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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승기] 화기엄금! 4행시로 보는 '현대 그랜저 IG LPG' 시승기

박지훈 입력 2017.05.19 17:43 수정 2017.05.21 21:4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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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엄.금


우연찮게 시승하게 된 그랜저 IG에게 붙여주고 싶은 수식어다. 카랩은 독특하게도 트렁크에 가스통을 품은 LPG 모델을 시승(?)했기 때문이다. 남들 다 가솔린 타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탈테니 우리는 LPI를 타봤다. 엄밀히 말하면 시승보다는 대차(?)라고 해야 할 듯. 파워트레인만 다를뿐 다른 곳은 가솔린 모델과 똑같다.


현대 그랜저 IG

입수경로가 어떻든, 어떤 연료를 먹든지 간에 자동차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이 카랩의 임무 아니겠는가.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고 왔다. 그 결과를 화기엄금 4행시로 풀어봤다.



1/ 끈하게 갈아 엎은 얼굴

지난해 11월 데뷔한 그랜저IG는 기존보다 한층 더 보수적이면서도 세련된 모습으로 변신했다. 소위 '곤충룩'을 따랐던 HG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출시와 동시에 길거리에 흔히 보이는 차니 디자인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인 모습보다는 놓치기 쉬운 작은 부분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곤충룩으로 놀랐던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가슴을 잠재운 데는 새롭게 적용된 캐스케이딩 그릴과 헤드램프의 역할이 컸다. 기존 헥사고날 그릴을 대체하는 캐스케이딩 그릴은 한국적인 선이 가득해 어딘가 친숙하다.


용광로에서 녹아내리는 쇳물의 웅장한 흐름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한 곡선에서 영감을 받은 그릴이라고 하니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캐스케이딩이라는 이름 역시 '폭포수가 아래로 떨어진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네시스의 크레스트 그릴과의 차별화는 아쉽다. 솔직히 말해서 이름만 다를 뿐 언뜻 보면 무슨 차이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굳이 설명하자면 좌, 우측 세로 선이 조금 더 유연하다는 정도.


다행히도 3D 느낌을 아주 잘 표현한 엠블럼이 차별성을 더한다. 보통 레이저 센서를 엠블럼 안에 함께 탑재하면서 3D 느낌을 표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현대자동차는 이를 잘해낸 듯하다. 아쉽게도 하위 트림인 시승 차에는 센서가 포함되지 않았다.


할로겐 전구가 들어간 헤드램프도 아쉽다. 아무리 하위 트림이라지만 세련된 디자인의 헤드램프에서 나오는 노란색 불빛은 시인성도 별로고 멋도 없다. 물론 상위 트림에는 LED 헤드램프가 적용된다.


곳곳에는 일관된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한 흔적이 남아있다. 도어 캐치에 적용된 잼 나이프 모양은 리어램프에도 적용했다. 닷지 차저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일었던 일자 눈썹 리어램프도 1세대부터 이어온 그랜저만의 정체성이다.



2/ 똥차게 뽑아낸 실내 공간

현대차의 진가는 실내에서 나온다. 공간 뽑기(?)라 불리는 현대자동차의 실내 공간 창출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자 또 돈 받았네'라는 댓글이 뻔히 보이지만 사실은 인정해줘야 하는 법. 그 돈 좀 어디 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현대자동차의 실질적 플래그십 세단인 그랜저도 일단 타보면 넓은 공간에 감탄을 내지르게 된다. (이름값 못하는 형님 '아슬란'은 잠시 넣어두록 하자) 특히 뒷좌석 무릎 공간이 상당하다.


그랜저IG의 휠베이스는 2,845mm로 다른 세단에 비해 평범한 수준이다. 그러나 173cm인 기자가 뒷좌석에 앉았을 때 주먹 두 개하고도 1cm가량의 공간이 남는다. 무릎을 자유롭게 꼬고 펴는데 아무 제약이 없다.


플래그십의 위엄은 의외로 소소한 곳에서 드러난다. 앞 좌석 창문을 열면 마지막 즈음에 속도가 느려진다거나 각종 덮개를 조작할 때 묵직하게 여닫히는 점, 실내등이 부드럽게 켜지는 점 등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용자들은 이런 작은 배려에서 고급스러움을 느낀다. 얼마 전 시승했던 마세라티 콰트로 포르테가 대표적인 경우다. 실내를 온통 이태리 가죽으로 도배했음에도 싸구려틱한 조작감이 분위기를 왕창 깨버렸다.


비약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랜저의 이런 소소한 부분들은 2억 원에 달하는 콰트로 포르테보다 고급스럽다. 마세라티가 안 좋다는 말이 아니라 그랜저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말이다.


