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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잘 차린 '한정식' 같은 제네시스 G90..눈길 달려보니

조회수 2019. 1. 3. 13: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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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네시스 G90 5.0 Prestige

제네시스의 기함 G90를 만났다. ‘EQ900’를 떼어내고 원래 차명이던 G90를 붙이면서 에쿠스의 마지막 유산도 정리했다. 지난해말 출시 초 부터 엄청난 관심과 함께 연말 법인시장 임원차량 수요와 맞물려 사전계약만 6700여대에 이를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번에 만난 G90는 티타늄 블랙 색상의 5.0L 모델이다. 최고급 옵션으로 치장해 차량 가만 1억2000만원이 넘는다. 검은색 수트를 단정하게 차려 입었지만 강력한 힘을 휘두르는 VIP와 잘 어울리는 차다. 넓은 후드 아래에 무려 거대한 V8 5.0L 엔진이 자리잡고 있다. 쌍용 체어맨W가 단종된 이후 K9과 함께 유일하게 남은 국산 V8 모델이라는 상징성까지 갖췄다. 과연 G90는 우리나라를 넘어 수출 시장인 미국 회장님의 입맛도 맞출 수 있을까?

​풀체인지 수준으로 바뀐 제네시스 G90의 외관

G90을 시승하는 날 거센 눈발이 날렸다. 검은 외관을 스치는 하얀 눈발이 오묘한 느낌을 준다. 우선 외관은 페이스리프트의 개념을 뒤흔들 정도로 대대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대개 페이스리프트 모델에는 범퍼나 휠 등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디자인을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을 바꾸지만, G90은 보닛과 트렁크 등 고가의 금형 수정이 필요한 부분까지 바꾸어 거의 신차 수준으로 환골탈태했다. 이전 모델인 EQ900의 생김새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다이아몬드를 빛에 비추었을 때 생기는 난반사에서 영감을 받은 제네시스의 고유 디자인, ‘G-매트릭스’ 패턴을 곳곳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제네시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첫 양산차기도 하다. 이를 통해 앞으로 나올 제네시스 차기작의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거대한 오각형 크레스트 그릴이 눈에 띄는 전면부는 보닛 중앙에 제네시스 엠블럼이 바람을 가르는 듯한 형상을 추가했다. 헤드램프의 높이가 크게 낮아져 시각적으로 차가 낮고 중후해보인다. 인상도 꽤나 어두워졌다. 마치 영국 수상이던 윈스턴 처칠이 인상 쓴 얼굴에 시가를 물고 뒷좌석에서 내릴 것만 같다. 쿼드램프의 서막을 알리는 두 줄로 나뉜 헤드램프는 풀LED구성이다. 미래지향적인 냄새가 확 풍긴다. 헤드램프를 가로지르는 주간주행등은 방향지시등 겸용이다. 방향지시등 작동 시 펜더까지 길게 이어진 형태로 점등된다.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함일까. 어디에서도 본 적 없던 독특한 구성이다.

페이스리프트답게 측면은 정면과 후면에 비해 변화가 미미하다. 펜더까지 길게 이어진 방향지시등과 함께 추가된 가니쉬와 이목을 끌만한 독특한 디자인의 휠 덕에 분위기는 새롭다.

G-Matrix 디자인이 적용된 19인치 휠!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후진 시 노면에 가이드램프를 비춰 보행자 시인성을 높였다

G-매트릭스 디자인이 적용된 19인치 휠은 G90를 더욱 남달라보이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좋게 말하면 ‘레트로 디자인’이지만 대부분 그냥 ‘옛날차 느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1990년대 기아차가 출시한 콩코드 휠과 비슷하다는 평이 나온다. 불판(?) 형태의 휠들이 으레 그렇듯 실제 사이즈보다 커 보이는 것은 장점이다

전면부 못지않게 후면부도 인상이 확연히 달라졌다. 수평을 강조했다는 점을 후면부에서 확실히 알 수 있다. 언뜻 봐도 가로선이 정말 많이 쓰였다. 리어램프 하단부를 길게 이은 덕에 쿼드보다는 트리플 램프에 가까워 보인다. 이 램프 디자인 때문에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링컨을 닮았다는 의견이 많은데 실제로 보니 2세대 뉴 그랜저나 대우 아카디아가 되살아 난 모양새다. 머플러 팁을 라디에이터 그릴과 비슷한 오각형으로 디자인해 전면부와 통일성을 이으려고 한 부분도 눈길이 간다.

