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시승] 쉐보레 크루즈 vs 현대 아반떼, 계급장 떼고 서킷에서 붙자!

조회수 2017. 5. 29. 15: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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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크루즈와 현대 아반떼, 누가 더 나은가? GM대우 시절 라세티 프리미어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 두 차의 숙명의 라이벌 관계가 시작됐다. 인터넷 세계의 여러 커뮤니티에서 벌어진 갑론을박이 벌써 10년 째다. 소위 말하는 ‘인터넷 슈퍼카’ 자리에 크루즈와 아반떼가 여러 번 오르내렸다.

물론 판매량만 놓고 보면 아반떼의 압도적인 승리다. 매달 7000~8000대 팔리는 아반떼에 비해 1500~2000대가량 팔리는 크루즈의 볼륨은 초라하다. 하지만 크루즈는 아반떼와 대등하게 붙을 수 있는 유일한 적수다. 기아 K3는 구형 아반떼 MD의 형제차고, 르노삼성 SM3는 후속 소식이 요연하다. 올 초 풀체인지를 거친 크루즈만이 아반떼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다.

크루즈와 아반떼의 비교는 이미 여러 번 이뤄졌다. 가격, 상품성, 옵션, 성능까지 꼼꼼히도 살펴봤다. 하지만 크루즈와 아반떼, 서킷에서 달렸을 땐 어떨까? 자동차의 본질인 달리기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크루즈와 아반떼가 서킷으로 향했다.

자동차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끼치는 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엔진은 물론 중량, 휠·타이어의 규격과 종류, 변속기의 기어비와 변속 로직, 서스펜션 지오메트리, 브레이크 성능까지 모든 부위의 설계가 최적화돼야 뛰어난 퍼포먼스가 완성된다.

크루즈와 아반떼는 스포츠카가 아니다. 서킷과 같은 한계 상황에서 주행할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극한의 조건에서 얼마나 잘 달리는 지 확인하는 것은 차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신체조건부터 따져보자. 1.4L 터보 엔진을 얹은 크루즈는 153마력의 최고출력과 24.5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반면 아반떼는 1.6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얹은 버전. 최고출력은 132마력, 최대토크는 16.4kg.m에 그친다. 물론 아반떼에는 1.6 터보가 얹힌 스포츠 버전이 있지만 이번 비교는 대중적인 모델을 대상으로 했다.

중요한 건 무게다. 아반떼 1.6 가솔린의 무게는 1220kg, 크루즈의 무게는 1250kg다. 아반떼가 더 가벼워 보이지만 크루즈는 터보 엔진을 위한 부품들이 추가로 달려있을 뿐 아니라 자동변속기가 기본사양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통상 터보차저와 그 주변 부품들이 더해지면 50~100kg가량 무거워 진다.

둘 다 휠베이스는 2700mm로 같지만 몸집은 크루즈가 좀 더 크다. 전장은 크루즈 쪽이 95mm나 길다. 자연히 실내공간도 여유가 생긴다. 같이 세워놓고 봤을 때는 눈에 띄게 커 보이지 않는데, 아무래도 라이트 면적이 넓고 가로선을 많이 사용해 폭이 넓어보이는 아반떼의 디자인 때문이겠다.

이번에 마련된 차는 둘 다 제법 옵션이 들어갔다. 크루즈는 풀옵션 차량이고 아반떼는 풀옵션은 아니지만 자동변속기와 가장 큰 휠이 장착돼 달리기 성능에서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오히려 아반떼 쪽은 썬루프가 없어 무게 면에서는 유리한 부분도 있다.

우선 간단한 짐카나 테스트를 해 봤다. 슬라럼과 레인 체인지 구간으로 구성된 비교적 짧은 코스다. 크루즈를 먼저 타고 아반떼로 갈아탄 뒤, 다시 크루즈를 타는 순서로 진행했다.

먼저 크루즈를 타고 한 바퀴 돌았다. 엔진 회전수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수동 모드에 놓고 출발했다. 힘껏 노면을 박차고 나가다가 이내 속도가 나지 않는다. 강제변속이 되지 않은 탓이다. 크루즈는 수동 모드에서 차가 임의로 변속하지 않는다. 레드존에 닿기 전 변속하는 아반떼와는 대조적이다.

곧이어 아반떼를 타자 차이가 느껴진다. 크루즈가 착 엎드린 느낌이라면 아반떼는 그냥 앉아있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노면을 움켜쥐는 맛은 크루즈 쪽이 훨씬 좋다.

스티어링 감각도 다르다. 단순히 설명하자면 크루즈는 무겁고 아반떼는 가볍다. 좀 더 디테일한 손맛에 집중해 보면 크루즈는 노면을 그대로 스캔해 손끝에 전달한다면 아반떼는 시뮬레이터처럼 노면 환경은 걸러내고 정제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느낌이다. 취향의 차이지만 스포츠 주행에서는 아무래도 전자가 더 어울린다.

