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시승기] 볼보 신형 S60 "요즘 볼보"

조회수 2018. 11. 14. 10:12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로스앤젤레스는 언제나 따사롭다. 하늘은 맑고, 해는 쨍쨍하다. 그동안 수없이 그곳으로 출장을 다녀왔지만, 비를 만났던 기억이 없다. 운이 좋았던 걸수도 있지만, 여행만 가면 비가 온다는 ‘비의 요정’도 그곳에서는 눈부신 여름만 만나게 될 거다.


축복받은 땅이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부러웠다. 벤치에 비스듬히 앉아서 산타 모니카 해변을 바라보는 거지의 삶도 괜찮아 보일 정도로. 유명한 해변답게 사람들은 북적거렸지만 불편하지 않았고, 바람은 쉼없었지만 상쾌했다. 우리는 왜 사계절이 있는게 좋은 거라는 주입교육을 받았던 걸까. 옷도 여러벌을 사야하고, 심지어 자동차 타이어도 계절마다 바꿔야 하는데.


대부분의 출장이 그렇지만, 신세와 맞지 않게 꽤 비싼 호텔에 묶게 된다. 산타 모니카 해변을 바로 앞에 둔 호텔은 하룻밤에 백만원이 넘는다. 독특한 건물 구조 때문에, 창을 열어도 바다가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물론 바다가 보이는 방도 있다. 그 방은 훨씬 더 비싸고, 예약 조차 힘들다. 로스앤젤레스, 산타 모니카, 호텔의 위치, 그리고 이 호텔의 역사, 분위기, 직원들의 친절함 등이 하룻밤에 백만원이라는 가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투숙객들은 이 모든 것에 흥쾌히 동의한 거다.


브랜드의 가치는 때론 브랜드 스스로가 결정하기도 한다. 엄청난 자신감이 동반돼야 하는 거지만, 확고한 철학으로 제품을 만들게 되면 “우린 이렇거든, 인정해줘”라고 하는게 가능하다. 요즘 볼보가 그렇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충만하고, 연이어 스스로를 훌쩍 뛰어넘는 제품을 만든다. “볼보가 언제부터 프리미엄이었냐”라는 비아냥에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답을 하고 있다.


8년만에 풀체인지된 신형 S60은 이전 세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졌다. 디자인은 볼보의 정점을 찍은 것만 같고, 운동 성능도 독일 컴팩트 세단과 어깨를 견줄 만큼 좋아졌다. 안전장비는 말할 것도 없다. 이제는 반대 차선에서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접근하면, 그것마저 알아채고 오토 브레이크 시스템을 켠다. 무난했던 S60은 다른 이의 여자친구처럼 더 매력적으로 변했다.


볼보가 가장 먼저 강조했던 것은 ‘역동성’이었다. 볼보는 망설임도 없이 S60을 ‘스포츠 세단’이라고 불렀다. 슈퍼 차저와 터보 차제가 모두 달린 2.0리터 가솔린 엔진은 340마력으로 출력이 높아졌고, 핸들링 높이기 위해 서스펜션 구조도 바꿨다. 더 비싼 모델의 섀시를 그대로 채용했고, 이전 세대 모델과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해 세밀하게 다듬었다.


산타 모니카에서 말리부 해변까지 쏜살같이 달렸다. 도로에 차도 많지 않았고, 마일과 킬로미터가 아직 정확하게 계산되지 않을 시점이었다. 또 승차감은 단단하지만, 소음이 적고, 시야가 좋았기 때문에 사실 속도에 따른 공포감이 크지 않았다. 일렬종대로 늘어선 야자수가 흐릿해지기 시작했고, 어느덧 눈앞에서 바다가 사라졌다.


깊은 골짜기를 통과하니, 검붉고 메마른 협곡이 나타났다.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이는 내비게이션의 루트는 우리네 인생처럼 정신없이 꼬여있었다. 오른발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오갔다. 잠시도 쉴틈이 없을 정도로 길은 격했다. 도로의 끝은 아슬아슬했다. 옆을 스치는 트럭의 크기도 우리나라와는 달라서 코너를 탈출할 때 마주치면 정신이 바짝 들기도 했다.


볼보 신형 S60의 크기(단위: 인치).

파워트레인보다 섀시의 발전이 더 눈부셨다. 볼보는 오랜 시간 최첨단 시뮬레이터와 전세계를 돌며 데이터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전 세대 S60에 비해 서스펜션의 캠버값을 높이고, 캠버의 강도와 무게 배분을 강화했다. 전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의 댐퍼와 스프링은 차체가 도로에 가깝게 붙어있는 느낌이 들도록 튜닝됐고, 이전 세대 모델보다 충격을 더 잘 흡수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전륜구동의 중형차 중에서도 핸들링이 뛰어난 몇몇 모델이 있는데, 신형 S60은 그들 중에서도 발군이다. 물론, S60 T6는 앞바퀴의 힘으로만 달리지 않는다. 뒷바퀴에도 때에 따라 적절한 토크가 전달되며, 코너를 빠른 속도로 돌아나갈 땐, 그 역할이 더 부각된다. 주행감각은 그동안의 볼보 중에서 가장 다이내믹하고, 완성도도 높다.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볼보는 2014년 2세대 XC90을 시작으로 빠르게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몇 차종을 제외하면 전부 ‘요즘 볼보’로 풀체인지 됐거나 혹은 새롭게 태어났다. 아무래도 변한 볼보를 자주 접하다보니, 처음과 같은 놀라움이나 충격은 다소 수그러들었다.


그래서 파워트레인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졌다. 더 강력해졌지만, 성격이 달라지진 않았다. T6는 고성능을 지향하지만 심심했다. 제원에 비해 폭발력은 크지 않았고, 아이신의 8단 자동변속기는 느긋하기만 했다. 트림에 따라 다양한 성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볼보도 알고 있지만, 아직 변화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흔치 않다. 볼보는 성급하게 청사진을 내놓지 않았다. 힘든 시기를 묵묵히 견뎠다. 그리고 결국 재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하는 돈과 시간을 얻게 됐다. 그래서 요즘 볼보는 드라마틱하다. 질 좋은 제품이 전부는 아니다. 개발 과정, 판매 전략, 생산 지역, 현지 전략 등 모든 부분의 역량이 두터워지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 발전’의 ‘올바른 예’라고 생각될 정도다. 이런 흐름 속에서 완성된 신형 S60은 충분히 믿을 만하고, 가치있어 보인다.


참고로, 볼보 신형 S60은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며, 한국에는 내년 여름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에 선보일 엔진 라인업이나 세부적인 트림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시승한 T6를 필두로 T5 등의 가솔린 모델이 먼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LA=김상영기자 sy.kim@motorgraph.com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http://www.motorgraph.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