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심장병 엔진?' 팰리세이드 실제로는..

조회수 2018. 12. 1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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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 떠도는 소문을 확인해보는 '팰리세이드' 시승기

현대자동차가 ‘팰리세이드’를 앞세워 부진했던 대형 SUV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산차는 그동안 모하비와 G4 렉스턴이 시장을 양분했고, 수입차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혼다 파일럿 등이 경쟁했다. 팰리세이드에 이어 내년엔 한국지엠 트래버스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대형 SUV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질 전망이다.

출시 전부터 국내외에서 관심을 받아온 팰리세이드를 타고 경기도 일대 120km 가량을 시승했다. 이번 시승은 출시 전부터 팰리세이드에 제기됐던 몇 가지 의구심을 풀어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시승차는 팰리세이드 2.2 디젤 H-트랙 7인승 모델에 최고급 사양이다.

# ‘심장병 엔진?’ 2.2리터 디젤엔진에 대한 우려

전문가는 물론 일반 네티즌들 사이에서 나온 우려 중 하나는 팰리세이드에 탑재된 2.2리터 디젤엔진이다. 차량 무게가 적지 않고 덩치도 큰 SUV에 2.2리터 디젤 엔진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엔진은 싼타페와 쏘렌토, 그랜저, K7 등 다양한 현대기아차에 쓰이고 있다.

실제 시승에서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조금은 우려스럽다는 쪽이다. 크고 무거운 차체를 감당하기엔 엔진의 출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다. 특히 추월 등 급한 가속을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먼저 엔진 소리가 크게 들린 뒤 반 박자 느리게 가속을 시작했다.

가속도 시원한 편은 아니었다. 2톤(2020kg)이 넘는 공차중량에 길이 5M(전장 4980mm)에 이르는 대형 SUV를 감당하기에 엔진이 너무 작은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또한 완전히 새로운 신차를 출시하면서 엔진을 바꾸지 않았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다만 가족을 태우고 이동하는 패밀리 SUV의 성격을 고려할 때 ‘속도’보다는 ‘안정과 효율’을 택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팰리세이드는 V6 3.8 가솔린 엔진과 2.2 디젤 엔진 두 가지 모델로 나오며,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가솔린은 최고출력 295마력, 최대토크 36.2kg.m을, 디젤은 202마력에 45.0kg.m을 발휘한다.

# 신차치고는 평범한 디자인?

전면은 현대차 디자인의 상징인 대형 캐스캐이딩 그릴이 자리했고, 그 주위를 두터운 크롬으로 마감해 웅장함을 더했다. 캐스캐이딩 그릴은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현대차의 상징을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전면부의 가장 큰 특징은 세로로 범퍼까지 길게 뻗은 면발광 주간주행등이다.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개성이 넘친다. 측면은 굵직한 선으로 근육질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동시에 SUV 특유의 강인함을 표현했다. 특히 독특하고 세련된 C 필러 디자인이 측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다.

후면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모습이다. 언뜻 미국산 자동차 뒷모습이 떠올랐다. 출시 전 세로 형태의 LED 콤비램프가 레인지로버의 그것과 닮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정도를 가지고 흉내를 냈다고 하기는 조금 억지스럽다는 생각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인테리어는 대중 브랜드 SUV치고는 꽤나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수평 구조의 배치가 안정감을 주고 시인성 높은 10.25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창과 세련된 무광 크롬 배기구가 눈에 띈다. 제네시스에 적용된 것과 같은 전자식 기어 버튼 덕분에 센터가 시원하다. 나파가죽 시트를 포함한 각종 소재의 질감도 뛰어났다.

1열과 2열 시트는 넓고 편했다. 특히 2열은 팔걸이가 있는 각각 독립된 2개의 시트를 배치해 앉았을 때 넓은 밴 부럽지 않았다. 하지만 3명이 타게 돼있는 3열 시트는 2열을 앞으로 당긴 뒤에도 어른이 앉기에는 좁았다.

#뛰어난 정숙성

디젤차 치고는 소음과 진동이 잘 억제됐다. 이는 고속주행에도 마찬가지인데 이중 흡차음 유리를 사용하고, 곳곳에 흠차음재를 충분히 넣어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을 최대한 막았다. 엔진음 상쇄 주파수를 내보내는 기술이 적용됐다.