제네시스 엠블럼은 레터링으로 대체됐다. 리어램프의 형상과 엠블럼의 날개무늬가 비슷한 형태의 반복이 이어진다. 그래서 엠블럼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이것까진 괜찮은데 리어램프 하단부의 ‘G90’과 ‘5.0’레터링이 다소 조잡해보이는 것은 기자만의 느낌일까.

범퍼 하단에 있는 후진등은 야간에 후진 시 노면에 가이드 램프를 비춰준다. 보행자나 다른 운전자의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소하지만 나와 상대방의 안전까지 배려하는 디테일은 차의 가치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기능으로 실제로 봐도 시인성이 뛰어났다.

에쿠스 디자인을 계승했던 이전 EQ900의 후면 디자인을 완전히 바꿔서인지, 아니면 동커볼케와 이상엽 디자이너의 바람인지 에쿠스의 흔적이 완벽하게 지워졌다. EQ900의 후면 디자인 역시 완성도가 높았기에 아쉬운 부분이다. 누가누가 잘하나를 가리기 어려울 정도다.

​유튜브에 공개된 중동수출형 G90는 그릴 상단에 크롬을 추가했다

여담으로 5.0L 모델만의 차별점이 없는 것이 아쉽다. 리어램프 아래 조그맣게 붙어있는 ‘5.0’을 제외하면 3.8L, 3.3L 터보 모델과 외관상 차이가 없다. 최근 중동 수출사양의 G90가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 상단에 두꺼운 크롬을 덧댄 모습이 내수형과 달라 눈길을 끌었다. 5.0L 모델에 한해 이런 식의 소소한 디자인 차별화를 하는 방법도 최상위 모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외관에 비해 변화가 크지않은 실내

문을 열고 들어오면 이 차가 EQ900였음을 비로소 느낄 수 있다. '음..역시 페이스리프트군'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환골탈태 수준의 외관에 비해 실내 변화는 크지 않다. 외관에 비해 반응이 좋았던 실내는 변화의 폭을 최소화 시킨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을 차분하게 다듬고 소재 전반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그쳤다. 새로운 실내 색상을 추가해 선택폭을 넓힌 것도 달라진 부분. 실제로 색상에 따라 전혀 다른 인테리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수평이 강조된 센터페시아가 큰 차를 더욱 넓어 보이게 한다. 가운데 자리잡은 거대한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요즘 대세인 플로팅 타입은 아니지만 계기판과 동일선상에 놓여 있다. 시인성이 좋은 편이다. 제네시스 고유의 UI를 적용해 현대차와 차별화한 깔끔한 그래픽을 선보인다. 기존 소비자의 불만사항을 수용해 발빠르게 터치스크린을 적용한 점도 칭찬할 부분이다. 17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렉시콘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웅장함이 강조된 음악을 들을 때 특히 좋았다. 화질이 뛰어난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도 주차 시 만족감이 높았다.

아날로그 시계 속에 제네시스 엠블럼이 적용된 점도 G90로 오면서 변경된 포인트 중 하나다. 시계를 감싸는 송풍구의 디자인도 바뀌어 일체감이 높아졌다. 추후 기아 더 K9처럼 메이저 시계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퀄리티 높은 아날로그시계가 적용될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시계 위에 자리잡은 비상등 스위치가 유난히 거슬린다. 물론 목적에 맞게 사용하기 좋고 눈에 잘 띄지만 넓게 보면 인테리어 분위기를 해치는 모양새다. 굳이 버튼 디자인까지 G90의 인테리어와 어울리지 않는 삼각형으로 해야 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소재를 개선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하단 버튼의 개수를 줄이고 기능 상당수를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에 통합했지만 터치스크린을 지원해 조작 편의성은 좋아졌다. 아래 위치한 공조장치 조작부는 인체공학적 설계가 돋보인다. 버튼이 살짝 경사져있어 승객이 확인하기 쉽고 조작이 간편하다. 특히 기어레버에 손을 얹은 상태에서 조작하기 편리했다. 별도의 정보창을 갖추지 않은 게 옥의 티다. 

