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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흥행,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시승기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입력 2017.03.21 11: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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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나 수입사에서 신차를 발표한다. 처음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차 효과라는 것 때문에 다들 비슷비슷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판매를 시작하면 결과는 쉽게 드러난다. 제조사나 수입사가 강조하던 예약분이 대략 얼마나 포장이 되었는지는 매달 발표되는 판매 대수라는 민낯을 보면 바로 알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어떤 차는 판매량이 저조해 결국 가격을 내린다. 바로 여기서 승패가 갈린다. 어떤 차량은 계약하면 바로 다음날 인수받을 수 있기도 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대기해야 내 차로 만들 수 있는 모델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사실은 입소문을 타고 퍼진다. 선수금을 걸고 몇 달을 기다렸다더라, 현금으로 전액 결제를 했는데도 금방 받지 못했다더라, 계약 이탈자가 나오기만 기다리는 사람도 꽤 된다더라. 이런 사실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생각보다 금방 퍼진다. 가끔은 리콜이나 불량 사고 소식보다 시장에서 더 강하게 퍼지는 경우도 있다.

혼다의 어코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하기 전에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했더니 다들 이 차를 인도받는데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느냐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내 친구 누구는 예약을 시작하자마자 주문했는데도 꽤 오래 걸렸다더라, 몇 달치 주문이 밀려있다더라, 내 아는 사람 누구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더라라는 식의 얘기가 많았다. 궁금했다. 대체 이 모델이 얼마나 인기기에 이렇게들 오래 기다리면서 까지 구입을 하는지. 아마도 최근 내놓은 혼다의 모델 중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시승차를 기다리며 매장에 전화를 걸어봤다. 계약을 원하는 소비자인척 물어본 질문에 가장 인기 있는 흰색 컬러로 했을 때 지금 계약하면 받을 수 있는 시기는 빨라야 5월 말, 어쩌면 6월로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확실히 인기가 있는 모델이라 그런지 전화 통화는 빨리 마무리됐다. 자동차 매장에 전화를 걸면 쉽게 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마 알 만한 사람은 잘 알리라 본다.

이 모델은 국내 데뷔 이전부터 반응이 심상찮았다. 해외에서의 반응부터가 남달라서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혼다가 칼을 갈고 만들었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다들 망설임이 없었다. 사실 시승을 하기 전에 이런 말을 많이 듣는 것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소비자나 시장에서의 반응을 파악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좋은 차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시승을 하면 그만큼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치의 판단은 쉽게 내리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시승차를 인도받고 디자인을 살펴보니 남성스러운 강인함이 느껴졌다. 외형에서 하이브리드가 아닌 일반 어코드 모델과 별다른 차이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굳이 찾으라고 한다면 휠과 하이브리드임을 알려주는 엠블럼 정도. 하지만 그마저도 멀리서 보면 큰 의미가 없다. 예전에는 하이브리드임을 나타내가 위해서 범퍼의 모양을 바꾸거나 여러 부분에 전기를 나타내는 파란색 혹은 친환경의 녹색 등의 컬러로 처리를 하곤 했는데 이젠 오히려 그런 모델들이 드물어진다.

선과 면이 제법 날카롭다. 하지만 많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공격적으로 생겼지만 그렇다고 스포츠카 수준은 아니다. 중형세단에서 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충분히 다듬어 무리 없이 내놓은 느낌이다. 한동안 일본 메이커들이 매우 부담스럽거나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하지 않을만한 디자인의 차량을 내놓았었는데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그래도 디자인이 나름 잘 빠졌다. 과한 부분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제법 고급스럽다. 이전에 타봤던 혼다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시빅, 인사이트, CR-Z 같은 모델을 떠올려보자니 디자인은 장족의 발전이다. 혼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그 때 그 아이들은 정말 타고 싶게 생기진 않았다. 아마도 성공하지 못한 이유들 중에는 디자인도 한 몫 했었을 것이다. 물론 그 때 당시 하이브리드라는 낯선 방식도 분명 큰 이유였겠지만 말이다.

실내를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보면 고급스럽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쓸모 있게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실용성을 배재하면서 고급스럽게 만드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사용자 중심의 실용적인 디자인이라는 사실은 운전을 해보며 이런 저런 기능들을 작동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인터페이스는 쉽고 직관적이다. 과거 수입차의 아킬레스건처럼 여겨지던 네비게이션도 장족의 발전을 했고 휴대폰 무선충전기능 같은 부가기능도 무척 편리하다.

실내를 둘러보면 한 가지 의외라 생각한 것은 바로 배터리의 위치였다. 트렁크를 촬영하다가 자연스럽게 배터리의 위치를 알게 됐는데 배터리의 위치가 그곳에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못했다. 배터리 때문에 뒷자석이 크게 불편하다거나 트렁크가 많이 작아진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배터리의 위치를 알고 나니 그제야 뒷자리 시트가 앞으로 접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뒷자리 승차감은 나쁘지 않았다. 아마도 이 차를 구입한 일부 소비자들 중에는 본인 차에 배터리가 그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아주 오랫동안 모르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어링휠을 잡고 주행에 나서면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계기반이었다. 처음에는 전기모터와 엔진의 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보고 싶었지만 자꾸만 눈이 먼저 계기반에 꽂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계기판에 있는 동력상태 표시창은 현재 이 차가 어떤 힘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너무나 상세하게 보여준다. 전기로 가고 있는지, 엔진으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흐름이 어떻게 넘어가고 또 이어지는지를 순간순간 매우 흥미롭게 보여준다. 시승차를 운전하면서 한동안 그 상태 표시창을 구경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어 넋을 놓고 본 기억이 난다.

