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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나의 로망, 포드 뉴 머스탱

조회수 2018. 12. 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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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말은 덩치 큰 대형차들의 잔치였다. 제네시스 G90와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가 주인공이다. 월별 국내 자동차 판매량을 봐도, 그랜저나 G80 등 뒷좌석 널찍한 자동차가 연신 인기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 옮기면 고를 수 있는 차가 정말 많다. 어차피 출퇴근용으로 혼자 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기왕이면 더 늦기 전에 폼 나는 차 한 번 타보고 싶지 않은가.

글 강준기 기자|사진 임근재 실장(www.studio-z.co.kr)



누구나 스포츠카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현실적 장벽’을 핑계로 꿈만 꾼 채 살아간다. 오늘 소개할 모델은 그 장벽을 허무는 차, 포드 뉴 머스탱 2.3이다. 준·대형차와 비슷한 ‘손에 잡히는’ 4,000만 원대 가격은 물론, 낮은 배기량과 4인승 구조로 유혹한다. 직선으로 ‘툭툭’ 빚어낸 남성미 물씬한 스타일은 덤. 50년 넘는 헤리티지까지 품었다.

무스탕, 무스탕 하던 그 차


머스탱은 1964년에 등장한 미국의 대표적인 스포츠카. <전격 Z 작전>과 <불릿>, <007 썬더볼 작전>, <식스티 세컨즈> 등 수많은 영화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41만8,000여 대 팔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쿠페로 등극했다. 이번 모델은 6세대 부분변경 버전. 안팎 디자인을 다듬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곁들였다.

언뜻 보면 이전 모델과 외모 차이를 알아채기 힘들다. 하지만 변화의 폭이 생각보다 크다. 가령 헤드램프의 각을 세우고 눈매 안쪽을 뾰족이 다듬었다. 라디에이터 그릴 크기도 키웠다. 두툼한 보닛 주름과 중앙의 숨구멍도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화장 조금 고쳤을 뿐인데, 이전보다 남성미가 물씬하다. 큼직한 야생마 엠블럼은 54년 전통 DNA의 상징이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790×1,915×1,380㎜. 기아 스팅어와 비교하면 40㎜ 짧고 40㎜ 넓으며 20㎜ 낮다. 미제 ‘머슬카’라고 으레 덩치가 클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공차중량은 1,675㎏으로 예상보다 가볍다. 네 발에 끼운 19인치 알로이 휠과 피렐리 P 제로 타이어, LED 세 줄기로 나눈 테일램프도 머스탱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 한 몫 한다.





길쭉한 도어를 열면, 화려한 센터페시아가 시야를 가득 메운다. 다소 투박한 느낌도 들지만 조립품질은 흠 잡을 데 없다. 동그란 송풍구와 네모난 터치스크린, 전투기 스위치 연상시키는 각종 아날로그 버튼을 조형적으로 조화롭게 맞물렸다. 특히 이번 머스탱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계기판 대신 12인치 디지털 모니터를 통째로 심어 최신 트렌드를 좇았다.

“역시 스포츠카는 이런 맛이지.” 최근 덩치 큰 SUV만 줄기차게 타다 머스탱에 앉으니 세상 신기하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과 우뚝 솟은 기어레버가 운전 욕구를 자극한다. 오디오 볼륨 높이거나 주행모드 버튼 누르는 사소한 경험마저도 특별하다. 주변 시야도 기대 이상 시원스럽다. 가죽을 씌운 시트는 넉넉하고, 머리 공간도 여유만만이다.





머스탱의 휠베이스는 2,720㎜로 현대 아반떼보다 20㎜ 길다. 그래서 뒷좌석도 생각보다 탈 만하다. 구색 갖추기 위한 ‘쪽방’이 아니다. 어차피 뒷좌석 공간 휑한 그랜저를 산들 한 달에 한 번 가족 외식은커녕 여행 가기조차 쉽지 않다. 대부분 나 혼자 타는 찬데, 2열 공간 낭비할 필요 없다. 머스탱의 뒷좌석은 아담하지만, 가끔씩 아이들 태우는 데 문제없다.

이번 머스탱은 편의장비도 양껏 담았다. 앞좌석에 열선 및 통풍 기능을 3단계씩 챙겼다. 듀얼 존 전자동 에어컨과 동반석 전동 시트도 기본. 또한, 1000와트(W) 출력 뿜는 B&O 오디오가 들어가는데, 실내 곳곳에 무려 12개의 스피커를 심었다. 아이나비 최신 내비게이션과 메모리 시트도 반갑다. 단, 정차 시 발목의 피로감을 줄이는 ‘오토홀드’가 없어 아쉽다.

6단에서 10단 자동변속기로 업그레이드


단순히 화장만 고쳐 신형 행세하는 건 아니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3L 가솔린 터보와 V8 5.0L 가솔린 자연흡기 두 가지다. V8 5.0L 가솔린 엔진은 각 실린더 당 두 개씩 총 16개의 인젝터를 물렸다. 이전의 두 배다. 배기량은 4,970에서 5,030cc, 압축비는 11:1에서 12:1로 높였다. 아울러 두 엔진 모두 기존의 6단 자동 대신 10단 자동변속기로 갈아탔다.

머스탱 GT를 매일 타기엔 연료비가 부담스럽다. 중심은 2.3 에코부스트다. 대부분 ‘GT의 염가 버전’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나의 선택은 2.3이다. 5,600rpm에서 최고출력 291마력, 3,000rpm에서 최대토크 44.9㎏·m를 뿜는다. 1.6t(톤) 남짓 한 뒷바퀴 굴림(FR) 쿠페를 굴리기에 손색없는 실력이다. 복합연비는 9.4㎞/L,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79g/㎞다.




