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다음 레벨의 슈퍼바이크. 두카티 파니갈레 V4 S

조회수 2018. 8.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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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세상의 이치지만 파니갈레 V4에게서는 잃을게 없다
슈퍼바이크 경쟁에서 출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현재의 슈퍼바이크의  기준은 1000cc에 200마력 내외의 출력이다. 이 기준에서 누가 더 빠르냐를 겨룬다. 하지만 두카티는 파니갈레 V4의 배기량을 1103cc로 높였다. 100cc의 치트를 쓴 셈이지만 경쟁자를 압도하는 성능을 얻었고 무게마저 가볍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세상의 이치지만 파니갈레 V4에게서는 잃을게 없다. 물론 당신이 레이서가 아니라면 말이다.

파니갈레 시리즈는 현재 메이저 브랜드가 만드는 유일한 2기통 슈퍼바이크다. 두카티 본사가 자리 잡은 보르고 파니갈레 지역의 이름을 붙일 만큼 두카티의 자존심을 담고 있다. 하지만 두카티 슈퍼바이크가 줄곧 2기통에만 묶여 있던 것은 아니다. 이미 2003년 모토 GP에 진출하며 4기통 머신인 데스모세디치를 선보였고 도로용 레플리카모델인 데스모세디치RR 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야 본격적으로 4기통 슈퍼바이크를 선보이는 것이다. 요즘의 슈퍼바이크들은 성능 개선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할 만큼 상향평준화 되었다.

그에 반해 트윈엔진으로는 점점 겨루기 힘든 영역이 생기고 있다. 그런 경쟁아래서 태어난 파니갈레 V4는 더욱 확실히 다음 세대의 슈퍼바이크가 되어야 한다. 과연 V4를 탑재한 두카티는 어떻게 달려줄까?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가진 채 스페인의 발렌시아 서킷에서 새로운 파니갈레 V4 S를 만났다.

완전히 새로운

변치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것이 변했다. 더욱 날을 세운 디자인은 무척 진보적이다. 한번 파니갈레 V4가 눈에 익고 나면 기존의 파니갈레가 조금은 둔하게 보일 정도다. 기존의 특징들은 더욱 강조되었다. 가느다란 LED 주간주행등이 특유의 날렵함을 연출하고 헤드라이트는 인테이크 깊숙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날렵한 프런트는 각을 더 세웠고 리어는 꼬리를 세우듯 치켜 올라갔다.

차체를 구성하는 곳곳에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숨어있다. 스티어링이 연결되는 메인프레임과 스윙암과 시트레일이 전부 엔진에 붙어있고 엔진이 차대 강성을 담당하는 모노코크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슈퍼바이크에서는 두카티만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경량화에는 유리하지만 고도로 정밀한 섀시 설계가 필요하다. 엔진의 하우징에도 비틀림 강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실루엣은 평범하지만 전자장비는 연료탱크 앞쪽으로 옮기고 연료탱크를 시트 아래까지 늘렸다. 무게를 중심에 집중시키고 연료량에 의해 차량의 무게중심이 바뀌는 것을 최소화하는 설계다.

90도 V4에 트윈펄스 점화순서를 가진 엔진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두카티 L트윈의 비트를 더욱 잘게 쪼갠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박력은 줄었다. 점화 순서 때문에 엔진 사운드와 필링이 R1과 닮은 느낌도 있지만 애당초 R1이 직렬4기통에서 V4를 흉내 내기 위한 엔진형식이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회전의 거친 느낌과 엔진 전체에서 쏟아지는 기계소음은 두카티의 느낌 그대로다. 전체적으로 4기통 차량치고는 꽤나 굵은 진동이 느껴진다. 이러한 진동 때문에 다른 4기통 슈퍼바이크에 비해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지만 마치 레이스 머신같은 긴장감과 카리스마는 배가된다. 기통수가 두 배가 되었고 회전이 14500rpm까지 돌아가지만 여전히 샤우팅이 아닌 두카티만의 그로울링 창법으로 노래한다.

성능에 초점을 맞추다

가속 성능은 확실하게 향상되었다. 1299파니갈레도 트윈 엔진 특유의 높은 토크로 뛰어난 가속 성능을 내도록 설계되었고 실제로 타는 내내 파워풀한 가속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직선에서 가속할 때 오버토크로 초반부터 계속 프런트가 떠오르는 탓에 제 성능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V4는 스윙암을 60mm나 늘리고 휠베이스도 살짝 늘어났다. 또한 프런트에 무게 배분을 좀 더 주고 역회전 크랭크샤프트1)가 만드는 토크 리액션이 스로틀을 여는 순간 프런트를 눌러준다. 덕분에 가속 시 프런트를 안정시켜 줘 빠르게 가속할 수 있다.

그렇게 얻어진 폭발적인 가속은 라이더를 압도한다. 전에 느껴 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가속감이다. 마지막 코너에서 빠져나오면서 스로틀을 최대로 비틀며 스크린 뒤로 웅크리고 퀵시프트로 툭 툭 툭 변속만 해주면 직선주로가 순식간에 끝난다. 노면을 접어가듯 달리는 느낌은 축지법이 따로 없다.

발렌시아 서킷의 메인스트레이트가 시작되는 부분의 노면이 고르지 못해 프런트가 들썩이지만 윌리 컨트롤이 개입하며 최대가속을 유지한다. 214마력을 풀스로틀 한다는 것은 모토GP선수나 경험할 수 있던 것이지만 이제 파니갈레 V4에 오르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 되었다.