덕분에 정차는 물론 주행 중에도 정숙성이 수준급이다. 시승에서 시속 100km를 넘겨도 소음이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다만 초고속 영역에서 들려오는 풍절음은 대형 SUV로서 어쩔 수 없는 한계다.

팰리세이드의 주행감각은 묵직하고 안정적인 편이다. 길고 무거운 차체에서 오는 안정감에 단단한 하체와 잘 세팅된 서스펜션이 이상적으로 결합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속도를 크게 줄이지 않아도 큰 흔들림이나 충격이 적었다.

#주행성능과 핸들링

이날 시승하면서 가장 놀란 부분은 핸들링이다. 대형 SUV임에도 방향 전환이나 차선 변경 시 안정적으로 거동했다. 운전자가 원하는 데로 차가 부드럽게 움직였고, 속도감도 크지 않아 고속에서도 운전이 편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순발력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팰리세이드는 모두 일곱 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한다. 온로드에서 컴포트, 에코, 스포트, 스마트(운전자 습관) 등 4가지와 오프로드에서 스노(눈길), 머드(진흙길), 샌드(모랫길) 등 3가지다. 기어 버튼 바로 옆에 다이얼 형태로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주행 중에는 전방충돌경고와 차로이탈경고가 수시로 개입해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고 필요시에는 스스로 스티어링 휠과 브레이크를 제어해 안전성을 높였다.

#국내용은 현대제철 강판, 수출용은 포스코?

강판에 대한 이야기는 출시 전부터 인터넷 자동차 게시판을 중심으로 꾸준히 나돌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내수용은 현대제철, 수출용은 포스코의 강판을 상용한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 싼타페 때도 이런 논란이 있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전량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데 강판을 이중으로 쓰면 생산 과정도 복잡하고 원가도 더 많이 든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강판 문제는 그동안 소비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내수와 수출용 자동차의 강판 두께가 다르다.’ ‘내수용은 아연도금 처리가 되지 않아 부식이 빠르다.’ 등등 의혹도 다양했다.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이런 의혹이 제기된다는 것은 현대차가 아직도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방증이다.

참고로 강판은 무조건 두껍다고 좋은 것이 아니고, 경량이면서 강성이 높아야 한다. 경량화는 곧 연비와 직결되고, 주행성능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충격에 약한 모노코크 보디

팰리세이드는 모노코크 보디를 채용해 대형 SUV로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급 경쟁차인 G4 렉스턴과 모하비가 프레임 보디를 채용한 것과도 비교된다.

프레임 보디는 두껍고 단단한 강철 프레임 위에 차체와 부품을 얹어 조립하는 방식으로 강성이 뛰어나다. 반면 무겁고 실내 공간 확보가 어려우며 제작원가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오프로드를 달려야 하는 SUV와 화물을 많이 싣는 튼튼한 트럭 등에 주로 쓰이고 있다.

반면 이런 프레임 보디를 보완한 것이 모노코크다. 원래 항공기 구조에 사용하던 모노코크 방식은 별도의 뼈대 없이 차체를 박스처럼 찍어내는 방식이다. 덕분에 원가 절감과 가벼운 차체, 넓은 공간 확보 등이 가능하다. 제조사들은 차의 성격에 따라 극명하게 다른 두 가지 방식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있다.

현대차가 팰리세이드에 모노코크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은 험로 주행보다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패밀리 SUV의 역할에 무게를 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양한 안전 편의사양·연비·가격

팰리세이드는 9개의 에어백과 후측방충돌경고, 운전자주의경고, 안전하차보조, 후측방모니터, 후방교차충돌경고, 후석승객알림, 전후방주차거리경고, 무선충전시스템, 나파가죽시트 등 다양한 사양을 갖췄다. 타이어는 18인치와 20인치에서 선택할 수 있다.

연비는 3.8 가솔린 모델의 경우 공인 복합연비 기준 8.9~9.6km/ℓ, 2.2 디젤은 11.5~12.6km/ℓ다. 실제 시승에서 기록한 연비는 공회전과 급한 가감속을 반복했을 때는 6.6km/ℓ, 평상 시 주행 패턴으로 일정하게 달렸을 때는 약 12km/ℓ를 기록했다.

팰리세이드는 10일 만에 약 2만 대의 사전계약을 달성했다. 계약이 판매까지 이어질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 대단한 기록임에 틀림없다.

가격은 3475만원부터 4177만원까지 모델별로 다양하다. 여기에 사륜구동과 각종 선택사양을 더하면 4900만원대까지 치솟는다.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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