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5008 GT, 정면돌파로 벽을 넘어선 디젤의 왕자

조회수 2018. 12. 25. 10:09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푸조 5008 GT를 시승했다. 2019년형 모델이다.

가장 큰 변화는 변속기다. 6단에서 8단 자동변속기로 업그레이드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큰 변화도 있다. 무척 까다로워진 배기가스 인증 기준인 WLTP 인증을 통과한 것. PSA그룹은 이미 유럽에서 전차종 WLTP 인증을 통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많은 차들이 이를 통과하지 못해 자동차 업계는 비상이다.

WLTP는 국제표준 배출가스 측정방법을 말한다. 유로6 배기가스 인증과 같은 기준이지만 측정방법을 훨씬 강화한 것이 WLTP다. 테스트 주행시간은 1180초에서 1800초로, 거리는 11km에서 23.3km로, 평균 속도도 33.6km/h에서 46.5km/h로 강화한 것. 즉, 훨씬 더 먼 거리를 오래, 더 빨리 달리는 조건에서 배기가스는 이전과 같은 수준만 허용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훨씬 더 강화된 기준이다. 푸조 5008이 그 기준을 맞춰 인증을 받았다는 것. 3008도 함께 인증받았다. 기술을 앞세워 정면돌파한 셈이다. WLTP 기준을 맞추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브랜드들이 적지 않은 와중에 푸조가 보란 듯이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푸조는 일찌감치 SCR 방식으로 배기가스를 처리하고 있다. 선택적 환원 촉매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질소산화물은 90%, 미세먼지는 99.9%를 제거한다고 푸조는 밝히고 있다. 디젤엔진의 배기가스에 관한 한, 푸조는 가장 신뢰할만한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다. 푸조의 입장에선, 디젤엔진을 불신하게 만든 경쟁사들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디자인은 예전 그대로다. 사자 발톱이 할퀸 형상을 닮은 리어 램프는 이 차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다. 옆에서 이 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항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앞뒤로 짧은 오버항은 그만큼 실내 공간을 넓게 만들 수 있는 비결이 된다. 또 하나, 주행안정감을 확보하는데에도 유리하다. 휠베이스가 이를 말하고 있다. 이 차의 휠베이스는 2,840mm, 차체의 길이는 4,640mm다.

7인승 실내는 2열까지는 여유롭다. 3열은 좁다. 3열을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고 보면, 3열은 일종의 비상 시트인 셈이다.

스티어링휠은 정확하게 3회전 한다. 승차감과 성능의 중용을 지키는 조향비다.

움직임은 편안하다. 중저속은 물론 고속에서도 흔들림은 크지 않았다. 조용하고, 안정된 느낌이다. 차체가 높아 공기의 저항을 피할 수 없음에도 의외로 조용했다. 바깥소리가 실내로 파고드는 것을 이중접합 유리가 잘 막아주는 효과가 커 보인다. 귀를 기울여 보면 뒤로 파고드는 소리가 조금은 들린다. 앞은 조용하고 뒤는 약간의 소리가 들리는 정도.

180마력의 힘은 딱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넘치지 않지만, 필요한 만큼 힘을 내어준다. 8단 변속기의 조율을 거친 힘은 부드럽고 강했다. “부드럽고 강한”이라고 수식하는 건, 모순되는 표현이지만, 실제가 그랬다. 부드럽게 변속되는 힘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 자동차란 이처럼, 상반되고 모순되는 개념들을 양립시키고, 조화시킨 결과물이다.

스포츠 버튼을 지그시 누르면 주행모드가 바뀐다. 엔진 소리가 한 음 높아지고 조금 더 탄력도 느껴진다. 하지만 극적 반전이라고 할 만큼은 아니다. 조금 더 강하고 탄력 있는 반응 정도로 변화를 보이는 것. 스포츠카가 아닌, 7인승 SUV인 만큼 그 성격에 맞춘 주행모드의 변화다.

폭발적으로 터지는 큰 힘은 아니다. 그래도 꾸준히 속도를 올리며 아주 빠른 속도까지 거침없이 밀고 나간다. 차근차근 저축하며 목돈을 만드는 느낌이랄까.

