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전기차 같은 하이브리드, 2018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조회수 2018. 7. 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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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양평에서 2018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미디어 시승으로는 두 번째 어코드이다. 지난 번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와, 1.5 터보를 타보았기 때문에 이번 하이브리드 모델 또한 꼭 타보고 싶었다. 혼다가 그토록 자신하는 어코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어떤 차량일지 무척 기대됐다.

하이브리드 하면 보통 ‘친환경, 높은 연비’를 떠올리기 쉽다. 엔진의 특성상, 저회전에서는 토크가 부족하여 연료소비가 많은데, 이를 처음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모터를 이용해 연료효율을 높이는 것이 기존까지 하이브리드 차량이었다. 고성능 차량에서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에 모터의 힘을 더해 더욱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 예전에는 ‘연비’ 하면 디젤차를 꼽았다. 하지만 요즘은 디젤게이트의 여파로 예전에 비해 디젤차 판매 점유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반대로 가솔린 차량 점유율이 증가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가솔린에 비해서는 적지만, 전기차 보다는 많이 팔리며 점차 꾸준하게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2018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지난 2017년 출시한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소폭 개선한 모델이다. 2015년 프로토타입을 출시한 이후, 거의 1년 단위로 업데이트 된 3세대 i-MMD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2 리터 엣킨슨 사이클 i-VTEC 엔진과 i-MMD가 조합되어, 시스템 출력 215마력을 낸다. i-MMD는 Intelligent Multi Mode Drive의 약자로 총 세 가지 방식으로 주행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의미한다.

2018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두 개의 모터가 들어있다. 하나는 발전용, 하나는 주행용이다. 모터는 용도에 따라 독립적으로 사용된다. 주행모드는 각각 EV 모드, 하이브리드 모드, 엔진 모드로 나뉘어 동작한다. EV모드는 배터리의 전력으로 모터를 구동한다. 주로 저속, 중속에서 작동한다. 하이브리드 모드는 엔진을 구동하여 발전하면서, 배터리의 전력까지 함께 쓴다. 가속 상황시, 높은 출력이 필요할 때 사용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에는 다단 변속기가 없고, 엔진이 구동축과 전자식 락업 클러치로 직결된다. 엔진 모드는 고속 크루징 중에 주로 사용된다. 엔진 모드는 계속 사용되지 않고, 항속 중에 EV모드와 번갈아 가면서 작동한다. 일반적으로 변속기가 없는 모터는 고속으로 달릴수록 마찰저항이 증가해, 효율이 떨어진다. ECU는 부하와, 엔진 회전수를 고려, 모터보다 엔진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면 락업 클러치를 연결하고 엔진으로 구동하게 된다. 모터가 필연적으로 가지는 고속영역에서의 단점을 전자식 락업 클러치로 극복하는 것이다. 엔진은 고속용 기어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발전기로만 연결된다. 정리하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레인지 익스텐더 방식과 유사한 전기차에, 고출력이 필요할 때는 발전기를 돌려 모터에 높은 전력을 공급하고, 고속영역 같은 특정 구간에서만 클러치를 이용해 엔진이 직결되는 하이브리드이다.

 

17년 어코드 하이브리드 대비, 엔진 열효율 40% 증가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연비도 좋다. 3세대 i-MMD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해 도심연비 19.2 km/l, 고속도로 18.7 km/l, 복합 18.9 km/l를 끌어낸다. 수치상으로는 지난 2017년 하이브리드보다 소폭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주행시에는 훨씬 높은 연비가 나온다. 앞뒤가 안 맞는 주장처럼 보이겠지만, 이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혼다는 기존 2017년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장착되었던 2리터 엣킨슨 사이클 엔진의 연소시스템을 개선하여, 열효율을 40 %나 높인 것이다. 혼다코리아 측에서는 ‘연비 측정을 사람이 하다 보니,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연비가 떨어진 부분과 관련해서는 배터리를 모두 방전시킨 후, 측정하는 국내 하이브리드 연비측정 방법과 i-MMD시스템이 판단하는 발전량이 관련된 것은 아닐까 추측된다.

 

