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BMW M과 함께 한바탕 놀고 오다

조회수 2018. 11. 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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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남자는 OO, 남자의 OO’ 같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동차 ‘덕후’인 나에겐 예외가 있다. BMW M이다. 어린 시절, 자동차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된 계기도 코드네임 E36 M3였다. 지금도 늘 ‘언젠가 M3를 손에 넣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M과 함께하는 삶을 하루 동안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글 강준기 기자|사진 BMW



바로 BMW M 트랙데이였다. 무대는 인천 영종도에 자리한 BMW 드라이빙센터. 오전 8시부터 시작해 오후 5시까지 하루 종일 M과 함께 서킷을 누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단순히 화끈한 자동차로 서킷만 주구장창 달리는 행사는 아니었다. 전문 인스트럭터와 함께 슬라럼과 급차선 변경, 물기 축축한 노면에서 드리프트까지 알차게 배울 수 있는 코스였다.



오전 8시. 트랙데이 참가자들과 함께 드라이빙센터 1층 브리핑 장소로 향했다. 가장 먼저 이론교육부터 진행했다. 마음 같아선 운전대부터 잡고 싶지만, 서킷 주행에 걸맞은 시트 포지션과 올바른 시선처리, 스티어링 휠과 브레이크 작동 방법 등 운전면허 학원에선 가르쳐주지 않는 알토란같은 정보들을 배울 수 있었다. 서킷뿐 아니라 일반도로에서도 유용한 정보다.



약 30분 간 교육을 마치고 조원들과 함께 서킷으로 들어갔다. 오늘 행사는 A조부터 E조까지 총 5개 조로 나눠 각 코스별 교육을 이수한다. BMW 드라이빙센터는 멀티플 코스와 다이내믹 코스, 서큘러 코스, 핸들링 코스 등 총 6개로 나눈다. 내가 속한 E조는 서큘러 코스부터 시작. 이름처럼 원 선회 구간으로,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운다.

①M 오너라면, 운전 실력도 M으로!


참가자들은 2인 1조로 M3에 올라탔다. 가장 먼저 진행한 교육은 ‘스핀하세요’다. 사실 운전하면서 차 뒤쪽이 도는 상황을 경험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빗길 또는 눈길에서 미끄러지는 상황을 맞닥뜨리면, 지레 겁먹고 긴장해 제대로 조종하기 힘들다. 따라서 스티어링 휠과 가속 페달을 급격히 조작해 일부로 차를 미끄러트리는 상황을 만들고, 차의 거동을 확인했다.

바로 오버스티어다. 오버스티어는 내가 가고 싶은 방향보다 차가 안쪽으로 파고드는 현상으로, 이때 스티어링 휠을 잘못 조작하면 그대로 스핀하고 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번째 교육은 오버스티어를 막는 ‘카운터 스티어’를 진행했다. 차가 안쪽으로 파고드는 현상이 나타날 때, 스티어링 휠을 반대 방향으로 틀어 미끄러짐을 막는 기술이다.



정확한 각도로 돌리지 않으면, 다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할 수 있어 무척 까다로웠다. 특히 BMW M 오너라면 강력한 오버스티어를 컨트롤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춰야 한다. 300~400마력 이상의 고출력을 오롯이 뒷바퀴로 전하기 때문이다. 반복된 교육으로 카운터 스티어를 체득하자 묘한 스릴과 자신감이 듬뿍 쌓였다. 스핀 하는 상황에서 차를 제어할 수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드리프트 교육을 진행했다. 카운터 스티어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가속 페달을 조작해 코너를 미끄러트리며 통과하는 기술이다. 만화 <이니셜 D> 팬이라면 드리프트에 대해 익숙할 법하다. 짧은 시간 탓에 드리프트 기술은 마스터하지 못 했지만,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차와 함께 성장하는 운전자의 실력, BMW M이라면 가능하다.

②급차선 변경도 확실하게!


