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신화를 잠재운 로터리 엔진, 그리고 마쯔다

조회수 2017. 11. 28. 12: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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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향하는 과정은 저마다 다르다. 가령, 닛산 GT-R은 육중한 덩치를 뽐냈다. 그러나 강력한 직렬 6기통 2.6L 가솔린 트윈터보(RB26DETT) 엔진, 똑똑한 아테사 E-TS 시스템은 GT-R을 최고의 자리에 올렸다. 반면, GT-R과 대척점에 자리한 스포츠카가 있다. 바로 로터리 엔진 품은 마쯔다 RX 시리즈다. RX는 이니셜 D 속 다카하시 형제의 애마이자(RX-7), GT-R의 49연승 ‘불패신화’를 마감한 장본인(RX-3)다. 조약돌처럼 매끈한 겉모습, 작은 심장에서 뿜는 파워, 가벼운 몸무게는 또 다른 괴물을 완성시켰다. 

① 로터리의 시작 

RX 소개에 앞서 로터리 스포츠카의 탄생 알린 자동차가 있었다. 이름은 코스모 스포트(Cosmo Sport). 지난 1967년, 마쯔다가 출시한 세계 최초의 2-로터 로터리 엔진 쿠페다. 차체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140X1,595X1,165㎜. 길쭉한 보닛과 트렁크, 동그란 눈매 등은 이태리제 스포츠카처럼 매혹적이었다. 운전석과 앞 차축 사이에 얹은 로터리 엔진은 요즘 나오는 경차보다도 작다. 배기량이 982cc밖에 안 되는 까닭이다. 최고출력 110마력, 최대토크 13.3㎏·m의 힘을 뒷바퀴로 보냈다. 절대 수치로 보면 보잘 것 없지만 가벼운 차체(공차중량 940㎏)와 만나 시너지를 냈다. 

1년 뒤, 마쯔다는 2대의 코스모 스포트를 자동차 경주 무대에 올렸다.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치르는 84시간 마라톤 레이스다(Marathon de la Route). 총 58대의 경주 차가 84시간 동안 혈투 벌이는 장소였다. 결과가 어땠을까? 1대는 종료 2시간을 앞두고 포기했지만, 나머지 1대는 종합 순위 4위로 체커기를 받았다. 로터리 엔진에 드리운 내구성 문제를 잠재운 순간이었다. 또한, 유럽 무대에서도 일본 스포츠카가 통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② GT-R의 천적, RX-3 

1971년 10월, 마쯔다는 사반나(Savanna, 이하 RX-3)를 선보였다. 쿠페와 세단, 왜건 등 총 3가지 모델로 나누는 소형 자동차다. 코스모 스포트와 같은 심장을 얹었지만, 몸무게는 884㎏(쿠페)로 더 가볍다. 또한, 로터 내부에 특수 코팅을 해 내구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1세대 닛산 스카이라인 GT-R

RX-3의 잠재력은 엄청났다. 출시와 동시에 후지 500 레이스에 참가해 우승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듬해 치른 일본 그랑프리에선 49연승의 주인공, 닛산 스카이라인 GT-R과 한 판 승부를 벌였다. 두 차의 성격은 180° 달랐다. 가령, GT-R은 최고출력 160마력 뿜는 직렬 6기통 2.0L 엔진으로 무장했다. 출력 싸움에선 GT-R의 승리지만, 차체 무게는 RX-3가 216㎏ 더 가벼웠다. 결국 RX-3는 GT-R의 연승행진을 마감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게다가 1976년까지 총 100번의 우승컵을 챙기면서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③ RX-7 등장!(1978-1985, 코드네임 FB) 

1978년 3월, 마쯔다는 RX-3의 후속 RX-7(이하 FB)을 출시했다. RX-3와는 달리 2도어 쿠페로만 등장했다. 또한, 기다란 후드와 매끈한 실루엣은 코스모 스포츠를 빼닮았다. 디자인을 이끈 수장은 마타사부로 마에다(Matasaburo Maeda). 참고로 그의 아들 이쿠오(Ikuo)는 훗날 마쯔다2와 RX-8을 디자인한다. 

FB는 선대 모델의 장점을 고스란히 담았다. 가령, 공차중량은 1,000㎏이었고, 차체 크기도 아담했다. 또한, 1,146cc 로터리 심장(12A)을 앞 차축 뒤에 품어 이상적인 무게 배분을 실현했다. 초창기 모델은 최고출력 100마력을 냈지만, 이후 터보차저를 곁들인 12A 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을 165마력으로 끌어올렸다(시리즈 2). 소위 ‘제로백’이라고 부르는 0→시속 100㎞까지 가속 성능은 9.2초, 최고속도는 시속 190㎞를 자랑했다. 

