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 유전자만 모았다, 볼보 '크로스 컨트리' 타보니

조회수 2017. 11. 28. 12: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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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디시 라이프스타일러(Swedish Lifestyler)’. 볼보가 새롭게 선보인 ‘크로스 컨트리(Cross Coutry)’의 모토다.


국토의 77퍼센트가 숲과 호수이며, 1년 중 휴가 기간만 5주가 넘는다는 스웨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크로스 컨트리에 담았다는 주장이다.


크로스 컨트리는 작년 선보인 XC90과 S90의 뒤를 이어 출시한 '90 클러스터'의 최신 모델이며, 기존 XC70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S90의 적재공간을 확장해 V90을 만들고, XC90처럼 지상고를 높여 세단과 왜건, SUV의 장점을 한 대에 모았다. 3가지 맛이 크로스 컨트리에 어떻게 어우러졌는지, 과연 볼보의 퓨전 요리솜씨가 어땠을지 한 입 베어 물어봤다.


크로스 컨트리에게 바통을 물려준 XC70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볼보의 작명법을 잠시 짚고 넘어가자. 원래 볼보는 SUV와 크로스 컨트리에 모두 ‘XC’ 명찰을 달았지만, 이제 XC는 SUV만을 가리킨다. SUV와 크로스컨트리를 확실히 구분하고 이름도 따로 붙였다.


‘클러스터’는 볼보가 앞으로 40, 60, 90과 같은 등급을 구분 짓는데 사용할 용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클래스’나 BMW의 ‘시리즈’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되겠다.



왜건은 별로. 크로스 컨트리 빼고!


크로스 컨트리의 실외 디자인은 볼보가 선보이는 최신 디자인 언어와 90 클러스터의 특징들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LED 주간주행등을 시작으로 시원하게 뻗은 캐릭터라인, 깨끗하게 정제된 선과 면을 통해 한핏줄임을 바로 알 수 있다.


먼저 태어난 형제들에서 보았던 익숙한 요소들은 낯선 비율에 담겼다. SUV인 듯 왜건 아닌, 세단 같은 비율은 다른 형제들과 다른 크로스 컨트리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늘씬하고 당당하다.


크로스 컨트리는 최저지상고(바닥과 차체 사이)를 210mm 확보하고, 전고(전체 높이)는 1,545mm로 묶었다. S90과 비교하면 최저지상고가 58mm, 전고가 100mm 높다. 이는 XC90과 비교하면 각각 28mm, 230mm 낮은 수치다. 최저지상고는 SUV에 더 가깝고, 전고는 세단과 더 닮은 절묘한 비율이다.


여기에 몇 가지 최적화 아이템을 장착했다. S90을 꼭 닮은 앞모습은 크로스 컨트리 전용 범퍼를 조합해 높아진 지상고에 어울리면서도 터프한 인상을 연출했다.


XC90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사이드미러는 높아진 차체 덕분에 너무 커 보이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후방 시야를 제공한다. 반면 기본이 된 V90은 S90과 같은 사이드미러를 쓴다. 한 플랫폼(SPA)으로 만든 네 가지 차종에 두 가지 사이드 미러를 나눠 쓰는 셈이다.


검정 플라스틱으로 두른 휠 아치 익스텐션은 바퀴를 커보이게 해 당당한 자세를 만듦과 동시에 오프로드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상처로부터 차체를 보호한다.


휠하우스를 두른 검은색 플라스틱은 사이드 스커트와 앞뒤 범퍼까지 이어진다. 크롬이 아닌 검정색 창문 프레임도 크로스 컨트리만의 사소한 차이점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패턴도 크로스 컨트리만을 위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앞으로 가파르게 누운 뒷유리는 네모반듯한 상자 느낌을 덜고 스포티한 멋을 더한다. D필러를 따라 떨어지는 리어램프는 볼보 왜건의 전통. 크로스 컨트리의 리어램프는 전통을 계승하면서 현세대 볼보 디자인과도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조화가 너무 뛰어나 개인적으로 S90보다 멋져 보인다. 크로스 컨트리가 원본이고, S90과 XC90이 변형으로 보일 정도.


실내로 들어가보니


그렇다면 실용성은 어떨까? 실내로 들어가서 실용성도 따져보자. 실용성은 ‘왜건 명가’ 볼보의 장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 일단 2열 무릎과 머리 공간은 충분하다.