서큘러 코스를 이수하고, 다이내믹 코스에 들어갔다. 이곳에선 시속 60~70㎞로 달리다가 옆 차선으로 급하게 피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가령, 갑자기 멈춰서는 택시에 놀라 급하게 차선을 바꾼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듯하다. 고속도로에서 앞 트럭에서 떨어지는 물건을 피하는 경우도 비슷하다. 이때, 스티어링 휠을 급격히 조작하면 차가 돌거나 2차 사고를 만들 수 있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총 여섯 번의 시도 모두 실패했다. 좁은 파일런 사이를 정확하게 통과하는 게 무척 어려웠다. 원인은 시야. 차선을 급히 바꿔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의 시야는 피해야하는 장애물에 집중한다. 그래서 시선 범위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교육에선 장애물이 아니라, 피해야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멀리 바라보는 연습을 진행했다.

③신형 M5와 함께 ‘으르렁’ 서킷 도전


오전 교육을 마치고 오후부턴 본격적으로 서킷 주행에 나섰다. 이번엔 신형 M5와 함께했다. 먼저 제원 소개부터. 이번 세대는 역대 M5 가운데 가장 화끈하다. V8 4.4L 가솔린 터보 엔진을 보닛 속에 품고 최고출력 608마력, 최대토크 76.5㎏‧m를 뿜는다. 0→시속 100㎞ 가속 성능은 불과 3.4초. M 시리즈 최초의 ‘M x드라이브’ 시스템도 눈에 띈다.



사실 매끈한 2도어 스포츠카 대신 M5를 사는 소비자의 심리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화끈한 재미를 원하되, 시선을 끌고 싶지 않은 의도도 있을 테고, 강력한 성능을 의뭉스럽게 감추고픈 생각도 있을 듯하다. 지금까지 M5가 그랬듯 외모에서 일반 5시리즈와 눈에 띄는 차이는 없다. 블랙으로 치장한 그릴과 범퍼 내 큼직한 공기구멍, 듀얼 머플러 등을 빼면.



신형 M5의 핵심 특징은 ‘M x드라이브’라고 부르는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이다. BMW에 따르면 ‘비즈니스 세단과 스포츠카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기’다. BMW M의 수장 프랭크 반 밀(Frank van Meel)은 “M x드라이브 시스템은 전통적인 후륜구동의 날렵함을 간직한 채 네 바퀴 굴림의 안정감을 더했다”고 설명한다. 물론, 뒷바퀴만으로 엔진의 힘을 보낼 수도 있다.



운전자는 일반 4WD 모드, 4WD 스포츠 모드, 2WD 모드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여기에 DSC 기능도 입맛에 따라 조작할 수 있다. 가령, 2WD와 DSC OFF를 조합하면 드리프트 머신으로 변신시킬 수 있고, 4WD 스포츠와 MDM 모드를 짝 지으면 서킷에서 최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다. 오늘은 4WD를 기본으로 컴포트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조합해 달렸다.





스타트 버튼 누르자 V8 엔진이 ‘그르릉’ 숨통 틔며 존재감을 뽐낸다. 기어레버 옆 머플러 모양의 버튼을 눌러 사운드를 키우거나 줄일 수도 있다. 일반 세단의 탈을 쓴 M5. 도심에선 평범한 5시리즈처럼, 고속에선 가변 배기 열어 화끈하게 몰 수 있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과 양쪽 엄지로 누를 수 있는 새빨간 M 버튼, 옆구리까지 꽉 붙드는 버킷 시트도 눈에 띈다.

BMW 드라이빙 트랙은 긴 직선주로와 타이트한 연속 코너 등을 갖춰 차의 기본기를 확인하기 안성맞춤이다. 먼저 기어레버 왼쪽 세 가지 버튼으로 나만의 세팅을 찾았다. 엔진 반응은 스포츠 플러스에, 서스펜션 답력은 컴포트, 스티어링 휠 답력은 스포츠 모드로 설정했다. 인스트럭터가 선두에 서서 브레이크 작동 시점과 시선 처리 등을 실시간으로 교육했다.



