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발전과 환경 파괴의 만남, 유연 휘발유

조회수 2018. 8. 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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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연료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 최근 전기, 수소 등이 새로운 연료로 각광을 받지만 오래전부터 가솔린과 디젤이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어왔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솔린은 승용차에 주로 사용되면서 자동차 역사와 함께 해왔다. 

자동차에 연료를 채우기 위해 주유소에 들르면 ‘무연 휘발유’라는 문구를 보게 된다. 무심코 지나치는 이 문구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휘발유 앞에 ‘무연’이란 단어가 들어간 것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과연 휘발유 앞에 무연이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연에서 ‘연’은 납(Pb)을 뜻한다. 없을 무, 납 연(無鉛)이 합해져 납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의미다. 반대로 유연(有鉛)은 휘발유에 납이 첨가됐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옥탄가를 높이기 위해 휘발유에 납을 첨가해 판매됐기 때문에 유연 휘발유가 존재했다. 하지만 납 성분은 치명적인 신체 손상을 입힐 수 있어 판매가 금지되며 무연 휘발유만 남게 된 것.
 

1921년, 그 당시는 자동차 기술 및 석유 정제 기술이 지금처럼 뛰어나지 않아 노킹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그러던 중 미국 펜실베니아 출신의 화학자 토마스 미즐리 주니어(Thomas Midgley, Jr, 이하 토마스 미즐리)는 휘발유에 테트라에틸납을 첨가하면 노킹 현상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토마스 미즐리는 획기적인 발견은 곧 제너럴모터스에 의해 ‘에틸’이라는 이름의 휘발유 첨가제가 되며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납 성분은 인체에 치명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 구토, 울렁거림을 비롯해 심할 경우 정신 분열, 중독 증상,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납으로 인해 미치는 인체 손상의 이상 징후를 가장 먼저 인지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연구소 직원들이다. 수차례 독성물질에 노출되며 실험을 해왔기 때문에 체내에 독성이 쌓인 것. 에틸을 제조하는 공장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로 납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정신착란, 마비 증상 등을 겪었고 사망자까지 나오게 됐다. 

독성 물질인 테트라에틸납이 휘발유에 첨가되고 연소과정을 거치면서 대기 중에 퍼지는 것은 심각한 환경 오염이자 위협이다. 예컨대 극심한 미세먼지로 기관지 문제가 생기고 외출 시마다 마스크를 착용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대기 중 납 농도에 대한 위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자동차의 이상연소를 줄이고 승차감 및 주행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했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던 유연 휘발유는 클레어 캐머런 패터슨(Clair Cameron Patterson)이라는 지구과학자에 의해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클레어 캐머런 패터슨은 당시 지구의 나이를 추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우라늄 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해 우라늄과 납의 양을 측정했다. 하지만 납의 수치가 너무 높았고 실험실에 청정구역을 만들어 계산한 결과를 본 후 실외 계산 시 납 농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했다. 즉, 대기 중에 납 농도가 팽배하게 퍼져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클레어 캐머런 패터슨은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그린란드를 조사했다. 그린란드는 눈이 년 단위로 쌓이기 때문에 눈 쌓인 층의 납 농도를 측정하면 유연 휘발유 유해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1923년 이후 납 농도가 위협적으로 쌓인 것을 밝혀냈다. 1923년은 휘발유 첨가제 ‘에틸’이 시중에 대량 판매된 시기였다.
 

클레어 캐머런 패터슨의 연구 덕분에 미국에서는 청정대기법이 생길 수 있었고 1986년에는 유연 휘발유 판매가 금지됐다. 이후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점차적으로 유연 휘발유는 판매가 금지됐다. 우리나라는 1993년 1월 1일부로 유연 휘발유를 판매 금지시켰다.

한편 유연 휘발유를 만들어낸 장본인 토마스 위즐리는 오존층 파괴 주범으로 꼽히는 프레온 가스를 발견해낸 과학자로도 유명한데 그 역시 말년에 납 중독 증상으로 소아마비에 시달렸다.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몸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계를 발명했으나, 그 기계를 움직이는 끈에 엉키며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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