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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실험] 전기차로 서울-부산 왕복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조회수 2017. 11. 28. 13: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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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환경부에서는 전기차의 장거리 운행과 긴급충전에 대비할 수 있는 급속충전시설 100기를 경부·서해안 등 고속도로 휴게소 30곳과 수도권, 경상권 등 전국 70곳에 설치하여 25일부터 운행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장거리 운행'과 '고속도로 휴게소'였다. 전기차도 내연기관과 같이 고속도로 운행에 지장이 없도록 환경을 만들었으니 망설이지 말고 전기차를 구매하라는 뜻인가?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인지라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주변에선 아직 무리라며 말렸지만 실험을 통해 사실을 찾고 기사화하는 것이 도리라는 사명감(?)으로 장거리 운행의 대표 코스인 서울-부산 왕복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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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을 위해 전기차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보니 총 3가지 충전 방식이 있었다. 현대/기아 와 리프 등 국내에 가장 많은 보급이 이루어진 DC차데모 방식과 르노삼성 SM3 Z.E가 사용하는 AC3상 그리고 스파크 EV와 i3가 사용하는 DC콤보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DC콤보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유럽에서도 DC콤보를 단일 표준으로 적용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기존 AC3상 방식과 함께 2014년 초, DC콤보 방식을 국내 표준으로 지정해 세계적인 추세는 DC콤보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각 충전 방식의 특징은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충전지도
국내 충전 시설의 보급은 DC 차데모, 듀얼형(DC차데모, AC3상), 복합멀티형(DC차데모,AC3상,DC콤보) 로 총 3종류. 서울-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에서는 안성휴게소(듀얼형)를 제외하면 모두 복합멀티형 충전기가 설치돼있다.

기자의 출발점이 강서지역이고 안성휴게소가 듀얼형인 덕분에 DC콤보 방식의 전기차론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서울에서 경부 고속도로 시작점과 가장 가까운 복합멀티형 충전기는 '동작 주차공원'이고, 고속도로에 진입 후 가장 가까운 복합멀티형 충전기는 '죽암 휴게소'로 약 136km를 주행해야 한다.

DC콤보 방식을 사용하는 스파크 EV와 i3의 최대 주행거리는 각각 128km와 132km. 충전소를 눈앞에 두고 멈춰 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고속도로를 벗어나 충전을 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다른 방식에 비해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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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을 위해 전기차 보유 대수와 접근성이 좋은 전기차 전문 카쉐어링 '씨티카(www.citycar.co.kr)'를 이용했다. 씨티카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은 레이 EV와 SM3 Z.E 두 가지 모델 뿐. 충전방식과 주행거리를 고려해 실험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SM3 Z.E로 점 찍었다. 집 근처에서 픽업 가능한 전기차를 24시간 동안 이용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단돈 48,000원. 유류비가 따로 들지 않아 더욱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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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기 전, 미리 충전소 위치와 충전소 간 거리를 확인하고 표로 정리해 출력해두었다. 어플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동 경로를 미리 정해놓은 만큼 번거로움과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여담이지만, 이 종이 한 장이 결과적으로 이번 실험에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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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독자를 위해 실험 결과는 성공이었음을 먼저 밝힌다. 아래 내용은 서울-부산 왕복의 긴 여정을 담고 있으니 '스압'에 유의하기 바란다.

동작 주차공원을 출발해 부산 온천장역 공영주차장을 반환점으로 한 총 주행거리는 약 850km. 출발점을 제외한 경로 내의 충전소는 총 15개로 평균 100km/h, 1회 30분 충전을 기준으로 약 16시간의 여정을 예상했다. 물론 픽업 지점에서 동작 주차공원으로 이동 후 99% 충전까지의 약 90분의 시간이나 강남 구간의 정체, 부산 시내구간의 정체, 식사시간 등 변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글러 먹은'계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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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수령한 시간은 오전 8:53. 긴 여정에 필요한 준비를 마친 뒤 기자의 안전을 생각해 실험에 동참한 편집장과 합류해 동작 주차공원으로 향했다. 출근 시간이 끝난 시점이라 크게 막히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 것은 실수였다. 충전이 끝난 후 출발 시각은 예상보다 1시간 가량 늦어진 오전 11시.6 제원상 SM3 Z.E의 최대 주행거리는 135km지만, 계기판에 표기된 주행 가능 거리는 6km 더 짧은 129k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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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조건은 성인 남성 2인(약 160kg)이 탑승하고 공조장치는 24˚ C, 열선 시트를 켜고 차량용 충전기를 이용해 내연기관 차를 주행하듯 따로 전력보존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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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목적지는 안성휴게소로 주행거리는 약 65km. SM3 Z.E에 기본 탑재된 T맵 내비게이션은 전기차에 맞게 수정된 버전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예상 배터리 소모량과 예상 배터리 잔량을 표기해 준다. 만약 현재 배터리 잔량으로 목적지까지 주행할 수 없을 경우 충전소 검색을 제안하는 경고창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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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시작점에서 양재IC까지 정체구간을 지나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했다. SM3 Z.E는 최고속도 140km/h까지 주행이 가능했지만, ECO 모드를 켠 상태로는 가속 페달을 꾹~ 밟기 전에는 90km/h의 속도를 유지했다. 고속도로를 정속으로 주행하는 만큼 크루즈컨트롤이 있었으면 했지만, 안타깝게도 도심 주행을 목적으로 개발된 전기차의 특성상 크루즈컨트롤은 빠져있었다.

