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90 T5 시승기, 2020년에 가장 가까운 플래그십 세단

조회수 2018. 12. 22. 17: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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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왔다. 2020년은 자동사 역사에 기념비적인 해로 남을 전망이다. “2020년 이후 볼보에 탑승해서 사망 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약속 때문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는 두 번째 문제다. 이처럼 과감하고도 혁신적인,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는 약속을 공표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과연 볼보는 200년 남짓 자동차 역사에,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첫 자동차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2020년 이후 출시하는 차에 해당할 것이라고, 그 약속의 의미를 좁게 해석한다고 해도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 S90은 그 가능성에 가장 근접한 모델이다. S90 T5 인스크립션 모델을 시승하면서 볼보의 약속을 되새겨 봤다.

2.0 가솔린 엔진에 254마력의 힘을 내는 T5 엔진을 탑재했다. 8단 자동변속기가 힘을 조율한다. 가장 앞선 능동안전기술은 볼보의 자랑이다. 저속 구간에서는 시티 세이프티가, 140km/h까지의 속도에서는 파일럿 어시스트Ⅱ가 차의 안전은 물론 상대편 자동차, 보행자, 자전거, 심지어 덩치 큰 동물까지 인식하고 충돌 방지를 위해 사전 조치를 취한다. 사각지대 경보, 도로표지 정보, 고속접근차량 경보, 차선유지(LKA),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후방 추돌 경보, 측후방 경보 등의 기능이 차의 안전을 이중 삼중 체크하고 경고하며, 최후의 순간에는 스스로 제동한다. 결국 이런 장비들이 볼보의 2020년 이후를 책임지게 될 것이다.

어댑티브 크루즈와 LKA를 기본으로 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시내 구간은 물론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정확하게 작동했다. 파일럿 어시스트Ⅱ가 활성화되어 있는 동안 차선을 이탈하는 경우는 없었다. 파일럿 어시스트Ⅱ는 시속 15~140km 구간에서 작동한다. 정체구간에서는 앞차를 따라서 완전 정지까지 무난하게 해냈다. 앞차가 잠깐 정지 후 바로 출발하면,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스스로 재출발한다.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경험할 때마다 신통방통하다. 운전자가 해야 하는 마지막 임무는 스티어링휠을 쥐고 있어야 하는 것뿐이다. 힘줘서 적극적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된다. 스티어링 휠에 손을 걸치고 있는 정도로만 있어도 된다.

이는 마지막 남은 ‘주의의 의무’다. 운전자가 운전의 책임을 진다는 상징적인 행위인 것. 그리 오래지 않은 미래에, 핸들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나면 진정한 자율주행의 시대가 시작된다. 볼보는 그 한 발짝 앞에 다가서 있다. 숱한 자동차 메이커들중 가장 앞자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니, 앞서 얘기한 ‘2020년의 약속’을 하면서 볼보는 이미 가장 앞자리를 꿰찼다. 미래를 향한 기술을 볼보가 앞장서 견인하고 있는 것. 아직 볼보를 제외한 어떤 브랜드도 그런 약속을 분명하게 하는 곳은 없다. 보다 안전한 세상을 위해 볼보의 약속을 칭찬하고 널리 알려야 하는 이유다.

8단 변속기가 조율하는 254마력의 출력은 대형세단으로서 딱 좋은 수준의 성능을 낸다. 스포츠카처럼 폭발적인 가속력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무척 빠르게 속도를 올렸고 고속주행에서도 차의 흔들림은 현저하게 줄었다. 빠른 속도에서 느끼게 되는 운전자의 불안감이 크지 않다. 놀랍게도 이 차는 FF, 즉 앞바퀴굴림이다. 앞바퀴굴림으로 플래그십 세단을 훌륭하게 만들어냈다. 뒷바퀴가 밀고 달리는 후륜구동의 맛을 모르는 바 아니나, 차의 흔들림이 크지 않고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다면 효율성 면에서 앞서는 앞바퀴굴림 방식이 나쁜 건 아니다. S90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안전을 앞세운다고 재미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달리고, 돌고, 멈추는 과정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잘 간직하고 있다. 사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재미를 주는 요소를 어느 정도 제한해도 상관없겠지만, 자동차는 자동차다. 달리는 재미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런 면에서 S90은 여전히 재미있는 차이기도 했다.

무게 중심이 낮은 세단이어서 공격적인 코너링도 훌륭하게 해냈다. 원을 그리듯 한 바퀴를 돌며 자동차전용도로를 빠져나가는 인터체인지를 재미있게 달렸다. 서스펜션은 기울어지려는 차체를 떠받쳤고, 255/40R19 사이즈의 타이어는 야무지게 노면을 물고 구동력을 유지했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를 기본으로 뒤에 리프 스프링을 더했다.

“최고급 세단에 웬 리프 스프링?”이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강철판을 덧대 스프링 역할을 하게 만든 이 장치는 트럭 등 상용차에 주로 사용하고, 승용차에선 사라진 지 오랜 방식이어서다. 리프 스프링은 흔히 차의 앞뒤 방향으로 장착하지만, S90에 사용한 리프 스프링은 뒷 차축 좌우 방향으로 구성했다.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보완하는 용도로 리프 스프링을 사용하고 있다. 재미있는 구성이다.

플래그십 세단의 품위를 지키려 했을까. 엔진은 차분하게 움직였고, 그 소리도 거칠지 않다. 보어보다 스트로크가 더 긴, 롱 스트로크 엔진이다. 스프린터 타입의 스포츠 주행보다는 정숙하고 안정된 달리기를 하는데 적합한 방식이다.

이 차의 공인 복합연비는 11.1km/L. 서울-파주간 55km를 달리며 실제로 체크해본 연비는 7.6L/100km, 즉 13.1km/L였다. 유난히 교통체증이 심한 가운데 이 같은 연비를 기록했으니, 일반인들도 차분하게 경제 운전을 하면 공인연비 이상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볼보 S90 T5는 모멘텀과 인스크립션 두개 트림이 있다. 모멘텀은 5,930만 원. 고급형인 인스크립션은 6,590만 원. 최고의 안전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 최고의 플래그십 세단을 이 가격에 살 수 있다. 가치는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있다. 이미 주문이 밀려, 몇 개월을 기다려야 인도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다.

토르의 망치와 아이언 마크는 볼보의 상징이다. 이는 곧 가장 안전한 차의 상징이기도 하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소비자라면, 볼보의 카테고리에서 차를 선택하면 된다. 볼보의 세단 라인업에서 최고의 자리에 서 있는 차가 바로 S90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자. 죽음에서 자유롭게 하겠다는 볼보의 약속. 정말 가능할까. 불과 1년 후, 그런 차를 어떤 모습으로, 어떤 기술을 담아서 내놓을 것인가. 불가능해 보여서 더 극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2019년은 오롯이 2020년을 기다리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그때의 심정으로 2020년 볼보를 기다린다. 죽음에서 자유로운 자동차. 신세계는 과연 열릴 것인가.

오종훈의 단도직입
대시보드 상단에는 날카로운 예각이 예리한 선을 그리듯 배치됐다. 보기에 좋지만, 안전엔 안 좋다. 안전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볼보답지 않은 인테리어다. 기능적으로 역할을 하는 부분도 아니다. 예각을 없애고도 충분히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 선은 지워줬으면 좋겠다.
트렁크 윗부분은 맨 철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플래그십 세단의 마무리로는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 유럽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이라면, 소비자들이 이런 부분을 눈으로 보게 해서는 안 된다. 무성의해 보여서다. 좀 더 정성스러운 마무리를 기대해 본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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