크로스 컨트리의 적재공간은 평상시 560리터, 2열 시트를 접으면 1,526리터까지 늘어난다. 다른 왜건 모델들 대비 큰 차이가 없는 수치지만, 비교 대상을 세단으로 잡으면 공간 활용성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2열 다리공간
볼보 시트의 편안한 착좌감은 오래전부터 유명하다. 2열 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은 없다.
2열시트는 6:4로 접을 수 있다

2열 시트 등받이는 레버를 당겨 힘들이지 않고 '스르륵' 접을 수 있으며, 화물이 밖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덮개 액세서리는 버튼을 누르면 딸깍하고 분리된다. 화물이 굴러다니지 않도록 그물망으로 덮을 수 있음은 물론, 격벽을 세워 물건을 구분할 수도 있다.


가스 리프트까지 달리 트렁크 바닥판은 본격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이 모든 부속들의 만듦새가 세심하고 튼튼해 쓸 때마다 기분이 좋다.


직각으로 세울 수 있는 격벽
트렁크 바닥에는 또다른 수납공간이 있다
트렁크 안쪽에 위치한 2열시트 자동 접힘 버튼
가방 걸이는 트렁크 양쪽에 2개씩 총 4개다

사실 기자는 왜건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길고 높게 확장된 트렁크는 운전 재미와 거리가 멀어 보이고, 멋보다 실용성을 우선시한 외모는 자유보다 책임을 강요하는 듯하다. 실제 나이는 아저씨가 된지 오래건만 아직도 철이 덜 들어 그렇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크로스 컨트리라면 예외다. 사진을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고, 실제로 보고 확신했다. 예쁜 줄만 알았던 아가씨가 운동까지 좋아한단다. 실용성을 챙기느라 멋을 포기하지 않았고, 책임을 다 하면서 자유도 즐길 것 같다.



타고 내리기 좋고 착좌감 편한 시트


처음 크로스 컨트리에 앉아서 바라보는 바깥은 풍경은 살짝 낯설다. 세단보다 높고 SUV보다 낮은 높이가 새롭다. V90을 기본으로 한 만큼 SUV보다는 세단에 가까운 느낌. 시트를 최대한 높여놓은 S90에 앉은 느낌이 이럴까? 애꿎은 시트를 내려 보지만 이미 가장 낮게 설정돼 있다.


크로스 컨트리 프로
크로스 컨트리

1분 전을 돌이켜보니 차에 올라탈 때 느낌도 달랐다. 내렸다 다시 타보니 상당히 편하다. 세단처럼 몸이 푹 꺼지지도, SUV처럼 올라타는 느낌도 없다. 몸을 돌려 쓰윽 엉덩이를 내리면 바로 거기 시트가 있다.


낯선 높이에서 오는 이질감은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사이 금세 적응된다. 달리는 느낌은 일찍이 경험했던 S90과 닮았다. 지상고를 높이고 이런저런 사소한 설정을 변경했다지만 같은 플랫폼과 엔진을 공유하는 만큼 큰 차이가 없다.


크로스 컨트리 프로에 적용되는 나파가죽 시트
일반 가죽 시트

크로스 컨트리만의 운동 특성


하지만 크로스 컨트리는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둬야만 하는 만큼 많은 부분에 손을 댔다. 타이어는 S90 대비 편평비를 높여 불규칙한 노면에 대비했다.


서스펜션에는 크로스 컨트리 전용과 XC90의 것이 대폭 쓰였으며 스프링 탄성계수도 변경했다. 높아진 지상고는 앞뒤 윤거(좌우 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를 각각 24, 14mm씩 늘여 보완했다. 키가 커진 만큼 발을 더 넓게 벌리고 선 셈.


235/55 R18 규격의 타이어 (프로는 235/50 R19 적용)

이런 특성은 고속주행 중 운전대를 이리 저리 꺾자 차이를 드러냈다. 과거 S90을 비슷한 속도에서 같은 정도로 흔들었을 때보다 롤링(좌우 기울어짐)이 크다. 주행 안정감을 깨뜨릴 정도는 아니었고, 분명히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S90보다 높아진 무게중심에도 고속 안정감은 여전히 뛰어났다. 고속도로에 올라 1분이나 달렸을까? 계기반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시나브로 올라간 속도계가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


크로스 컨트리에 얹힌 2리터 4기통 트윈 터보 D5 엔진은 235마력, 49kg·m를 발휘한다. 첨단 다운사이징 엔진의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을 만큼 배기량 대비 훌륭한 수치다.