희박연소에서 중요, 균일한 혼합기 분사

자연 발화되는 디젤 엔진보다, 가솔린 엔진에서 연소효율은 더욱 중요하다. 연료를 극단적으로 적게 분사하는 희박연소의 경우, 연료가 공기와 잘 섞기지 않으면 점화플러그에서 출발한 화염이 제대로 실린더 전체로 퍼지지 못한다. 직분사 방식에서는 고압 인젝터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만, 멀티포트 방식에서는 조금 다르게 해결한다. 근본적으로 실린더 내부에 혼합기가 들어갈 때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퍼질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말끔하게 흐르는 혼합기의 흐름을 깨뜨린다. 혼다는 포트의 형태와 밸브 형태를 유체역학적으로 설계하여, 혼합기가 빠르게 흐르면서도 잘게 쪼개져 난류가 되도록 했다. 이 난류는 실린더 내부로 균일하게 퍼질 수 있어 연소효율이 높아진다. 혼다는 2018 어코드 하이브리드에는 슈퍼 하이 플로우 텀블 포트와 작아진 연소실, 매끈하지 않고 난류를 잘 발생시킬 수 있도록 디자인 된 볼-인 크라운 피스톤이 적용되어 균일하게 퍼질 수 있도록 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경쟁차량인 캠리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보자. 캠리 하이브리드의 시스템은 2.5리터 178마력 엔진에, 모터 120마력, 시스템 출력 211마력이다. 주로 사용되는 구동부는 엔진이고, 모터는 보조하는 형태다. 토요타는 파워 스플릿 디바이스(PSD)라는 플래네타리 기어 세트(태양과 행성들처럼 이루어진 기어)로 엔진-CVT변속기-모터가 직, 병렬 연결되어 각각 구동되거나, 동시에 구동력을 연결한다. 연비는 도심 17.1 km/l, 고속 16.2 km/l, 복합 16.7 km/l이다. 공차중량은 캠리 하이브리드가 1,655 kg으로 어코드 하이브리드보다 100 kg 무겁다.

 

가솔린 모델과 전혀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

우리가 시승한 모델은 하이브리드 투어링이다. 기본 EX-L 모델에 혼다센싱, 액티브 컨트롤 댐퍼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레인와치 등 모든 옵션이 들어간 상위모델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기존의 가솔린 차량과는 달랐다.

엔진도 같은 2리터지만 고정 압축비 오토 사이클이 아닌, 가변 압축비의 엣킨슨 사이클 엔진이다. 또 리튬 이온 배터리가 1.3 kWh짜리가 들어가 있다. 변속기도 없다. 휠은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공기역학적인 휠이다. 막힌 부분이 뚫린 부분보다 훨씬 넓다. 여기에 노면 소음을 줄여주는 레조네이터가 장착되어 소음을 줄여준다. 다만 타이어가 구름저항이 적은 미쉐린 에너지세이버 225/50R17 사계절 타이어이기에 노면상태가 안좋은 곳에서는 약간의 소음이 있다.

2018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희토류를 빼고, 영구자석 개발하여 사용한 모터, 구동축 샤프트 내부를 통해 냉각하는 새로운 냉각 구조 등으로 모터의 효율을 높였다. 네오디움 같은 희토류를 사용하면 높은 성능을 쉽게 낼 수 있지만, 공급이 불안정한 자원인지라 자칫하면 차량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차량에 탑승해 시동을 걸었음에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만이 흘렀다. 실외에서 들어보니, 가끔 에어컨 컴프레서 모터 소리가 들렸다. 가솔린 차량은 벨트에 에어컨 컴프레서가 함께 물려서 돌아간다. 그래서 응당 엔진과 각종 펌프들이 벨트에 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에어컨 컴프레서가 꺼지자 아예 적막하기 까지 했다. 계기판을 보니 배터리는 반 정도 충전된 상태가 표시되었고, 가속페달을 밟자 EV모드로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다. ‘충전구만 없지, 이거 영락없는 전기차구만’을 속으로 되뇌이며 시승을 시작했다.

 

전자식 브레이크 부스터

하이브리드 모델은 엔진이 자주 돌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점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브레이크는 ‘진공 부스터’라는 부품이 페달 밟는 힘을 강하게 해준다. 진공을 만드는 것은 엔진 실린더가 공기를 빨아들일 때 생긴다. 그래서 시동을 끄고 브레이크 페달을 여러 번 밟으면 진공 챔버에 충전된 진공이 다 소모되어, 무척 단단하게 되는 것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아예 진공 챔버를 없애고, 서보모터 제어 방식으로 전기모터를 브레이크 부스터로 사용한다. 그럼에도 페달 밟는 느낌은 가솔린 차량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제동력 또한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감속하는 초반에는 회생제동을 주로 쓰다 보니,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을 일이 별로 없다.

 

가속할 때 들려오는 엔진소리

초중속 가속을 시작하자, 엔진이 돌기 시작한 것을 소리로 알 수 있었다. 엔진이 기계적으로 물려서 돌지 않고, 모터의 출력을 쓰면 쓸수록 더 많은 발전을 하는, 말하자면 하이브리드 디젤 기관차 같은 방식이었다. 스포츠모드로 바꾸고 가속페달을 깊숙히 밟아서 속도를 올리니, 더 확실히 엔진소리가 실내로 들어왔다. 하지만 소리도 작고, 높은 톤의 소리가 들리니 그다지 거부감은 없었다. 열심히 발전하는 엔진소리 뒤로 작게 모터소리가 들렸다. 모터와 변속기 동작 소리는 신경 쓰지 않으면 그렇게 크게 들리지 않았다. 전기차에는 워낙 조용하다보니 좋은 오디오시스템을 달아야 한다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생각보다 약한 회생제동