압도적인 브레이크 성능도 돋보인다. 브레이크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의 절대성능에 타이어의 그립과 그 타이어를 노면에 제대로 비벼주는 서스펜션의 삼박자가 필요한데 이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었으니 당연하다. 더 강력해진 신형 캘리퍼는 330mm 초대형 디스크를 물었고 올린즈 스마트 EC 전자식 서스펜션은 1초에 100번 댐핑을 바꿔가며 새로운 피렐리 슈퍼코르사SP 타이어를 노면에 밀착시켜준다. 덕분에 풀브레이킹을 하면 정말 아찔한 감속G를 느낄 수 있다.


정점의 퍼포먼스

역회전 엔진의 장점은 코너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코너의 시작점에서는 파니갈레 시리즈 특유의 가볍고 날카롭게 코너를 파고드는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4기통에게 예상되는 둔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크랭크 샤프트를 반대로 회전시켜 자이로 효과를 감소한 덕분이다. 또한 코너에서 가속 시 심해지던 언더스티어 성향을 줄여 코너를 빠져나가기 전에 가속을 시작해도 언더스티어 없이 깔끔하게 라인을 그려낸다. 오히려 약간의 가속이 선회력을 상승하며 빠르게 코너를 빠져나간다. 약간은 묘하면서 독특한 감각이다.

이곳 발렌시아 서킷은 발렌시아 GP로 유명한 모토GP서킷이다. 우리가 테스트를 위해 달린 코스 그대로 모토GP 레이스가 펼쳐진다. 이곳에서 두카티 테 스트라이더 알레산드로 바일리가 순정상태의 파니갈레 V4를 타고 낸 기록이 모토GP머신의 베스트 랩타임과 겨우 4초밖에 나지 않는다고 한다. 언뜻 4초가 큰 차이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파니갈레 V4가 기본적으로 일반 도로주행이 가능하고 내구성을 고려해 세팅 된 차량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인상적인 결과다.

전자장비의 진보도 돋보인다. 기본적으로 최신의 모터사이클에 들어가는 전자장비는 다 도입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슈퍼레제라에서 선보인 슬라이드 컨트롤도 기본으로 적용된다. S버전이기 때문에 첨단의 올린즈 세미 액티브 서스펜션도 적용된다. 게다가 주행모드와 별개로 트랙션 컨트롤이나 윌리 컨트롤, 슬라이드 컨트롤, 엔진브레이크 등의 설정 값을 메뉴를 찾아 들어갈 필요 없이 대시보드 상태에서 간단히 변경할 수 있는 등 인터페이스 전반에서 개선이 이뤄졌다.

226마력
 퍼포먼스 킷을 장착한 V4 S도 준비되었다. 아크라포비치의 풀 티타늄 배기시 스템을 장착하면 출력이 226마력이 된다. 스페셜 버전인 V4 스페치알레와 동일한 출력이 되는 것이다. 스로틀만으로 컨트롤해야 한다는 게 부담될 만큼 살벌하게 빠르다. 사운드는 훨씬 마음에 든다. 박력 넘치는 배기음으로 새로운 악보를 능숙히 연주해 낸다. 기본적으로 시트 역시 퍼포먼스 시트라 살짝 높은데 하체의 홀딩이 적당하다. 타이어는 디아블로 슈퍼바이크 슬릭타이어를 꼽았다. 이건 진짜 레이스 머신 느낌이다. 하지만 이 출력향상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숫자의 강력함보다 라이더에게 더 크게 와 닿는 점은 그 강력함을 얼마나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다

GP머신에 한없이 가깝다
 현재의 모든 슈퍼바이크들이 모토GP에서 배양 된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파니갈레 V4 S는 그중에서도 모토GP머신에 한없이 가까운 바이크라고 느껴졌다. 사실 GP머신을 타본 적이 없어 정확히 비교할 수 없음에도 이 바이크를 타보면 직감적으로 GP머신의 세계를 예측해 볼 수 있을 만큼 지금까지의 슈퍼바이크와는 다른 레벨에 있다. 모토GP 레플리카였던 데스모세디치 RR보다 훨씬 현실적이지만 강력한 슈퍼바이크다.

하지만 숫자의 강력함보다 라이더에게 더 크게 와 닿는 점은 그 강력함을 얼마나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다. 그런 면에서 파니갈레 V4 S는 최고다. 이 바이크는 강력한 성능에 다루기 쉬운 특성으로 누구나 자신의 실력 이상으로 빠르게 달릴 수 있게 해준다. 지금 시점에는 내가 어떠한 바이크를 타더라도 내가 V4 S를 탈 때보다 빠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타는 내내 감당하기 힘들만큼 강력한 가속과 감속이 교차되며 급격히 체력을 소모시키고 라이더에게 두려움과 괴로움을 동반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실로 엄청난 팜므파탈이다.



이처럼 기존의 슈퍼바이크들에 비해 큰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두카티의 개발능력과 아낌없이 사용한 첨단 기술도 있겠지만 배기량의 여유에서 비롯된 것이 크다. 현재 슈퍼바이크의 기준이 되는 1000cc를 훌쩍 넘은 배기량으로 넉넉한 토크를 얻었고 덕분에 역회전으로 엔진 출력을 까먹어도 충분히 넘치는 출력을 낸다. 이렇게 기존의 슈퍼바이크의 한계를 가뿐하게 넘게 해 준 치트,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은 아닌 것은 사실이다.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999cc의 파니갈레 V4 R이야 말로 진짜 경쟁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파니갈레 V4를 타고 트랙에서 순위를 다툴 레이서에게나 유효한 이야기다. 우리는 그저 더욱 풍부한 성능을 가져다 준 100cc 의 치트를 마음껏 도로와 트랙 위에서 즐기면 된다.


글 양현용 ㅣ 사진 DUCATI PRESS ㅣ 취재협조 두카티 코리아 www.ducati-korea.com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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