평소에 모아둔 압축공기를 이용해 터보렉을 줄이는 파워펄스(Power Pulse) 기능과 함께 1,945kg의 크로스 컨트리를 부족함 없이 이끈다.


D5 엔진

신호대기 중 실내로 넘어오는 엔진 소음은 작은 아쉬움을 남겼다. 차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디젤 엔진임을 곧바로 알 수 있겠다. 신경을 거스르거나 대화에 방해를 받지는 않지만, 최근 출시된 경쟁 디젤 모델들이 워낙 조용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다. 다행히 진동은 잘 걸러졌다.


오프로드에 들어서자 위에서 언급한 크로스 컨트리만의 세팅이 십분 장기를 발휘한다. 움푹움푹 페인 비포장길을 슬쩍슬쩍 미끄러지며 잘도 내달린다. 미끄러질 때마다 안전벨트가 몸을 조여 온다. 210mm의 최저지상고는 과격한 오프로드 주행에도 바닥 긁힐 염려를 크게 덜어준다.


터보렉을 줄여주는 파워펄스 기술

크로스 컨트리는 고속주행 안정감은 물론 오프로드 대응력까지 넓은 포용력을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단단한 설정이며, 이는 90 클러스터를 관통하는 특징이다.


다만 간혹 짧고 강한 충격이 들어왔을 때 이를 여과 없이 엉덩이에 ‘탕’ 전해주는 점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에 어울리지 않는다. 쫀쫀한 마무리가 빠진 느낌이다.


더블 위시본 전륜 서스펜션
멀티링크 후륜 서스펜션 (가로로 배치된 판스프링이 독특하다)

어떤 트림 준비돼 있나


트림은 일반 ‘크로스 컨트리’와 기존 인스크립션에 해당하는 ‘크로스 컨트리 프로’ 두 가지를 마련했다. '프로' 모델은 이중 접합 유리와 대시보드 가죽 마감, 나파 가죽 시트, 마사지 시트, 4존 에어컨, B&W 사운드 시스템, 19인치 휠 등이 장착된다.


가격은 일반 모델이 6,990만 원, ’프로‘ 모델이 700만 원 비싼 7,690만 원이다. 고객 인도는 5월부터 시작될 예정.


크로스 컨트리 프로의 4존 에어컨과 가죽으로 마감된 스마트키(위) / 일반 모델 (아래)


코리안 라이프스타일러?


요즘 캠핑, 보드, 낚시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필요한 장비를 하나둘 사들이다 최후에 바꾸는 장비가 자동차란 얘기도 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SUV를 기웃거린다. 그리고 결국 구입하는 건 두 바퀴 굴림 SUV.


두 바퀴 굴림 SUV의 험로 주행 능력은 보잘 것 없다. 세단보다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음을 제외하면 실용성 면에서 왜건보다 나을 것이 없다. 온로드 주행성능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크로스 컨트리는 어떤가? 왜건의 적재공간을 갖췄고, 4륜구동 시스템은 두 바퀴 굴림 SUV보다 나은 전천후 주행성을 보장하며, 온로드에서는 세단과 큰 차이 없는 안정감도 발휘한다. 볼보는 90 클러스터 형제들의 우성 유전자만 모아서 크로스 컨트리를 만들었다.


크로스 컨트리의 기본이 된 왜건 V90은 국내 출시되지 않는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크로스 컨트리를 소하며 ‘90 클러스터를 완성하는 마지막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표현을 써 이점을 확실히 했다.


90 클러스터 형제들 V90, XC90, S90, 크로스 컨트리 (좌에서 우)
국내에 출시되지 않는 V90

‘왜건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시장에 V90으로 정면 돌파를 하기보다, 오프로드 성능을 가미해 다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크로스 컨트리가 볼보의 장점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위험부담까지 줄일 수 있겠다.


유독 국내시장에서만 ‘크로스 컨트리’ 앞에 ‘V90’을 빼고 부르는 이유도 최대한 왜건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일종의 ‘꼬리 자르기’ 작전이 아니었을까.


짧게나마 경험한 크로스 컨트리의 매력과 상품성은 그 자체로도 훌륭했다. 굳이 이런저런 마케팅 전략을 왈가왈부 떠들지 않아도 승산이 있다. ‘스웨디시 라이프스타일러’ 크로스 컨트리는 ‘코리안 라이프스타일러’가 될 충분한 가능성을 지녔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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