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의 모든 것]스즈키 브이스트롬1000XT 시승기, 스타일 살리고 상품성 높인 터프 기어

조회수 2017. 6. 23. 11: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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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어드벤처 투어러. 어찌 보면 난해한 표현이다. 메이커가 넣고 싶은 단어를 다 넣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이 바이크를 타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긴 수식어가 달렸지만 단어마다 납득이 되기 때문이다.

브이스트롬1000XT는 오랜 시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온 브이스트롬650에 이어 새롭게 풀체인지된 1000, 그리고 와이어 스포크 휠을 추가한 XT버전으로 진화해 온 어드벤처 투어링 바이크다.

스즈키는 동급 최다 판매를 이어왔다는 브이스트롬650의 인기가 허투가 아니었다며 여세를 1000으로도 이어가려고 하고 있다. 풀 체인지 된 브이스트롬1000은 기대한 만큼 완성도가 충분했고 나름의 색깔도 있었다. 

XT버전인 새로운 모델은 바로 이전 모델과 나란히 놓고 보면 조금씩 다른 점이 보인다. 다르게 표현하면 대동소이하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DR-Z에서 따온 ‘부리 달린 새’ 모양이다. 메이커의 발표에 의하면 가장 큰 변화는 일명 코너링 ABS라 부르는 스마트 ABS의 추가, 그리고 충격흡수력을 높여주는 와이어스포크 휠이다.

시트에 앉으면 체감상 시트고는 전작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수치상 850mm다. 메인 컬러인 챔피언 옐로우 색상을 입은 시트가 더욱 발랄한 느낌이고 덕분에 차체도 살짝 커 보인다. 핸들 바를 잡아보면 사뭇 느낌이 다르다. 기존의 단순 파이프형 핸들바 대신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테이퍼드 형태의 핸들바가 기본 채용됐다.

디지털, 아날로그 혼용 계기부도 달라진 것이 없고 여전히 시인성은 좋다. 윈드스크린은 각도가 더욱 높아져 최소 높이로 달려도 기존의 최대높이만큼 방풍 성능이 좋아졌다. 라쳇 방식으로 손으로 쓱 밀면 달리면서도 쉽게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최대한 밀어보면 거의 수직에 가깝게 서 있는 스크린 덕에 스탠딩 포지션에서도 거치적거리지 않는 점이 좋다.

원터치 시동인 이지 스타트시스템은 역시 신형 모델 전부, 브이스트롬 1000XT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클러치를 스르륵 떼어보면 rpm이 살짝 오르면서 시동이 꺼지지 않고 전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초보자를 위해 좋은 시스템이다.

엔진 부분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저회전부터 토크가 부드럽고도 묵직하게 솟아나오는 것이 장점이다. 10.3kgm에 달하는 최대토크가 4,000rpm에서 다 나오니 1만 rpm을 훌쩍 넘길 수 있는 모터사이클 엔진치고는 정말 저회전 중심의 바이크다. 저회전에 토크가 몰려있으면 아무래도 파워를 꺼내어 쓰기가 쉽고 기어단수가 높아도 rpm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 좋다. 최고출력은 100마력으로 8,000rpm에서 나온다.

핸들은 전방으로 꽤 뻗어있어 당당해 보이는 라이딩 자세가 연출된다. 리터급 어드벤처 바이크이기는 하지만 신장 175cm기준으로 크게 부담 없는 포지션이다. 이 점은 덩치가 크지 않은 대다수의 평균 한국 남성기준으로 상당한 매리트로 작용한다.

조종성은 여전히 뛰어나다. 온로드에서 특히 코너링에 특화된 날카롭고도 예상가능한 선회력은 처음 올라타본 사람이라도 쉽게 제어할 수 있을 만큼 쉽다. 저속에서도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게 방향을 바꾸기 쉽고, 고속에서는 안정감이 높아 안심된다.

