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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포르쉐 718 박스터 GTS "피 끓는 청춘"

조회수 2018. 7. 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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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 박스터는 생동감이 넘친다. 가볍고 경쾌하다. 누구나 쉽고 재밌게 차를 몰 수 있다. 한마디로 718 박스터는 즐거운 차다. 그런데 718 박스터에 GTS가 더해지면,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다.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GTS의 거친 소리는 심장을 옥죈다.


박스터 앞에 718이 붙으면서 박스터는 조금 더 전투적으로 변했다. 한가로이 낭만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서, 종회무진 도로를 달리고, 서킷에서 하이빔을 연달아 누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사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포르쉐는 새로운 정체성을 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대부분의 외부 패널을 새롭게 제작했고, 엔진도 바꿨다. 생산지도 옮겼다. 외주를 끊고, 911과 함께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풀체인지도 그 발전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각박한 시대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718 박스터는 마치 몇 세대를 건너뛴 것처럼 보였다. 718 박스터의 기본 모델만으로도 ‘반세대’ 전 박스터 GTS를 힘으로 가볍게 눌렀고, 움직임까지 더 기민해졌다. 그리고 ‘718 박스터 GTS’는 역대 박스터 중 가장 하드코어한 ‘박스터 스파이더’보다 더 빠른 박스터가 됐다. 또 속도면에서 911과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2.5리터 4기통 박서엔진은 터보 차저의 도움으로 365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43.8kg.m. 무게는 1450kg. 국산 중형차보다 가볍다. 그러니 훨훨 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4.3초에 불과하다. 차가 작고, 몹시 낮아서 체감은 더 황홀하다. 바닥에 붙어서 쏜살같이 달린다. 순간적인 폭발력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준이지만, 최고속도로 다가가는 상황이 더 감동적이다.


718 박스터 GTS는 배기 사운드마저 순수하다. 발끝으로 페달을 살짝만 건드려도, 사나운 개처럼 으르렁거린다. 배기 시스템은 여러 목적이 있지만, 718 박스터 GTS의 것은 오직 배기가스를 빠르게 내뿜어내는데 모든 초점이 맞춰진듯 하다. 배기플랩이 열리면, 득음한 소리꾼처럼 날카롭고 또렷하게 소리를 전하고, 함께 도로를 달리는 평범한 이동수단들은 청중이 된다.


7단 PDK는 아주 능숙하게 새로운 터보 엔진을 달랜다. 세살배기 아기를 다루듯,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엔진을 돌리다가도, 빠르게 달려야 할땐 엄격하게 대한다. 절도있고 빠른 변속을 통해 속도는 쉼없이 오른다. 718 박스터 GTS는 시속 290km까지 달릴 수 있고, 최고속도를 향하는 과정이 더 쉽고, 빠르게 진행된다. 운전자의 심장이 작아서 무서울 뿐이지, 718 박스터 GTS가 주는 불안감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718 박스터 GTS은 차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낮은 속도에서 가속력을 높이는 것보다, 궁극적인 최대능력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강력한 엔진과 똑똑한 변속기의 조합, 단단한 차체와 유연하고 상황 대처가 빠른 섀시, 고성능 타이어와 엔진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브레이크 시스템 등 수많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2.5리터 6기통 엔진이 달린 1세대 박스터의 최고속도는 시속 240km였다. 718 박스터 GTS가 얼마나 치밀하게 만들어졌는지 상대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포르쉐가 사용하는 첨단 기술도 718 박스터 GTS에는 아낌없이 들어찼다. GTS의 특징이기도 하다. 주로 디젤 엔진에 사용되던 VTG(가변 터보 지오메트리) 시스템을 포르쉐는 911을 통해 최초로 가솔린 엔진에도 적용했고, 박스터에도 도입했다. 상황에 따라 터빈의 날개가 변하는 VTG를 통해 엔진의 힘과 효율을 동시에 챙겼고, 터보 엔진의 억지스러움까지 감췄다. 911, 파나메라 등에 적용된 액티브 엔진 마운트도 718 박스터 GTS에 적용됐고, 포르쉐 토크 벡터링(PTV), 포르쉐 스테빌리티 매니지먼트(PSM),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등 911에 적용되는 이로운 기술이 718 박스터 GTS에는 기본으로 적용됐다.


여러 고급 기술을 바탕으로 718 박스터 GTS는 마치 게임처럼 산길을 오르고 내린다. 쉽사리 중심을 잃지 않는다. 어찌보면 미드십 구조를 포르쉐는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누구보다 낮은 위치에 엔진이 실렸다. 뚜껑까지 열면 무게 중심은 미세하게 더 낮아진다. 포복으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우사인 볼트처럼 달린다. 그래서 방향 전환은 더 자유롭고, 안정적이다. 칼같은 핸들링은 718 박스터 GTS를 두고 말하는 거다. 스티어링휠 조작에 따라 앞머리를 획획 돌고, 속도를 높여도 여간해선 몸을 비틀지 않는다.


강렬한 햇볕이 정수리로 떨어질 때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지만 나무가 울창한 산길에서는 컨버터블의 진가가 발휘된다. 시원한 바람이 윗머리를 쓰다듬고, 여과없이 718 박스터 GTS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소프트톱은 도심을 달리는 와중에서도 쉽게 접고 펼 수 있다. 그 과정도 빠르고,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스마트키로 조작할 수도 있다.


포르쉐의 ‘GTS’는 특별하다. ‘터보’와는 다르다. 터보의 하위 등급이 아니다. GT3나 GT4 등의 엔트리 등급이라고 보는게 옳다. 작고 가벼운 스포츠카의 특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면서도, 고성능 모델의 스타일과 움직임까지 지니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혈기왕성함을 잃지 않고, 제목소리를 또렷하게 낸다. 718 박스터 GTS는 포르쉐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어떤 모델보다 쉽게 알려주는 차다.



김상영기자 sy.kim@motorgraph.com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http://www.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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