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자동차 #13] 캡처 타고 떠난 긴 오후의 미행(몽생미셸 편)

조회수 2018. 9. 27. 06: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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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한 달 살이 차량으로 이곳 도로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르노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캡처(Captur)'를 빌려 탄 지도 어느 틈에 열흘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운전 고수도 진땀 꽤 뺀다는 파리 도심의 긴장감 넘치는 운전에 조금 적응도 된 느낌이다. 또 얼마 전 프랑스 중서부에 위치한 루아르 계곡 '샹보르 성(Chateau de Chambord)'까지 간단 테스트도 완료했으니 현지 적응은 훌륭하게(자체분석) 마무리됐다.

한국 시장에서 QM3로 팔리는 르노 캡처의 주 무기는 누가 뭐라 해도 뛰어난 연료 효율성. 프랑스에서도 그럴까? 의구심을 안고 연료통을 꽉 채웠다. 바닥까지 비울 심산으로 이번에는 조금 더 멀리 계획했다. 한 끼라도 집에서 때우겠다는 의지로 점심을 서둘러 먹고 목적지를 북부 브레타뉴와 노르망디 경계에 있는 '몽생미셸(Mont Saint-Michel)'로 설정했다.

이곳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르노 캡처는 라이프, 젠, 인텐스 등 세 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되고 가솔린 및 디젤 엔진과 수동 및 자동 변속기 등 다양한 옵션을 선택 할 수 있다. 가격은 1만7500유로에서 최대 2만1500유로, 한화로 단순 계산하면 2296만~2821만원으로 이곳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더한 모습. 캡처의 진입 가격 1만7500유로는 어쩌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여겨질 수 있겠으나 기본 트림의 경우 편의사양이 많이 빠지거나 변속기가 이곳 프랑스에서 절반 넘게 이용하는 수동이 장착되는 등 국내에 비해 낮은 사양임을 알 수 있다. 굳이 국내 QM3를 캡처와 비교하자면 젠 트림 이상 옵션 모델과 가능해 보인다.

거두절미. 우리의 캡처는 대부분의 편의 및 안전사양이 만재된 인텐스 트림으로 1461cc 4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돼 약 90마력의 최고 출력과 23.0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여기에 111g/km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100km 당 4.2리터(23.8km/l)의 연료 효율성을 보인다. 이는 새롭게 적용되는 디젤차 배출가스 인증기준 WLTP를 만족한 수치다. 삼성 갤럭시 S9 핸드폰에서 구글맵스 어플을 활성화하고 목적지 주소를 입력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 구글맵스는 여행자들에게 '바이블' 같은 존재다. 가고 싶은 곳의 주소만 입력하면 내비게이션 역할 뿐 아니라 대중교통, 도보 및 자전거 등의 경로 파악도 척척 해낸다. 또한 목적지 근처 숙박은 물론 주변 식당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니 꽤 유용하다.

파리 인근 숙소에서 목적지 몽생미셸까지 거리는 약 250km, 예상 경로 3개 중 가장 빠른 도착 예정시간은 3시간 30분을 가리킨다. 작은 생수병 하나를 챙기고 괴나리봇짐 하나 메고 차량에 올랐다. 르노 캡처의 경우 센터페시아 하단 USB 단자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폰을 연결할 경우 '안드로이드 오토'가 작동된다. 이를 통해 중앙 스크린에서 구글맵스를 볼 수 있다. 여기에 핸드폰 속 음악과 메시지, 통과 등 부가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파리 도심의 비좁은 골목길과 잦은 교통체증을 뒤로하고 고속도로에 나오니 숨통이 조금 트인다. 유럽의 여느 도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1차선은 추월차선으로 비우고 2, 3차선을 주로 이용한다. 화물차와 버스 등 대형차는 가장 마지막 차선을 벗어나지 않았고 서행하는 자동차일수록 바깥쪽 차선을 택했다. 이는 도로가 편도 2차선으로 줄어도 꽤 철저히 지켜졌고 1차선일 경우에는 반대편 차량을 확인하고 중앙 점선 사이에 추월 화살표가 표시된 지역에서 서행 차량을 앞지를 수 있었다.