‘머스탱’하면 웅장한 V8 사운드를 빼놓을 수 없다. 나 역시 4기통 머스탱에 큰 기대를 안 했다. 그러나 의외의 반전이 숨어있다. 주행모드는 일반과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트랙, 눈길/빗길 등 다양하게 들어갔는데, 어떤 모드에서든 체감 사운드가 6기통 대배기량 스포츠카 뺨친다. 또한, 기어를 10단으로 잘게 쪼갠 결과 가속과 항속능력 모두 올라갔다.

의외의 반전, 코너링 스피드


2.3 에코부스트 엔진은 작은 배기량으로 고출력 뽑기 위해 커다란 터빈을 쓴다. 그래서 터보엔진 특유의 지연반응이 다소 있었다. 그러나 신형은 촘촘한 기어비 혜택을 톡톡히 봤다. 엔진의 회전질감도 잼 발라 놓은 듯 부드럽다. 가속 페달 밟을 때 공기 빨아들이는 소리도 터보 엔진의 특권. 스포츠 모드부턴 4기통 엔진치고 꽤 박력 넘치는 사운드를 뿜어댄다.

예상 밖이었다. 사실 도심 주변에서 간단하게 시승을 마치려고 했지만, 의외의 재미에 굽잇길 마니아의 언더그라운드 성지, 00산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굽잇길에선 오히려 머스탱 GT보다 2.3 에코부스트가 내 취향에 더 맞았다. 앞 차축의 무게가 가벼워 조종감각이 더욱 또렷한 까닭이다. 덕분에 코너에서 패들 시프터 눌러가며 들쑤시는 재미가 쏠쏠하다.



V8 5.0L 가솔린 엔진의 풍성한 출력도 좋지만, 300마력 남짓한 엔진을 회전 한계까지 돌려 짜릿하게 주행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주행모드 스위치를 ‘트랙’으로 바꾸면, 머스탱은 계기판을 빨갛게 물들여 긴장감을 높인다. 댐퍼와 스티어링 휠은 더욱 뻣뻣해지고, 모든 페달과 엔진 반응은 날을 바짝 세운다.

특히 선회 시 좌우 구동바퀴에 회전 차이를 주는 차동제한장치(LSD)는 2.3 에코부스트에도 있다. 덕분에 코너를 조금 과한 속도로 진입해도, 가속 페달을 떼 살살 달래기보다는 페달을 밟아 코너링 스피드를 더욱 높일 수도 있다. 피렐리 P 제로 타이어는 시종일관 끈끈한 접지력으로 노면을 붙든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고무의 비명을 듣기 어렵다.



타이어 사이즈는 앞뒤 모두 255/40 ZR19. 통상 고출력 뒷바퀴 굴림(FR) 자동차는 앞보다 뒤쪽에 더 넓은 타이어를 끼운다. 강력한 구동토크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유지관리 측면에서, 앞뒤 타이어를 교환할 수 없어 다소 부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머스탱은 앞뒤 사이즈가 같다. 따라서 고성능 타이어지만 상대적으로 더 알뜰하게(?) 쓸 수 있다.

압권은 마그네라이드 댐핑 시스템이다. 타이어 성능을 더욱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댐퍼 안의 자성체가 전류 흐름에 따라 정렬하고, 흩어지며 댐핑 압력을 1,000분의 1초 간격으로 주무른다. 코너 바깥쪽에서 버티는 힘이 상당한데, 까마득한 한계에 내가 먼저 포기했다. P 제로 대신 한 두 단계 낮은 타이어를 신겨 머스탱과 천천히 친해지는 게 좋을 듯하다.


2.3 에코부스트도 충분히 이런 액션이 가능하다.

영화 속에서 머스탱은 주로 드래그 레이스를 뛰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미국 스포츠카는 직선로에서만 뛰어나다”고 속단하기 쉽다. 과거의 나 또한 그랬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조작과 반응은 틈을 주지 않고 붙어 다녔다. 가속은 호쾌하고 제동은 통쾌했다. 특히 앞바퀴의 대용량 디스크 로터와 4피스톤 캘리퍼 덕분에 이날 내 간은 배 밖으로 튀어 나왔다.

출퇴근 용도로도 손색없어


서울로 돌아가는 길. 주행모드는 노멀, 시트는 느긋한 자세로 바꿨다. 10단 자동변속기는 ‘신의 한 수’였다. 시속 45~50㎞ 부근에서 이미 7단 기어까지 갈아타고, 시속 90㎞ 안팎이면 10단까지 단숨에 치고 오른다. 평범하게 달릴 땐 1,500rpm 이하에서 모든 가속을 끝내고, 정차 중엔 시동마저 끄고 켠다. 살뜰한 연비를 챙긴 일등공신들이다.

머스탱 최초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반갑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기본. 보행자를 인식해 차가 스스로 빗장 거는 긴급제동 보조(AEBS), 차선 이탈 막는 차선유지 보조(LKAS)도 아울렀다. 덕분에 도심의 상습정체 구간을 지날 때도 기대 이상 편안하게 몰 수 있다. 4,000만 원대 스포츠카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이처럼 많다.




포드 머스탱은 외모지상주의로 물든 사회에서만 호평 받을 차가 아니었다. 움직임의 깊이와 결에서 반세기 이상 숙성시켜 온 내공이 절절히 묻어난다. 갖가지 옵션 곁들여 풍요롭게 타는 대형 SUV도 좋다. 그런데 비슷한 예산으로, 머스탱을 고르면 삶과 가치관이 달라진다. 인생은 짧다. 로망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아빠들이여, 도전하라! 더 늦기 전에.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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