전자식 기어레버 역시 G70, G80과는 달리 약간 경사진 형태로 배치됐다.  ‘P버튼’을 누를 때 상당히 편리하다. EQ900때부터 느꼈지만 이 차에 최적화된 기어레버 설계인 듯 하다. 그 옆에 커버를 열면 무선충전장치가 자리잡고 있다. 차에 탑승한 뒤 핸드폰을 놓기에 아주 알맞은 위치다. 탑승객의 편의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운전석 시트는 좌우폭이 넓고 쿠션은 약간 단단한 편이다. 장거리 주행 시 피로감을 덜 느끼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가 자랑하는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은 여전히 몸에 잘 맞지 않는다. EQ900에서 처음 선보인 장비다. 키와 몸무게 등을 입력하면 운전에 최적화된 자세로 시트와 스티어링 휠 위치를 조절해준다는데 막상 사용한 사람들에게서는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 그냥 수동으로 조절하는 게 최적이라나! 참신한 옵션이지만 같은 신장과 몸무게라도 사람마다 신체 비율이 제 각각이다 보니 생각만큼 들어맞지 않는다. 세 명의 운전자가 번갈아가면서 시도해보았다. 자동으로 정해진 자세는 세 명 모두 등받이를 뒤로 더 눕히는 경향이 강했다. 배 나온 사장님들이 등받이를 눕혀 세상 편안한 자세로 운전하는 모습이 연상됐다.

깔끔한 아날로그 계기판은 시인성이 좋다. 후측방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카메라 기능까지 넣었지만 풀LCD계기판 부재가 아쉽다. 아랫급인 G70마저 화려한 풀LCD계기판에 3D기능까지 얹어 출시했던 터다. 더 K9의 하위트림 계기판과 큰 차이가 없다. 페이스리프트라 그런지 이번에는 투자를 아낀 듯 하다. 시인성이 뛰어난 헤드 업 디스플레이가 아쉬움을 덜어준다.

간접 조명식 엠비언트 라이트는 색상이 7가지로 선택의 폭이 좁다. 밝기가 약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야간 주행 시 화려한 엠비언트 라이트로 실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경쟁차들과 비교하면 유독 제네시스 브랜드가 엠비언트 라이트에 인색한 경향이다.

​플래그쉽 세단의 진가가 드러나는 편안안 뒷좌석

뒷좌석도 이전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퍼스트클래스 VIP시트’ 옵션이 적용된 시승차는 가운데 좌석을 없애고 그 자리에 고정식 암레스트와 수납공간을 추가해 좌우 독립식 2인 좌석을 구성한 형태다. 이름에서도 짐작되듯 VIP를 위한 의전용 옵션이다. 두 명 밖에 앉을 수 없고 이전에 타본 5인승 모델에 비해 승객을 감싸는 느낌이 더 크다. 다만 5인승 모델과 기능에서 큰 차이점이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5인승 모델 역시 다기능 암레스트를 갖추고 있고 ‘REST’버튼 하나로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주는 기능도 갖췄다. 그나마 차이점은 좌석 대신 늘어난 수납공간과 휴대폰 무선충전장치 정도다. 이전 에쿠스에는 있던 마사지시트와 전동식 레그서포트는 과감히 없앴다. 295만원에 달하는 옵션가가 납득이 되지 않는 구성이다.

독일척추건강협회의 인증을 받았다는 ‘모던 에르고 시트’는 좌우 폭이 넉넉하고 시트 쿠션이 부드러워 노면의 진동을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안락하다. 별도의 목배개를 제공해 편안함을 높인 것도 장점이다. 시트 조절은 모두 전동식으로 헤드레스트까지 모두 전동으로 조절된다. ‘FRONT’버튼을 활성화 시키면 동승석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암레스트 쪽에 마련된 시트조절버튼이 손을 넣기 애매한 위치에 있어 조작 시 불편한 자세가 연출된다. 아우디 A8이나 BMW 7시리즈에서도 같은 불편을 겪은 바 있다. 이 부분은 도어 트림에 시트조절버튼을 마련한 벤츠 S클래스의 방식이 가장 편리해 보인다.

플래그쉽 답게 여전히 뒷좌석 승객을 위한 편의장비는 넉넉하다 못해 넘칠 정도다. 열선시트와 통풍시트는 기본이다. 동급 경쟁차가 갖춘 후석 좌우독립식 공조장치가 없는 점은 다소 의아하지만 후석 별도로 공조장치를 조작할 수 있다. 쿼터 글라스까지 전동으로 가려주는 측면 커튼도 마련되어 있다. 후방 선블라인드 역시 당연히 갖췄다. 2포지션을 지원하는 메모리 시트도 양쪽에 모두 마련되어있다. 운전석과 조수석까지 총 4개 좌석에 모두 있는 셈이다. 이 기능을 다 쓸지 효용성이 의심된다.

양쪽에 마련된 뒷좌석 모니터는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제네시스의 고유 GUI가 적용됐다. HD급 DMB가 지원돼 TV 시청이 더 즐거워졌다. 다만 여전히 터치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조작편의성은 상당히 떨어진다.

트렁크는 체급에서 짐작되듯 넉넉한 편으로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동시에 수납할 수 있다.