스티어링 휠 양쪽에는 패들이 달려있다. 하지만 변속기가 없는 하이브리드는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회생제동 모드는 총 4단계 강도로 조절되며, 적게 감속하거나 또는 강하게 감속할 때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듯이 사용하면 된다. 일반 모드일 경우 감속이 끝나면 초기화 되는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감속 설정값이 계속 유지된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뗌과 동시에 회생제동이 작동하며, 모터가 적극적으로 배터리에 충전하며 감속이 이루어진다. 다만 일반 다른 전기차처럼 아주 강하게 걸리진 않아서, 아쉽게도 원 페달 드라이빙은 불가능하다. 보통 엔진브레이크가 걸리는 것과 비교해보아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회생제동 강도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띈 상태로 조절 가능하며, 오른쪽 + 패들은 감속량을 크게 하고, 왼쪽 - 페들은 감속량을 적게 한다.

 

소형화된 배터리 모듈

일반적으로 배터리 모듈에 부착하던 DC-DC 컨버터를 차량의 출력을 제어하는 파워 콘트롤 유니트(PCU)와 통합시키고, 구조 부품을 축소하여 기존보다 32%로 배터리 모듈을 소형화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작아진 배터리 모듈은 뒷좌석 하단에 내장함으로써, 기존에 손해 보던 트렁크 공간을 다른 일반 모델과 똑같이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뒷좌석 측면에 있던 커다란 배터리 냉각 홀은 센터 터널 근처로 눈에 띄지 않게 옮겼다.

 

밸런스 높은 주행성능은 그대로

배터리가 뒤쪽에 장착되면 으레 차량 앞뒤 무게배분이 달라지지만, 혼다는 촉매를 비롯한 많은 부품들을 엔진룸에 설치함으로써 60:40 무게 배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다보니 고속에서 조향이 불안해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액티브 컨트롤 댐퍼와 17인치 휠의 조합으로 부드럽게 빠져나가는 코너링은 그대로였다. 전기 모터로 높은 토크를 발휘하다보니 가속감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주행 안정성도 좋았다. 시승 주행 중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많은 비로 인해 물웅덩이가 군데군데 생겼지만 차량이 떨리거나 멋대로 움직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굳은 날씨에도 혼다 센싱은 잘 작동했다. 많은 비로 시야가 나빠 차선을 이탈하려고 할 때마다, 스티어링을 보정해서 차선 안쪽으로 유도했다. 사람보다 못할 거라는 예상을 뒤엎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이브리드, 살만할까

하이브리드 구매가 꺼려지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전기모터 때문이다. 여기서 극단적으로 가면 전기차 구매까지 고려하는 사람이 많지만, 충전기 설치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그러면 최근 추세는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국내 판매량을 통해 알아보자.

2017년 국산차 판매량은 1,550,080대로, 이중 하이브리드의 총 판매량은 33,244대이며 전체 판매량의 2.1 %를 차지한다. 그럼 수입차에서는 어떨까? 2017년 수입차 판매량 총 233,088대 중에서, 하이브리드가 22,773대로 9.8 %를 차지했다. 국산차에 비해 수입차가 하이브리드 점유율이 더 높았는데, 이는 고가이면서도 고급스러움과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것 때문에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높은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에서 약진이 두드러진다.

2016년도 판매량을 보면, 수입차 판매량 전체 225,269대에서, 디젤게이트와 미세먼지 여파로 하이브리드가 16,259대가 팔리며 점유율이 7.2 %로 높아졌다. 이는 2015년 하이브리드 판매량 9,786대에서 66.1 %나 증가한 수치다. 반면 디젤차 판매량은 2017년 122,068대, 2016년 132,279대, 2015년 167,925대로 판매량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점유율을 보면 디젤게이트 이후 50 % 대로 떨어진 채, 근근히 유지하고 있다. 단기간 구입해서 차를 타려면 아무래도 편한 디젤 차량이 좋겠지만, 5년 이상 긴 기간 동안에 타겠다면 어떤 차를 타야 할지는 아마 여러분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혼다에서는 배터리 보증을 10년, 거리 무제한으로 해준다고 하니 그 정도 기간에는 마음 놓고 탈 수 있지 않을까.

혼다코리아가 이번 7월부터 2018 어코드를 고객에게 인도하기 시작했다. 지난달까지 계약한 건수로 1,000대의 예약실적을 올렸다고 한다. 2017년 한 해 6,596대를 판매한 어코드는 2018년 신차효과와 함께 훨씬 더 높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가솔린 모델보다 적게 많리는 만큼, 희소성 자체는 꽤 높을 것이다.

어코드를 다시 한 번 살펴보니, 왜 이걸 빼먹었을까 싶은 실망스런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 살펴볼수록 드러나는 섬세하게 배려한 부분들이, 혼다가 무척 신경 써서 만든 차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이 자신 있게 내놓은 2018 어코드는 분명 혼다의 기술력을 쏟아 부은 역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비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만족을 주는 그런 차다. 월드 베스트셀링 세단은 아무나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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