시승한 모델이 LPG다 보니 몇 가지 제약이 눈에 띄었다. 트렁크에 LPG 가스통이 자리 잡다 보니 426리터의 트렁크 공간을 절반 정도만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모델에서 전부 지원하는 스키쓰루도 막혀있다.


도어 트림에서 빠진 썬쉐이드나 크롬 장식 옵션도 아쉽다. 하위 트림에서 온전한 현대자동차를 맛보기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닌듯하다.



3/ 숙한 주행 감각

요즘은 워낙 고급 차가 판치는 바람에 그랜저라는 이름값이 예전만큼 와 닿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들의 시대만해도 '각그랜저'는 성공한 사회인의 지표와도 같았다. 진짜 그 당시에는 "어떻게 사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랜저로 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이름값이 떨어졌다 해도 여전히 그랜저는 사회적 성공을 바탕으로 탈 수 있는 자동차다. 그렇다 보니 주요 고객층이 대한민국 아저씨들일 수밖에 없고 그들의 성향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아주 부드러운 주행 감각도 대한민국 아저씨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그랜저IG는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후륜에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을 탑재했고 아주 부드럽게 세팅돼 있다.


운동성능을 배제하고 승차감의 부드러움만 따진다면 최근 시승했던 차 중 단연 으뜸이다. 꽤 높은 과속방지턱이 나와도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가져가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비포장도로에서도 노면 충격을 잘 걸러 엉덩이 전해지는 충격이 꽤 부드럽다.


예전의 현대자동차를 떠올려보면 정말 무턱대고 부드러웠다는 생각이 든다. 요철을 넘으면 2차, 3차 진동이 이어지고 코너링이라도 할라치면 차체는 좌우로 휘청거렸다.


그랜저IG에서는 더 이상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요철은 부드럽게 넘되 2차, 3차 진동을 최대한 억제했고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세팅했음에도 코너링 시 차체 롤링이나 요잉이 심하지 않다.


보닛 아래에는 3리터 V6 LPG 엔진이 자리 잡았다. 최고출력은 235마력. 같은 크기의 가솔린 엔진보다 약 30마력을 손해 본 수치지만 일상생활에서 타고 다니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다만, 가속페달을 밟아도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부드러운 세팅 때문일 것이다. 그랜저IG는 가속페달을 아무리 즈려밟아도 거칠고 급하게 반응하는 법이 없다.


이토록 부드러운 승차감은 정숙함을 넘어 엄숙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릴 것 같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 조합됐다. 기존 3리터급 가솔린 모델에는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는데 LPG 모델에는 가감 없이 6단을 탑재했다.


LPG라서 받는 불이익이 생각보다 많은 듯. 어쨌든 6단 자동변속기는 반응성이 반 박자 늦지만 부드럽게 움직인다. LPG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 복합연비는 7.6km/L다. LPG 엔진에 좋은 연비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니 마음을 비우도록 하자.


대부분의 현대차가 그렇듯 스티어링 휠 감각은 가벼운 편이다. 현대차의 스티어링 휠하면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바로 MDPS다.


R-MDPS를 기대했던 많은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랜저IG는 C-EPS를 장착하고 등장했다. 일반인들이 일상 주행 속에서 EPS의 종류에 따른 주행 감각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다.


그러나 C-EPS보다는 R-EPS가 더 비싸고 좋은 장치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현대자동차도 스포츠 모델이나 제네시스급에는 R-MDPS를 장착하고 있다.


세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C-EPS의 단점을 감출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랜저 정도면 R-EPS를 넣어줬어도 괜찮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든다.



4/ 단의 영역, 그랜저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대한민국에서 현대자동차의 세단들이 가지는 이름값은 생각보다 크다. 그중에서도 형님뻘인 그랜저라는 이름값은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판매량만 살펴봐도 이들의 '네임 파워(Name Power)'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그랜저IG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단 한 번도 판매량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아직은 그랜저를 위협할만한 신예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


판매 대수에서도 그랜저IG는 뒤를 잇는 기아 K7보다 늘 두 배 이상 앞선다. 르노삼성 SM7이나 쉐보레 임팔라는 말할 것도 없다. 그야말로 그랜저의 왕좌는 다른 경쟁모델들이 감히 노릴 수 없는 금단의 영역인 셈이다.


그러나 그랜저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던 것이 단지 이름값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승을 통해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세심하고, 때론 묵직한 한방을 가진 자동차 그랜저는 우리 시대 대한민국 아저씨들과 너무나 닮은 모습이다. 어쩌면 이것이 변함없는 인기의 비결일지도 모른다.


<영상 시승기>




박지훈 jihnpark@carlab.co.kr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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