스즈키는 브이스트롬 시리즈에 온로드 스포츠 투어링 개념을 강하게 심어놓았다. 어드벤처 바이크의 터프한 모습이지만 실상은 스포티한 투어러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만큼 높은 품질의 코너링 밸런스에 신중을 기했다. 코너링 실력만큼은 다른 어드벤처 바이크에 비교당하고 싶지 않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인제 트랙 주변 와인딩 도로를 누벼봤다. 이제 막 슈퍼바이크를 시승하고 내린 터라 상대적인 느낌을 배제할 수 없었다. 브이스트롬1000XT는 프론트 19인치 휠 사이즈로 스포츠 전문 바이크와 같은 공격적인 코너링은 어렵지만, 느긋한 자세로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코너링을 주파할 수 있다는 점은 놀랍다. 스즈키의 자신감대로 이 계통에서는 가장 핸들링이 우수한 편에 속한다. 쟁쟁한 경쟁기종이 포진한 이 체급 장르에서는 상당한 내공이다.

하지만 테스트를 위해 가벼운 비포장로 정도는 달려봐야 했다. ABS나 트랙션 컨트롤이 미끄러운 노면에서 얼마나 잘 작동하는 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시골길이 널린 곳이라 어렵지 않게 코스 찾았다.

트랙션 컨트롤은 최소로 해놓고 마구 스로틀을 감아보았다. 서스펜션은 흡수력이 뛰어났다. 간혹 튀어나온 돌부리나 어느 정도의 요철은 부담 없이 달릴 수 있었다. 좁은 시트 설계로 스탠딩 포지션이 무척 편안한 것도 좋았다. 핸들 끝을 잡고 별 긴장 없이도 비포장로를 온로드처럼 달릴 수 있었다.

TCS가 간간히 작동하는 덕에 거의 트랙션을 잃을 상황은 없었고, 살짝 바이크를 기울인 상태로도 ABS는 지능적으로 작동했다. 스마트 ABS는 앞/뒤 휠스피드를 체크해 연동 작동한다고 한다. 처음 가보는 비포장로에서도 불안해하지 않고 풀 브레이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다시 온로드로 북귀했다. 매끈한 온로드에서는 스포츠 투어링 바이크가 된다. 토크는 일찌감치 나오므로 풀스로틀 하면서 기어를 일찌감치 툭툭 걷어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회전 풀토크를 가진 브이스트롬만의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토크가 좋은 이 바이크를 고저차 심한 인제 트랙에서 타보아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형은 엔진 하부를 덮는 언더가드와 핸들로 들이치는 바람을 막아주는 윈드가드가 기본 장비된다. 일전에는 옵션 품목이었던 장비가 기본채용된 것이다. 경쟁 모델과 시장에서 겨룰 때 더욱 큰 매리트를 갖기 위해 어드벤티지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 

100마력밖에 안되는 1리터급 엔진은 출력지상주의에서는 명함을 꺼내기도 힘든 수치가 분명하다. 하지만 브이스트롬은 포인트를 다루기 쉬운 토크와 핸들링으로 승부하기로 했다. 와이어 스포크 휠은 튜브리스 타입으로 정비가 간편하고 터프한 오프로드 바이크 느낌을 더했지만 어디까지나 ‘스포츠 투어러’라는 시승 느낌은 그대로다. 전작도 그랬고, 신형도 다르지 않다.

다만 더욱 완성도가 높아져 가격 대비 가치가 한 단계 상승했다. 화려함이 부족하지만 주행에  꼭 필요한 장비는 모두 갖추고도 전작대비 가격상승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1,749만원 으로 다방면에서 만족할 수 있는 바이크는 드물다. 

전문적인 성향의 어드벤처 바이크들에 비해 브이스트롬은 대중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누구나 도전하기 쉽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 바이크다. 
어드벤처 투어링 카테고리는 높고, 크고, 무거워서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매력적인 장르다. 패키지를 강화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브이스트롬1000XT가 국내 도로에서 얼마나 보이게 될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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