첫 충전소인 안성휴게소에 도착했다. 충전소의 위치는 휴게소의 뒷편 후미진 곳에 있었다. 배터리 잔량은 64%. ECO모드 덕분에 의도치 않게 90km/h 정속주행을 한 덕분에 예상보다 주행 효율이 높았다.

정속주행 덕분인지 99% 충전 후 주행가능 거리가 144km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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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대로 주행하면 1시간 이상 도착 시간이 늦어질 것은 뻔한 일. 과감히 ECO모드를 해제하고 제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계기판에 만개해 있던 나뭇잎은 점점 줄어가고 주행가능 거리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두 번째 충전소인 죽암 휴게소까지 74km의 거리를 주행했지만,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불과 30km 남짓이었다. 죽암 휴게소의 충전소 역시 휴게소의 출구 쪽 끝, 쉼터로 보이는 장소에 있었다. 이전 충전시간을 보니 90% 이후 충전 효율이 높지 않은 것 같아 90% 충전 후 다음 목적지로 출발했다.

초기 충전 효율이 더 높은 급속충전의 특성상 빨리 달리고 8~90%를 충전하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에 제한속도로 계속 운행했다. 죽암휴게소에서 가장 가까운 충전소는 58km 떨어진 황간(하행) 휴게소였지만, 다음 충전소인 김천 휴게소가 불과 36km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황간 휴게소를 건너뛰고 김천 휴게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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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배터리 잔량은 불과 14% 남은 주행거리가 10km 미만이었다. 충전을 시작하니 잔여 충전시간이 1시간 10분으로 표기됐다. 하지만 1시간 이상을 휴게소에서 머물 수는 없는 노릇. 다음 충전소가 35km 남짓 떨어진 칠곡 휴게소였기 때문에 50%정도만 충전 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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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농담삼아 던졌던

' 다른 전기차가 충전 중이면 어쩌지?'

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쏘울EV가 충전을 하고 있던 것. 쏘울의 배터리 잔량은 이미 99%에 도달한 상태라 급한 마음에 차주에게 양해를 구한 후 충전을 종료하고 SM3 Z.E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충전 중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쏘울EV 차주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서울에서 출발한 쏘울EV 차주의 목적지는 밀양. 오전 9시에 출발했다고 한다. 대화를 나눈 시각은 오후 4시 20분경으로 7시간 20분 만에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오너로서 전기차의 만족도를 물어보니 "서울 시내에서는 충전이나 운행에 큰 불편이 없고 낮은 유지비용이 매력적지만, 가끔 장거리 이동을 할 때는 반나절 이상 걸려 조금 불편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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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휴게소에서 출발해 평사 휴게소와 경주 휴게소를 거쳐 드디어 반환점인 온천장역 공영 주차장에 도착했다. 도착 시각은 오후 7시 30분. 동작 주차공원을 출발해 8시간 30분 동안 이동한 것이다. 경주 휴게소에서 출발하며 충전경고가 들어온 점이 조금 찜찜했지만, 다행히 충전을 시작하니 경고가 사라졌다. 하지만 충전 속도가 조금 더디게 느껴지는 점은 단지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했다. 서울로 복귀하는 시간 역시 8시간 30분이 걸린다면, 새벽 5시에나 도착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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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주차장 충전소는 주차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다음 충전소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60%만 충전 후 다시 부산을 떠나 언양 휴게소로 향했다. 문제는 이곳에서 발생했다. 점점 느려지는 듯 느껴졌던 충전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 것. 1시간을 넘게 충전해도 배터리 잔량이 50%도 채 안 됐던 것. 심지어 충전이 자동으로 종료되기도 했다. 충전을 다시 시작해도 딱히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지는 않아 충전기의 문제라고 판단. 다음 충전소인 경산 휴게소로 향했다.