​여유로운 출력을 제공하는 5.0L V8 GDI 가솔린 엔진

부분변경 모델답게 제원이나 성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파워트레인도 이전 모델과 동일하다. 다만 이전 EQ900 5.0L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제네시스 어댑티브 컨트롤 서스펜션’이 G90 5.0L 모델에는 적용됐다. 방지턱이나 교각 이음새를 지날 때 진동 처리가 매끄럽고 램프구간 등 연속되는 코너에서의 차체 쏠림도 적었다.

8기통 직분사 엔진은 425마력과 54kg.m에 달하는 과격한 힘을 가졌지만 소퍼드리븐 카 답게 시종일관 편안하고 부드러운 주행감이 돋보인다. 액셀레이터를 살짝만 조작해도 여유있는 출력이 2톤이 훌쩍 넘는 거구를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유유자적한 드라이빙을 즐기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전자식 4륜 구동이 맞물려 겨울철 주행안정성을 확보한 것도 장점이다.

마침 시승한날이 눈길이라 제대로 기능을 테스트할 수 있었다.  후륜에 힘이 많이 실리는 구조와 사계절용 타이어 덕분에 약간의 슬립 현상이 간혹 발생하긴 했지만, 자세제어장치가 함께 맞물려 곧바로 안정된 자세를 유지했다. 특히 언덕길 정차 후 재출발 시 매끄러운 출발이 가능했다.

수준급의 주행보조장치를 갖춘 점도 경쟁력이 높은 부분 중에 하나다.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꽤 오랜시간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주행이 가능했다. 꽤 심한 굴곡이 있는 곡선 구간에서도 부드럽게 조향했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과속단속 구간에서 알아서 속도를 줄여주는 점도 국산 브랜드 모델 다운 강점이다.

이틀 간 약 200km를 주행하며 기록한 평균연비는 5.8km/L다. 정체가 잦은 동부간선도로를 경유한 것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치다. 5.0L의 대배기량이라는 점과 차량 성격 자체가 경제성과는 거리가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고가차에서 고급차가 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았다.

푸짐하게 차려낸 한정식은 좋은 재료로 빚어낸 맛 좋은 음식들이 수십가지 펼쳐져 있다. 식사가 끝날 때 까지 젓가락이 아예 거쳐가지 않거나 한 번 건드린 반찬도 상당수다. 제네시스 G90은 마치 잘 차려낸 한정식 같다. 동급에 비해 넓은 실내공간과 넘치도록 풍부한 편의장비를 앞세웠다. 경쟁상대로 지목한 독일 럭셔리 세단에 비해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상당히 빠른 속도로 격차를 좁혔다. 

다만 이것이 제네시스만의 경쟁력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이 날 시승에 동행한 김태완 완에디 대표(전 한국GM 디자인총괄 부사장)는 럭셔리 브랜드에게 필요한 ‘스토리와 히스토리(역사)의 가치’에 대해 언급했다. “아직 젊은 브랜드라 히스토리(역사)는 없을지 모르지만 스토리도 부족한 것은 아쉽다”며 토요타가 렉서스를 미국에 런칭할 당시의 예를 들었다.

30여년 전 토요타는 렉서스를 개발하기 위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비롯한 개발진을 LA의 호화주택에 입주시켰다. 미국에서 럭셔리카를 소비하는 상류층의 생활 전반과 가치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문화와 자동차 소비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고 동시에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BMW, 벤츠와 같은 럭셔리세단을 타는 고객을 대상으로 각종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얻은 결과로 렉서스의 컨셉과 방향성을 결정해 미국인들의 호감을 얻은 바 있다. 신생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에게는 이렇듯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스토리를 찾기 힘들다는 게 김 대표의 견해다.

​2019 제네시스 G90 5.0 Prestige

얼마 전 시승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는 시트 패턴과 스피커 커버에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형상화한 패턴을 집어넣었다. 누가 봐도 ‘영국차’임을 곳곳에 드러낸다. 이처럼 한국을 상징화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하는 것도 독창성을 갖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제네시스는 G90을 런칭하며 ‘서울에서 태어난 럭셔리 브랜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제네시스가 이를 어떤 스토리로 풀어낼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2,3년 뒤 풀모델체인지를 기대해봐도 될까. 아니면 '역시나'에 그칠까?

한 줄 평

장점: 존재감 넘치는 디자인, 차를 가득 채운 첨단 편의장비와 플래그쉽에 걸맞는 편안한 주행감  

단점: 호불호가 극명한 디자인, 아직은 부족한 브랜드 밸류, 쓰지 않을 편의장비가 꽤 많다 

제갈원 에디터 won.jegal@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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