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전기차에 소리를 입히다..시각장애인과 협력
전기자동차를 운전하다보면 귀가 먹먹한 느낌을 받곤 한다. 시끄러운 엔진과 머플러가 없으니 바람 소리와 타이어 소음만 아득히 들린다. 시속 20㎞ 이하로 달리는 골목길에선 주변 보행자가 자동차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시각장애인이라면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줄 수 있다. 소리에 의존해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규어는 시각장애인과 협력해 전기차 청각경고 시스템(Audible Vehicle Alert System, 이후 AVAS)을 개발해 I-페이스에 심었다. AVAS는 라디에이터 그릴 속에 자리해 특정한 소음을 낸다. 단순한 소리보다는 차의 속도와 함께 볼륨을 높인다고. 바람과 타이어 소음이 차의 접근을 경고하기에 충분하다고 간주하는 시속 20㎞ 이하에서만 작동한다.
재규어 NVH 엔지니어인 레인 서필드(Lain Suffield)는 “전기차는 전통적인 엔진 소음이 없으므로 맹인이나 시각에 문제가 있는 보행자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모든 도로 사용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AVAS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약 4년 간 시각장애인 자선단체와 공동 개발했으며, 내년 7월에 유럽 국가들이 시행할 예정인 최소 56dB(데시벨) 규정을 미리 충족시켰다.
단순한 소음 장치 같은데, 개발 기간이 4년이나 필요했다. 그 만큼 까다로웠다. 가령, 최초 테스트 당시 ‘공상 과학 우주’에 가까운 소리를 실험했는데, 보행자와 맹인 안내견은 해당 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그래서 재규어는 “다양한 도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수많은 사운드를 실험했다”고 전했다. 다가올 전기차 시대, 파워트레인 만큼 해결해야 할 숙제가 수두룩하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재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