가속 페달을 밟자 우렁찬 사운드를 토하며 속도에 살을 붙인다. 그런데, 비슷한 성능 지닌 쿠페보다 몸에 걸리는 부하가 적다. 그래서 속도감을 눈치 채기 어렵다. 변속기도 한몫 거든다. 신형 M5는 기존의 듀얼클러치 대신 8단 자동기어를 짝 지었다. 각단을 부드럽게 오르내리며 안정감 있게 속도를 붙인다. 또한, AMG나 재규어처럼 소란스럽지 않고 V8 고유의 세련된 사운드를 뿜어낸다. 단, 전자식 스티어링 휠은 노면 정보를 여과해서 보내 조금 아쉽다.

M5의 공차중량은 1,940㎏. 길이 4.9m를 훌쩍 넘는 덩치가 달성한 결과라 놀랍다. 차체 곳곳에 알루미늄과 경량 소재를 듬뿍 썼고, 지붕은 CFRP(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빚은 결과다. 구형보다 가벼울 뿐 아니라 무게 중심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주행모드를 2WD로 바꾸면 꽁무니를 마음껏 날릴 수 있는데, 정속 주행 시 연비를 높이는 데도 좋을 듯하다.



이번 M5는 고성능과 고급 세단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이룬 느낌이다. 평범하게 달릴 땐 일반 5시리즈처럼 조용하고 승차감도 좋다. 반면 채찍질하고 싶을 땐 풍성한 V8 사운드와 함께 맹렬하게 달려 나간다. 특히 서스펜션 세팅을 스포츠 플러스에 놓아도, 승차감을 크게 해치지 않아 흥미롭다. 일반 패밀리카 용도로도 충분히 손색없다는 생각이다.

④하이라이트는 BMW M4 CS



오늘 행사엔 M3 CS와 M4 CS 등 ‘M 위의 M’ 2종이 자리했다. 사이에 X6M 두 대가 섞였고, 조원들은 가위‧바위‧보로 타고 싶은 차를 골랐다. 나는 운 좋게 M4 CS를 거머쥐었다. 이차는 M4 쿠페 컴피티션 패키지와 GTS 사이를 메꾸는 모델이다. 1988년 등장한 E30 M3 에볼루션의 명맥을 잇는다.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를 7분38초로 주파한 괴물이다.




안팎 디자인도 흥미롭다. 새파란 차체와 표정도 눈에 띄지만, 핵심은 휠이다. M4 CS는 앞 265/35 R19, 뒤 285/30 R20 알로이 휠과 미쉐린 파일런 스포츠 컵2 타이어를 짝 지었다. 휠 안쪽을 꽉 채운 카본-세라믹 브레이크도 남다르다. 생선 비늘처럼 LED 촘촘히 새긴 테일램프와 CFRP 리어 스포일러, 큼직한 디퓨저도 CS만의 남다른 포인트다.



심장엔 직렬 6기통 3.0L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자리했다. 최고출력 460마력을 뿜고 0→시속 100㎞ 가속을 3.9초에 끊는다. 최고속도는 시속 280㎞.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트랙 주행을 위해 별도의 오일쿨러를 챙겼고, 서스펜션은 전후방 액슬 링크와 휠케이스를 단조 알루미늄으로 빚어 무게를 크게 줄였다. 실내는 모두 ‘카본&알칸타라 세상’이다.

M4보다 조금 더 빠른 쿠페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결과적으로 M4 CS는 전혀 다른 차였다. M5와는 달리 오롯이 뒷바퀴만 굴리기에, 컨트롤에 자신 없었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별별 전자장비 도움 없이 순수하게 빚어내는 접지력이 상당하다. 코너를 화끈하게 공략해도 DSC가 거의 개입하지 않는데, 차와 죽이 척척 맞으니 운전에 자신감이 붙는다. 의외의 반전이었다.




이따금씩 ‘찌그덕’거리는 하체 소음도 서킷 안이라 더욱 즐겁다. 경량화에 공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7,000rpm 이상 맹렬히 회전하며 울부짖는 직렬 6기통 사운드는, M5처럼 정제되지 않고 날이 바싹 서 있다. BMW M이 꿈꾸는 목표도 이 차에 모두 녹아있다. 오늘 확인한 모든 M은, 단순히 서 있을 때보다 운전자와 함께할 때 빛이 난다. 내가 M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쁘고 멋져서 갖고 싶기보단, M과 함께 성장하는 내 모습이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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