대하고 영광스러웠던 세월을 함께 한 차다. 대우 로얄은 다양한 차종이 하나의 시리즈를 이루는 제품군으로, 중형 승용차부터 고급 대형 승용차까지 아울렀다. 1980년대 국내 고급 승용차 시장을 석권했으며 일부 모델들의 경우, 당대에는 부의 상징으로 통하기도 했다. 로얄 시리즈의 흥행은 80년대 대우자동차의 눈부신 성장을 상징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의 등장 이전까지, 국내에서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승용차로 통한 로얄 시리즈. 오펠 레코드로부터 시작하여 십수년간 대우자동차의 중핵으로 자리잡으며 국산 고급 승용차의 역사를 써 내려간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랜저의 등장과 왕국의 몰락

대우자동차는 1983년부터 로얄 시리즈를 통해 당대의 대한민국 승용차 시장을 휘어잡았다.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며 저가형 모델과 주력 모델, 그리고 고급 모델의 3종 체제를 구축하는 한 편, 장관급 관용차로 납품되고 경쟁사에서도 경쟁력 있는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던 등의 호재가 겹친 결과였다.


 

또한 1986년에는 로얄 살롱을 한층 고급화한 ‘최고급 세단’, ‘로얄 살롱 슈퍼’까지 추가하며, 대우의 ‘로얄 패밀리’를 완성했다. 대우자동차는 GMK 시절부터 저가형 자동차 시장에서는 경쟁사인 현대자동차에게 크게 밀리며 업계 선두를 내어 준 지 오래였으나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는 로얄 패밀리 덕분에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로얄 살롱 슈퍼가 출시된 지 5개월 뒤인 1986년 7월, 현대자동차에서 내놓은 무시무시한 도전자가 나타났다. 그 차의 이름은 ‘그랜저(Granduer)’였다. 현대자동차와 미쓰비시자동차가 공동으로 개발한 전륜구동 고급세단 그랜저는 등장하자마자 로얄 살롱 슈퍼를 압도하는 반응과 함께 고급승용차 시장의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랜저는 기존 로얄 시리즈에 비해 한층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미쓰비시의 2.0/2.4 시리우스 엔진을 앞세워 로얄 살롱 슈퍼를 ‘스펙’으로 압도했다. 그리고 그동안 국내에서 전례가 없었던 전륜구동 대형 승용차라는 점과 높은 국산화율을 앞세우며 무서운 기세로 로얄 패밀리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 시작했다. 그랜저의 등장은 굳건한 위세를 자랑하고 있었던 대우 로얄 패밀리의 꼭대기를 찍어 누르며 로얄 패밀리를 위협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우자동차는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로얄 살롱 슈퍼를 단종시켰다. 그리고 1987년, 로얄 살롱 슈퍼에 대대적인 부분변경을 가한 ‘슈퍼 살롱(Super Salon)’을 내놓았다. 슈퍼 살롱은 오펠 세나토르(Opel Senator)의 차체에 홀덴 코모도어(Holden Commodore)의 전면부를 이식한 형태였던 로얄 살롱 슈퍼의 외관을 크게 손질했다. 특히 전면부는 대우자동차 부평연구소에서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기존 로얄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가졌다.


슈퍼 살롱의 전면부 디자인은 당시의 기성세대가 선호하는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색채가 짙게 묻어났다. 이러한 스타일링은 다분히 그랜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모델에 따라, 오늘날 롤스로이스 등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상하부 투톤 컬러도 준비되어 있었다.


 

또한 같은 해부터 기존의 로얄 살롱 역시 슈퍼 살롱의 전면부를 이식 받고 전장이 233mm나 길어지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이는 새롭게 적용한 립 범퍼와 함께 크기에 민감한 당시 승용차 시장의 이목을 끌기 위해 차체 앞뒤의 크기를 늘린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이 시기에는 로얄 XQ의 후속 모델도 출시가 이루어졌다. 로얄 XQ의 후속 차종으로 등장한 ‘로얄 듀크’는 후속 차종이기는 하지만 실상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더 가까웠다. 특유의 직사각형 헤드램프와 세로줄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외관 디자인은 기존 로얄XQ에 비해 한층 중후해진 인상이 특징이다. 그러나 실내 디자인은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와 함께, 파워트레인은 로얄 XQ의 XQ엔진과 4단 변속기 조합을 그대로 사용하여, 동력성능은 여전히 나빴다. 로얄 듀크의 전면부 디자인은 로얄 디젤의 후기형 모델에도 공통으로 사용되었다.