사실 별로 신기할 것도 없긴 하지만 “당신이 어떤 주문을 하던지 내가 지금 상황을 가장 정확히 판단해서 모터로 가는 것이 유리한지 엔진으로 가는 것이 유리한지 선택해줄게. 당신은 내가 최적의 판단과 선택을 하는 것을 구경이나 하면서 안전하게 운전이나 잘 하라고!”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역시 하이브리드이기 때문에 연료게이지보다 배터리게이지에 더 눈길이 간다. 생각보다 전기모드로 넘어가는 비율은 높았고 그만큼 높은 연비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다. 배터리의 효율이 좋은지 배터리게이지는 생각보다 빨리 달기도 했지만 신경을 안쓰고 달리면 또 그만큼 잘 차기도 했다.

타 매체가 먼저 써서 올린 시승기를 둘러보니 다들 연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비를 칭찬할 수 있는 표현이란 표현은 다들 어찌나 저렇게 잘 골라다 썼는지 더 이상 연비를 왈가왈부 하긴 싫을 정도였다. 먼저 타본 기자들의 반응을 대충만 둘러봐도 어차피 어떻게 타더라도 좋은 연비가 나올 것은 뻔하디 뻔한 사실인데 굳이 그렇게 연비에 집중하면서 탈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연비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달렸다.

처음에는 모터로 차분히 달리지만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는 신나게 지면을 치고나간다. “하이브리드=연비”라는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다.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데 주저하는 사람들 중에 하이브리드는 오로지 연비에만 신경 쓰느라 속 터지는 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실제로 과거 그런 차들도 있었기에 그런 인식이 100% 잘못됐다고 말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 차는 그런 걱정을 하나도 안 해도 되는 차다. 속 시원하게 진짜 잘 달리기 때문이다. 전기모터와 엔진은 가속페달을 밟고 떼는 상황에 따라 서로 힘을 합쳐 차를 신나게 달리도록 만든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신난다는 표현을 하게 될줄이야. 하지만 이 차는 해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직 스포츠모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스포츠모드를 작동시키고 더 신나게 타봤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귀에 거슬리는 소리 뿐. V6 3.5리터 모델을 이렇게 탔더라면 소리까지 즐기고 있었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조합의 소리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소리만 빼면 모든 것이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고속에서 스티어링휠이 조금만 더 묵직해 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충분히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정도라는 의미다. 물론 중형 세단을 가지고 서킷에 가서 탈 것은 아니니 조향감과 핸들링을 스포츠카와 비교하긴 무리가 있다. 타 메이커의 중형 세단과 비교하더라도 핸들링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너무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마음먹은 대로 달리고 또 생각한대로 움직여주는 편이다. 연비까지 챙겨가면서 이 정도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한적한 외곽에서 한참을 신나게 탔지만 연비는 생각보다 크게 나쁘지 않은 수준을 유지했다. 혼다가 말하는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공인 도심 연비는 19.5㎞/ℓ다. 복합은 19.3㎞/ℓ, 고속에선 18.9 ㎞/ ℓ지만 스포츠모드로 놓고 신나게 타다보니 이보다 많이 낮게 나오긴 했다. 아마도 모터와 엔진이 함께 만들어내는 최고출력은 215마력을 거의 체감했을 터이니 낮게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어차피 시내로 돌아가면 또 다시 모터가 돌며 까먹은 연비를 만회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 한 쪽에서 계속 맴돌았다. 사람은 역시나 계산적인 동물이다.

시승기의 초반에 사람들이 말하는 차의 가치평가에 대해 논했었다. 왜 어떤 차는 팔리지 않아 가격을 내리고 빨리 단종되기도 하지만 어떤 차는 오랜 시간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감수를 마다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타면서 혼잣말처럼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이 “이러니 잘 팔리지, 이러니 잘 팔릴 수 밖에, 이러니 다들 몇 달씩 기다리면서 사지”였다. 요즘같이 소비재가 넘쳐나는 시대에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지 않는 이상 대체재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몇 달이라는 시간을 감수하면서까지 기다렸다가 사는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시승하면서 소비자들의 가치판단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고 지금 4,320만원으로 누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소비 중 하나가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구입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가치판단에 대해 혼자 판단하고 혼자 결론내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이름 뒤를 따르는 숫자로 된 많은 지표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아마도 그 증빙의 숫자들은 당분간 떨어지지 않을 듯 싶다. 수입차 초기 시장에 CR-V가 계속 판매랑 순위권에 머물러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너무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너무 감싸고도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좋은 차는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본다. 그리고 요즘 소비자들은 매우 똑똑하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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