프랑스의 고속도로가 한국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과속단속을 꼽을 수 있다. 보통 도로 위쪽과 전면에 단속카메라가 있는 것과 달리 이 곳에선 자동차 뒷번호판을 카메라가 촬영한다. 또 단속 구간을 평균 3~5km로 설정해 한국의 구간단속과 유사한 방식을 사용했다. 운전자는 내비게이션 알림을 통해 과속단속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고 제법 길게 느껴지는 구간을 정해진 속도에 맞춰 달려야 했다. 이 밖에도 유럽의 고속도로에선 고속 크루징을하는 바이크를 비롯해 대형캠핑카, 자전거를 차량후면부에 장착 후 달리는 승용차 등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어느덧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던 고속도로를 뒤로하고 목적지 약 1시간을 남기고 프랑스의 농가와 이국적 풍경으로 배경이 바뀌는 국도에 들어섰다. 파리에서 볼 수 없었던 프랑스의 다른 모습들을 느낄 기회이자 대중교통이 아닌 자동차 여행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낭만을 누렸다. 정말 그림같은 풍경에 심취해 1차선 도로를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뾰족 솟은 외딴 섬이 넓은 대지위로 어스름 모습을 드러낸다.

몽생미셸,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신기루처럼 떠 있는 수도원의 실루엣은 더욱 명확해진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현실감은 점점 뒤로 멀어졌다. 만화 속 혹은 영화 속 아니면 어린시절 누군가 들려준 동화 속 한 장면과 마주하는 느낌이다. 수도사들이 먼 육지에서 직접 돌을 날라와 고행의 길을 걷듯 하나하나 깎고 쌓았다는 몽생미셸은 승용차를 지정 주차장에 주차 후 무료 셔틀을 이욯해 들어갈 수 있다. 수도원인 있는 섬으로 들어가면 좁은 골목을 따라 음식점과 기념품 상점들이 늘어선다. 셔틀을 탑승하는 주차장에서 섬까진 도보로도 이용가능한데 약 25분이 걸리며 1km를 조금 넘는 거리라 산책 겸 걷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바다 위 뾰족 솟아 고고한 자태를 풍기는 몽생미셸은 수도원이 생기기 전까지 무덤산이라 불리는 단순 바위산이었다. 4세기에는 요새로 사용되기도 했으나 6세기부터 은둔 수도자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성당과 수도원이 생겼다. 현재는 한 해 350만명이 찾는 전 세계 유명 관광지다. 과거에는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해 썰물 때에만 출입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주로 요새로 사용됐다고 한다. 중세에 들어 점차 주거하는 사람이 늘어나며 마을이 형성되고 그 모습은 현재까지 잘 보존돼 마치 중세시대 마을을 걷는 기분이다.

섬 제일 꼭대기에는 신을 상징하는 성당이 있고 그 아래에 수도원이 성당을 보호하듯 둘러싼 형상이다. 또 주변은 수도사들이 머물거나 왕족과 귀족이 방문할 경우 머무는 숙소들이 자리했다. 맨 아래 섬 가장자리를 따라 성벽과 탑을 쌓아 섬 전체가 마치 해자에 둘러싸인 하나의 성채를 보는 듯하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몽생미셸 수도원에는 내부로 큰 가방과 캐리어를 들고 입장할 수 없고 5~8월에는 오후 7시까지, 평소에는 6시까지 운영된다. 다만 폐장 1시간 전까지만 입장이 가능한 부분을 명심해야한다.

꿈같던 몽생미셸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또다시 그림같이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창 밖으로 밀어내며 숙소로 향했다. 한 시간 남짓 달렸을까 바깥쪽 사이드미러에 일몰이 담긴다. 분명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눈부신 모습이 펼쳐지리라 짐작만 하고는 가속페달을 재촉한다.

해가 지자 고속도로에는 어둠이 찾아오고 건너편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뒷편에서 다가오는 자동차 헤드램프에 눈이 부셨다. 우리와 달리 자동차 창문에 선팅을 하지 않는 탓에 야간 운전에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낮에는 운전자간 시야를 확인 할 수 있었던 장점이 최대 단점으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또 아름답던 차창 밖 이국적 풍경도 어둠에 사라지니 실내는 고요한 침묵으로 채워지고 창 밖으로 디젤엔진의 '열일'하는 숨소리가 간간히 들려온다.

한편 이날 르노 캡처를 타고 반나절 달린 총거리는 약 270km로 평균 88.3km/h의 속력을 감안하면 약 80% 이상을 고속도로가 차지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계기판 평균연비는 100km 당 5.5리터, 국내로 따지면 18km/l 수준으로 최근 프랑스 내 디젤 가격이 리터당 평균 1.6~1.8유로임을 감안할 때 꽤 만족스러운 수치다. 뛰어난 연비와 공간 활용성, 어디서든 쉽게 주차도 가능한 적당한 크기에 캡처가 달리 4년 연속 유럽 소형 SUV 1위 판매를 지켜온게 아니라는 걸 이날 시승을 통해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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