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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 재규어 F-타입

김정균 입력 2017.04.21 15:56 수정 2017.04.22 13: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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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자락이었다. 싸늘한 공기와 따스한 햇살이 공존하는 계절의 소용돌이. 일교차는 심하지만 날이 적당했던 3월의 어느 날, 아름다운 고성능을 표방하는 재규어의 매혹적인 컨버터블과 함께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봄을 맞이하러 교외로 내달렸다.

속도를 높이자 등 뒤에서 귓가로 파고드는 배기사운드가 다채로운 연주를 시작한다. 오른발로 지휘하는 즉흥환상곡에 따라 하모니를 이루는 테너와 바리톤의 조화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수준. 소프라노와 베이스의 부재가 전혀 아쉽지 않다. 소리가 속도를 지배해버리는 흔치않은 경험으로의 초대. 이 초대를 수락하는 순간 제원표의 복잡한 숫자들은 모두 무의미해진다.

숫자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면모는 소리 말고도 더 있다. 노면을 강하게 움켜쥐는 탄탄한 하체, 묵직하면서도 예리한 조향감각, 시원스런 가속감과 안정적인 고속주행, 미소를 짓게 하는 탁월한 제동력. 모든 요소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한없이 풍부한 주행감성을 연출해낸다.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운 고성능’의 진가. F-타입은 가장 재규어다운 모델이다.

모든 자동차들이 더 많은 선택을 받기 위해 밋밋해지는 현 시점에서도 F-타입은 스포츠카 본연의 하드코어함을 간직하고 있다. 물론 오래전의 스포츠카들과 비교하면 F-타입도 굉장히 안락하고 다루기 편하지만, 과거에 집착하는 비관론자처럼 현재에 만족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숫자가 무의미하긴 하지만 이쯤에서 예의상 제원표를 훑어본다. 시승차는 3.0리터 6기통 가솔린 슈퍼차저 엔진을 품은 F-타입 컨버터블 V6 S AWD 모델.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6.9kg.m를 발휘하며, 8단 자동변속기와 상시사륜구동 AWD 시스템이 조화를 이룬다. 0-100km/h 가속시간은 5.1초, 최고속도는 275km/h로 부족함 없는 실력을 갖췄다. 초반보다 중반 이후의 가속에 더 힘이 넘치는 타입.

슈퍼차저의 특성상 약간의 동력손실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가속페달을 짓누를 때마다 느껴지는 매끄럽고 꾸준한 반응은 분명 터보차저보다 자연흡기 엔진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고 타이트한 코너링 등의 주행상황에서 터보렉에 신경써야하는 터보차저보다 엔진 회전수와 속도를 컨트롤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여기에 AWD 시스템의 안정감이 더해져 더 높은 한계치에 도전할 수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꼽히는 반세기 전의 E-타입을 계승한 F-타입의 디자인은 지난 2013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전문가들에게도 인정받았지만, 일반인들의 시각에서도 멋지고 아름다운 자태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일 게 분명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날렵한 앞모습, 물 흐르듯 우아한 옆모습, 볼륨감 넘치는 널찍한 뒷모습이 어우러져 재규어의 수석 디자이너인 이안 칼럼에 대한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킨다.

실내 인테리어는 상당히 고급스럽고 적당히 화려하다. 전반적으로 최상급 가죽 소재가 풍부하게 사용됐으며, 각종 조작부도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꾸며져 있다. 버킷시트는 몸을 잘 감싸주지만 꽤나 단단한 편이라 정체가 심한 도로에서 장시간 주행하면 좀이 쑤시기도 한다.

F-타입을 시승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처음엔 고속도로 위주의 코스에서, 다음은 고저차가 심한 서킷에서, 이번엔 굽이진 국도와 도심에서, 그렇게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각기 다른 모델들을 경험했다.

결과는 언제나 해피엔딩. 기대 이상의 완성도와 풍부한 주행감성을 선사해준 F-타입과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 부디 다음번엔 기다림은 짧고 만남은 긴 인연이길, 그렇게 만나지길 바래본다. 마침 고성능 모델 SVR이 새롭게 등장했으니, F-타입의 한 차원 높은 퍼포먼스를 체감해볼 그 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글, 사진, 편집 / 김정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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