며칠 전 눈이 교외에는 남아 있었다. 한쪽은 눈길 위로, 다른 쪽은 살짝 젖는 노면 위로 두 타이어를 각기 다른 조건에 올린 뒤 가속과 제동을 이어갔다. 노면 마찰력이 달라 직진하기가 어려운 상황. 하지만 차는 가속에서도, 제동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직진을 유지했다. 어드밴스드 그립컨트롤의 역할 덕이다.

많은 브랜드에서 SUV에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하지만, 푸조는 어드밴스드 그립컨트롤로 퉁 치고 있다. 이게 현실적이고 영리한 선택이다. 거친 오프로드에서야 사륜구동시스템이 필요하겠지만 일반 운전자들이 일반적인 운행환경에서 사륜구동이 필요할 정도로 거친 길을 만날 일은 거의 없다. 미끄럽거나, 젖어있거나 혹은 조금 거친 비포장도로 정도라면, 굳이 사륜구동이 아니어도 구동하는 두 바퀴의 그립, 즉 마찰력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건너갈 수 있다. 그래서 푸조는 사륜구동 대신 어드밴스드 그립컨트롤을 택한 것. 눈길과 젖은 길, 좌우측이 다른 조건의 길에서 그 느낌을 살펴본 결과, 충분히 만족할만 했다. 미끌거리는 듯 살짝 살짝 타이어기 미끄러지는듯했지만 그립을 잃지않았고,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정확히 차체를 끌고 나갔다.

ADAS 시스템도 적용되어 있다. 앞차와의 거리를 스스로 조절하고 차선도 벗어나지 않게 조향에 개입하면서 움직이는 것.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전방 150m까지 인식하고 30~180km/h 구간에서 작동한다. 운전을 맡길 수는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보조 운전자’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운전자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챙겨준다.

계기판은 4개의 서로 다른 디자인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필요한 정보를 골라서 띄울 수도 있다. 다 끄고 속도만 보이게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계기판은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로 불린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처럼 계기판을 높게 배치한 것. 자연스럽게 앞으로 보면 계기판이 함께 보이게 구성했다. 스티어링 휠은 위 아래를 일자로 자르고 작게 만들어 계기판 아래로 배치했다. 그래서 스티어링휠과 계기판이 2층 구조를 이룬다. 이른바 아이콕핏 디자인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스마트 기기와 폭넓게 호환된다. 내비게이션은 T맵은 물론 카카오내비도 사용할 수 있다. 구글 스토어에서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는 사용할 수 있고, S 링크 앱을 이용해 미러링이 가능하다. 블루투스로 키보드를 연결하면, 문서작업이 가능할 정도. 자동차가 하나의 모바일 기기로 훌륭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푸조의 가장 큰 장점은 연비다. 연비 좋은 브랜드를 꼽으라면, 푸조는 단연 선두권에 선다. 5008의 공인 복합 연비는 12.9km/L로 이전과 같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고속도로 연비가 14.6km/L로 이전보다 좋아졌고 도심 연비는 11.9km/L로 이전보다 안 좋아졌다. 결과적으로는 같은 연비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연비 위주의 연비를 한다면 이전보다 좋은 연비를 기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파주에서 서울까지 55km를 달리며 실제 연비를 측정해 본 결과 20.4km/L를 기록했다. 공인복합연비보다 훨씬 낫고, 무려 20km/L 수준을 뛰어넘는 결과여서 의미가 크다. 일반 운전자들도 경제 운전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면 아주 좋은 연비를 만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결과다.

판매가격은 5,490만 원이다. 개소세 인하를 적용하면 5,427만 원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개소세가 인하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대시보드 디자인은 두 개의 덩어리를 위아래로 쌓은 이층구조다. 아름답고 보기 좋지만, 기능적으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층구조의 틈 사이로 먼지가 쌓이고 이물질이 끼면 관리하기가 성가실 수도 있겠다. 하나의 덩어리로 재구성하는 게 낫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