급격히 스티어링 휠을 꺾는 레인 체인지 테스트를 해 보면 두 차의 성격 차이가 뚜렷하다. 크루즈는 롤링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반면 아반떼는 상대적으로 롤을 허용하는 세팅. 그렇다고 심하게 휘청이거나 불안정한 건 아니다. 두 모델의 서스펜션 설계 지향점이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짐카나로 몸을 풀고 서킷에 올랐다. 이번에는 두 대의 차로 각각 두 바퀴씩 돌며 비교하는 방식. 좌우로 급격히 방향을 트는 짐카나에 비하자면 서킷 주행에서는 한계 상황의 고속주행을 제대로 평가해볼 수 있다.

제대로 주행하기 위해 시트 포지션을 잡아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아반떼도 이전보다 시트 포지션이 낮고 안정적이지만, 크루즈는 훨씬 낮은 위치까지 시트를 내릴 수 있다. 거의 다리를 쭉 편 자세를 잡을 수 있다. BMW와 맞먹는다. 낮은 시트 포지션은 무게중심을 낮춰 줄 뿐 아니라 주행 시 안정감을 높여준다.

아반떼도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시트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코너에서의 홀딩 능력은 아반떼가 더 우위다. 스포츠 모델이 아님에도 운전자의 몸을 유격 없이 잡아주는 솜씨가 제법이다. 기자의 체격이 큰 편임에도 크루즈는 다소 유격이 생겼는데, 아무래도 체구가 큰 미국인 위주로 설계된 까닭이다.

메인 스트레치에서의 가속감은 크루즈가 조금 앞선다. 제원 상 성능도 우위일 뿐 아니라 터보 엔진의 특성 상 최대토크가 저속 영역부터 뿜어져 나오기 때문. 폭발적인 가속력은 아니지만 가속을 시작하자마자 묵직하게 밀어주는 맛이 있다. 반면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된 아반떼는 좋게 말하면 부드럽고, 나쁘게 말하면 밋밋하다.

지속적으로 횡G가 걸리는 코너를 통과할 때 아반떼는 짐카나와 마찬가지로 롤링이 느껴지지만, 크루즈는 노면에 착 달라붙는 맛이 일품이다. 요컨대 아반떼는 일상에서의 편안함을 위해 댐핑 스트로크를 여유있게 설계했지만 크루즈는 불필요한 댐핑을 억제한 것. 일상 주행에서는 조금 피곤할 수 있지만 스포츠 주행에서는 한 치의 아쉬움도 없다.

비슷한 무게의 차체를 세우는 데에 제동력의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브레이크 페달의 반응성은 조금 다르다. 아반떼는 상대적으로 초반에 답력이 몰려 있어 급제동에는 유리하지만, 서킷 주행에서 제동력을 고르게 사용하는 데는 답력이 선형적으로 전개되는 크루즈 쪽이 좋다.

세팅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건 변속기다. 둘 다 6속 토크컨버터 변속기지만, 아반떼는 부드러운 변속에 초점을 맞췄고 크루즈는 역동성에 집중했다. 락업클러치를 빠르게 작동해 직결감이 뛰어나고, 특히 다운시프트 시 제법 높은 회전수까지 적극적으로 레브 매칭을 해 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아반떼는 다운시프트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특히 4단에서 3단으로 낮출 때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이번 비교 시승을 주최한 한국GM 관계자에 따르면 서킷 랩타임은 크루즈 쪽이 약간 앞선다. 단순히 출력의 우위에서 비롯된 차이는 아니다. 데이터로그를 통해 확인되는 코너링 안정성, 선형적으로 작동하는 브레이크 시스템 등 여러 부분의 섬세한 세팅이 합쳐져 빚어낸 결과다.

물론 눈으로 보이는 지표만으로 크루즈의 우위를 확신할 수는 없다. 당장 두 차의 타이어가 다르다. 크루즈는 최상위 모델에 18인치 휠이 장착되고 미쉐린 MXM4 타이어를 끼우지만, 아반떼는 스포츠에만 18인치가 조합되고 일반 모델에는 17인치가 최고다. 타이어 역시 UHP계열이 아닌 일반 사계절 타이어가 장착된다. 한 급 아래에 편평비도 높은 타이어가 끼워진 아반떼 쪽이 접지력이든 롤 억제력이든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아반떼는 고성능 버전인 스포츠 트림을 따로 운영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탄탄한 주행감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제공하고 일반 모델은 보다 대중적인 수요에 대응하는 편안한 세팅을 선택할 수 있다. 반면 하나의 엔진으로 모든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크루즈는 달리기 성능에 집중했다.

탄탄한 기본기는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당장 단가가 올라간다. 경제성을 무시할 수 없는 준중형 세단이라면 가격인상은 치명적이다. 편한 차를 원하는 중장년층에게 단단한 하체와 묵직한 조향감각은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높은 출력이 필요하지 않고 실속을 챙기면서 원할 때는 재미있게 달릴 수 있는 차를 원한다면 크루즈는 아반떼의 의미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옵션이나 수치만으로는 알 수 없다. 타 봐야만 아는 크루즈만의 가치다.


이재욱 에디터 jw.lee@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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