경산 휴게소에도 상황은 마찬가지. 1시간 30분 동안 충전된 양은 불과 46%(잔량 60%)였다. 그렇게 2시간 이상을 기다려 충전한 배터리 잔량은 72%. 연속 2번이나 충전에 문제가 발생하니 충전기보다는 12시간 이상 쉬지 않고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 결과로 배터리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심했다. 하지만 이 시각(00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서울까지 최소 3회는 충전해야 하고 남은 거리도 약 300km. 교통 상황을 무시하고 주행시간과 충전시간(2시간 가정)만 계산해도 약 9시~10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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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주행거리를 늘리며 충전 시간을 줄여가는 방법뿐. 차량용 충전기는 물론 열선 시트 등 전기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80~90km/h로 주행해 칠곡 휴게소를 건너뛰고 김천 휴게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13%에서 81%까지 충전하는데 1시간 48분이 소요됐다.

다음 충전소인 옥천휴게소에 들러 반쯤 포기한 심정으로 충전을 시작하고 운전석에 앉았을 때. 배터리가 있는 트렁크 쪽에서 냉각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새삼스레 귀에 들어온다. 어... 어? 배터리가 정상 컨디션을 찾은 듯 2~30초에 1%씩 쑥쑥 올라가기 시작한다. 배터리 잔량 35%에서 90%까지 올라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6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상 충전 중 %가 올라가는 주기를 확인했다

배터리 충전 속도를 체크해 보니 약 85%까지는 약 30초에 1%씩 올라갔지만, 그 후 현저하게 충전 속도가 늦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급속충전 컨디션을 찾은 배터리와 90km/h 정속주행에 힘입어 죽암, 안성 휴게소를 거쳐 SM3 Z.E를 픽업 한 지 23시간 52분 만에 차고지에 도착했다. 의도하지 않게 24시간 쉐어링을 알차게 이용한 것이다. 물론 덕분에 몸 상태는 야간행군을 한 듯 천근만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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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작성하며 실험 중간에 발생한 '완속'충전에 대해 동일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 보니 동일 모델, 동일 증상으로 충전 인프라 정보시스템(http://www.ev.or.kr/web/board/11/290/?pMENUMST_ID=21469)에 문의한 내용이 있었다. 해당 문의에 대한 답변은 아래와 같다.


SM3 Z.E는 르노삼성 본사에 확인결과 연속적인 급속충전기 사용고속 주행 배터리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 배터리 셀에 무리를 가할 수 있어 배터리 보호를 위해 급속충전 전류량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우 완속 충전을 통해 배터리를 충분히 냉각시킨 후 이용해야 하오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답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르노삼성 본사에 직접 문의해 본 결과 같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즉, 부산으로 향하며 고속주행과 급속충전을 쉬지 않고 반복한 결과 배터리가 과열되어 배터리 보호를 위해 완속 충전 모드로 바뀌었다는 것. 2회의 완속 충전과 정속주행, 냉각팬의 작동에 힘입어 배터리가 정상 컨디션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짐작컨대 이런 문제는  SM3 Z.E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전기차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단점일 듯하다. 물론 위 내용에 덧붙여 자세한 내용과 사례까지 질문했지만, 관련 연구원과의 연락이 쉽지 않아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좀더 깊게 취재하여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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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밝혔듯이 전기차로 서울-부산 왕복은 가능하다. 하지만 편도 이동만 해도 꼬박 반나절을 운행해야 한다는 점은 '정말 가능하다고 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남긴다. 직접 왕복해본 기자의 생각은 'NO'쪽으로 기울어진다. 아직 전기차는 근거리 이동수단에서 점차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도록 발전해 나가는 과도기라는 생각이다.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어 이동 가능 지역이 늘곤 있지만, 생고생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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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M3 Z.E의 판매를 시작한 르노삼성 역시 같은 고민을 한 듯 SM3 Z.E 구매 고객에게 1년 간 총 5일 동안 SM5를 무상으로 렌트해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즉, 도심 용으로 전기차를 이용하다 가끔 장거리를 달릴 필요가 있을 땐 렌트카를 이용하라는 것. 단, 이 프로모션에도 조건이 있다. 2015년 지자체 민간 보급 공모를 통해 구매한 고객에게만, 출고 1년 이내만 제공한다.

르노삼성에 확인해 보니 2016년에도 프로모션을 연장 운영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모 회사인 르노 그룹에서 전기차에 대한 기술력과 시장 선점 의지를 가지고 있어 지속적으로 투자와 보급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은 있지만, 아직 일반 소비자에게 보급하기엔 가격 접근성이나 충전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상황. 단기적으로는 규모가 큰 쉐어링카, 전기택시 등 공공사업 부문에 치중하여 기반을 다진 후 일반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후상 기자 pollar@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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