 

표준형에 가까운 중형 세단인 로얄 프린스 역시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1987년, 로얄 프린스는 새로운 스타일의 플라스틱 범퍼 채용과 더불어,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에 이르는 전면부 디자인이 크게 바뀌었다. 또한 상위 모델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위해 실내 디자인을 변경했다. 아울러 저가형인 1500모델에는 기존의 허약한 XQ엔진 대신 최신형의 론지 엔진을 새로 도입하여 동력성능을 보강했다.


 

대우자동차는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라인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량을 가했다. 하지만 그나마 안전할 것만 같았던 중형급 승용차 시장에도 심상치 않은 기류가 돌기 시작했다. 그랜저를 통해 로얄 패밀리를 위협한 현대자동차가 1988년, 중형 세단 ‘쏘나타(Sonata)’의 2세대(Y2) 모델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랜저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활용하여 개발된 2세대 쏘나타는 과거 로얄 패밀리에게 처절하게 무너졌던 초대(Y1) 쏘나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상품성으로 중형 세단 시장에 일약 돌풍을 일으켰다. 그랜저에 이은 쏘나타의 매서운 공세는 로얄 패밀리의 몰락을 앞당기는 방아쇠로 작용했다.


 

한 편, 그랜저의 등장을 전후하여 대우자동차는 오일쇼크로 인해 접어 두었던 대형 6기통 승용차 프로젝트를 황급히 재가동시키기에 이른다. 이는 그랜저의 등장으로 인해 잃어버린 ‘최고’의 지위를 되찾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태어난 대우자동차의 새로운 고급 승용차가 바로 ‘임페리얼(Imperial)’이다. 1989년 출시된 대우 임페리얼은 로얄 시리즈의 최고봉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슈퍼 살롱을 뛰어 넘는 최고급 모델로서 만들어진 임페리얼은 신개념 스타일링과 가장 고급스러운 실내, 그리고 국산차 업계 최초의 3.0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을 도입하며 주목 받았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그랜저 3.0 V6 모델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은 데다, 엔진 및 품질 문제와 잇따른 잔고장 등으로 인해 863대라는 초라한 판매기록을 남긴 채 1993년 단종되고 만다. 임페리얼에 대한 이야기는 번외편을 통해 별도로 다룬다.


로얄 패밀리의 마지막 후예들

80년대를 호령하던 로얄 시리즈는 90년대를 맞이하며 황혼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로얄 패밀리의 정점이었던 슈퍼 살롱과 임페리얼은 현대 그랜저에게, 허리에 해당했던 로얄 프린스는 쏘나타에게 무너지고 말았으며, 이후로 승용차 시장의 주도권을 현대자동차에게 완전히 내주게 된다. 80년대 내내 근본적인 쇄신 없이 ‘일부 개량’ 수준의 변화로 일관해 왔던 로얄 시리즈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하지 못했고,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호재가 끝나게 되자 절치부심으로 훗날을 준비해 왔던 경쟁자에게 제압되었다.


 

 

GM V-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로얄 시리즈의 마지막 후손은 ‘프린스(Prince)’와 ‘브로엄(Brougham)’이었다. 두 차종은 각각 로얄 프린스와 슈퍼 살롱의 후계 차종으로 등장했다. 두 차종은 기존의 오펠 레코드 E형의 섀시와 차체 디자인 일부를 그대로 유지한 채, 외형과 실내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개수하여 만들어 낸, 대규모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더 가까웠다. 이들 두 차종 중 프린스는 출시 초기에는 신차효과와 함께 상당한 숫자가 판매되었으며, 출시한 91년부터 단종되는 99년까지 약 59만대가 판매되었다. 반면 브로엄은 프린스와의 차별화에 실패하여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아카디아의 출시와 함께 단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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