④ 2세대 RX-7(1985-1990, 코드네임 FC)

2세대 모델부턴 우리 눈에 친숙하다. 이니셜 D의 주축인 다카하시 료우스케의 애마로 등장하는 까닭이다. 이 차는 일본보다 북미 시장을 정 조준했다. 디자인을 맡은 아키오 우치야마(Akio Uchiyama)는 포르쉐 924로부터 영감을 받아 FC를 빚었다. 이를 위해 마쯔다 디자인 팀은 미국으로 건너가 1세대 RX-7의 오너의 성향을 분석했다. 또한, 미국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카를 집중 연구했다. 

덩치 큰 미국인을 위해 몸집도 훌쩍 키웠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290X1,689X1,265㎜. 공차중량은 1,223㎏이다. 또한, 보닛 속에 1.3L 로터리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50마력을 냈다. 터보차저를 더한 185마력 버전도 있었다. 또한, 1989년형 모델엔 215마력까지 출력을 높였다.

구형의 약점들도 대폭 개선했다. 가령, 오버스티어(코너를 돌 때 스티어링 휠을 돌린 각도보다 회전반경이 작아지는 현상)를 줄이고, 뒤 차축에 독립식 서스펜션을 물렸다. 더욱이 랙 앤 피니언 스티어링 시스템과 디스크 브레이크를 기본으로 넣었다. RX-7을 최고의 코너링 머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DTSS(다이내믹 트랙킹 서스펜션 시스템)에 있다. 주행 상황에 따라 뒷바퀴를 슬그머니 움직여 ‘예쁘장한’ 궤적을 그리도록 도왔다. 또한, AAS(오토 어드저스팅 서스펜션)은 노면 상태에 맞게 댐퍼의 압력을 조절할 수 있었다. 

한편, FC는 1986년 모터트렌드 ‘올해의 수입차’와 1987년 카앤드라이버 ‘베스트 10’에 오르며 경쟁력을 입증 받았다. 

⑤ 3세대 RX-7(1991-2002, 코드네임 FD)

1991년에 등장한 FD는 역대 RX-7 가운데 가장 장수한 모델이다. 겉모습은 직선 대신 곡선으로 치장했다. 또한, 차체 너비가 무려 71㎜나 넓어지면서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소형 스포츠카로 분류하지 않았다. 따라서 FD의 오너는 추가적인 세금을 납부해야 했다. 이에 따라 마쯔다는 FD보다 작은 유노스 로드스터(MX-5)를 선보이며 시장에 대응했다. 

엔진의 성능도 대폭 키웠다(13B-REW). 1.3L 로터리 심장에 시퀀셜 트윈 터보를 물려 최고출력 255마력을 뿜었다. 첫 번째 터빈은 0.7바의 압력으로 1,800rpm부터 4,000rpm까지 돌았고, 이후 두 번째 터빈이 바통을 이어받아 힘을 보탰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운전자들은 코너링 상황에서 오버스티어를 줄이기 위한 더 높은 수준의 테크닉이 필요했다.

고성능 모델인 RX-7 SP도 눈에 띈다. 이 차는 호주에서 열리는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 태어났다. 엔진의 최고출력을 280마력으로 높였고, 차체 곳곳에 CFRP(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더해 무게도 덜었다(기본형 1,250㎏, SP 1,218㎏). 당시 RX-7 SP의 라이벌은 포르쉐 911 RS CS. 그러나 마쯔다는 그 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존재감을 뽐냈다.

이후 FD는 연식 변경을 거치면서 완성도를 높여갔고, 2002년을 끝으로 단종 되었다. 수많은 매체들은 FD를 향해 “클래스 최고의 핸들링 성능, 50:50의 무게 배분, 낮은 무게 중심으로 똘똘 뭉친 스포츠카”라며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⑥ RX-8과 RX-비전 

2003년, RX-7의 후속 모델 RX-8이 세상에 나왔다. 2도어 스포츠 쿠페인 구형과 달리 신형은 뒤쪽에 쪽문을 숨긴 4도어 쿠페다. 성격을 바꾼 셈이다. “젊었을 때 RX-7을 타던 이가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겨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브로셔에 내건 엔진 출력과 실제 출력이 다르다는 문제로 홍역을 앓기도 했다. 그러나 날카로운 핸들링만은 여전했다. 이후 RX-8은 환경 문제로 2012년 단종 되었다.

마쯔다의 로터리 스포츠카 계보는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기분 좋은 소식이 최근 전해왔다. 마쯔다는 지난 2015년 도쿄모터쇼에서 RX-비전 콘셉트를 공개하며 다시 로터리 스포츠카의 부활을 예고했다. 다가오는 2017 도쿄모터쇼에서 양산형 모델을 공개한다는 소식이다. 참고로 올해는 마쯔다가 코스모 스포츠를 출시한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과연 차세대 RX의 모습은 어떤 형태로 거듭날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글 강준기 기자|사진 마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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