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몸 안에 흐르는 스포츠카의 피 '마세라티 르반떼'

조회수 2017. 5. 29. 14: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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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바람은 전통적인 스포츠카 메이커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스포츠카에 SUV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돈이 된다면 뭐 못할 일도 아니다.

일찍이 포르쉐가 카이엔으로 이 시장의 문을 열었다. 말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포르쉐 판매의 절반가량이 카이엔이다.

뒤늦게 이 시장에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속속 입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오늘의 주인공 마세라티 르반떼다. 페라리와 더불어 마세라티는 이탈리아의 자존심이다. 두 브랜드 모두 SUV를 새로 내놓을 만큼 시장의 열기는 뜨겁다.

르반떼는 마세라티 100년 역사상 처음 등장한 SUV다. 2012년 중국에서 컨셉트카로 등장했고 2016년 제네바에서 첫 모습을 드러냈다. 르반떼는 지중해의 바람이라는 아랍어. 지중해의 바람은 온화하게 불다가 순식간에 돌풍으로 변한다고 한다.


르반떼의 엔진은 3종류다. V6 3.0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은 350마력과 430마력 두 종류, 여기에 더해 V6 3.0 275마력 디젤 엔진이 있다. 시승차인 르반떼 S는 430마력 짜리 가솔린 엔진을 얹어 1억 4,600만원이다. 시승차에는 여기에 S 럭셔리 패키지 등을 더해 1억7,410만원에 이른다. 초호화 럭셔리 스포츠 SUV라 하겠다.

아가리를 쩍 벌린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그 한가운데 삼지창을 꽂아 넣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포세이돈의 창을 형상화한 마세라티의 상징이다.

헤드램프는 얇게 배치했다. 가늘게 눈을 뜬 모습이다. 측면 모습은 쿠페라인을 빼다 박았다. 21인치 타이어가 앞뒤의 휠 하우스를 꽉 채웠다. 앞에는 265/40R21, 뒤에는 295/35R21 사이즈다.


전륜에 더블 위시본, 후륜에 멀티링크를 기본으로 차체 높이를 조절하는 에어 스프링, 전자제어 댐퍼 등으로 무장했고 토크 백터링을 채용하고 있다. 앞 뒤 50:50의 이상적임 무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Q4 시스템은 마세라티만의 4륜구동 시스템이다. 사륜구동시스템은 고속주행 안정감, 코너링, 오프로드에서 빛을 발한다. 하지만 2억에 가까운 이 차를 끌고 거친 오프로드에 들어서는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큼직한 스티어링 휠은 2.7회전한다. 스티어링휠에서 우람함을 느낀다. 계기판에는 피아노 건반 같은 디자인을 넣었다. 엔진 사운드를 튜닝할 때 음악가도 참여한다는 마세라티다운 디자인이다.

스티어링 휠 아래로 시프트패들이 분리형으로 자리했다. 깊은 코너에선 패들 시프트 조작이 어렵다.

전동식 시트에 럼버 서포트 조합으로 최적의 드라이빙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다. 때론 딱 맞게, 때로는 조금 여유 있게 시트와 몸의 밀착감도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은 여유가 있다. 아주 넓은 건 아니다.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반 정도의 여유가 있다. 몸을 기울여 뒤로 기대앉으면 무릎이 앞 시트에 닿는다. 센터터널은 그리 높지 않아 공간을 제약하지 않는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4단계로 조절된다. 스스로 차간거리를 조절하고 차선이탈 경고장치가 있어서 차선을 넘으면 경고음을 울린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500을 유지한다. ZF 8단 자동변속기가 조율한 결과다. 마세라티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얌전한 상태를 유지한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배기음이 먼저 변한다. 마세라티라는 정체를 드러내는 것.

한 성격 하는 이탈리아의 고집도 있다. 충격을 넘을 때다. 적당히 물러서며 부드럽게 흡수하는 게 아니라 노면 충격에 지지 않고 강하게 맞서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충격이 실내로 크게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시트도 푹신하지 않다, 적당한 딱딱한 느낌이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시트가 반응한다. 가속페달을 툭 치면 시트가 몸을 확 민다. 가속페달과 시트가 직결된 느낌이다.


가속이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 액셀러레이터를 오래 밟을 수 없다. 지그시 밟으면 어느새 한계속도 근처에 다다른다.

고속으로 달릴 땐 순간 연비가 2km/L까지 떨어진다. 엄청난 식욕이다. 대식가답다. 그래도 잘 달리니 용서할 수 있다. 안정된 차체로 전혀 고속임을 느끼지 못하는 고속주행의 질감이 탁월했다. 사륜구동시스템의 우수함이다.

중저속에서도 마냥 얌전한 건 아니다. 차의 흐름에 맞춰 물 흐르듯 달릴 때에도 숨소리에는 고성능 SUV의 아우라가 담겨있다.


고속주행의 전제조건은 강한 브레이크다. 2톤이 넘는 차체 중량을 잘 받아줘야 한다. 르반떼가 그랬다. 어떤 속도에서도 무리 없이 제동이 이뤄진다.

타이트한 코너를 부담 없이 탈출 할 수 있었다. 차체가 높은 SUV여서 차가 기우는 감은 있다. 코너를 빠져 나온 뒤 조금 더 빠르게 공략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륜구동에 앞뒤 이상적인 무게 배분, 그리고 토크벡터링 등이 어우러지면서 안정적인 코너링을 연출한다.


바워스 앤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은 짱짱한 소리를 낸다. 다만 이 차에 하이엔드 오디오가 궁합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적당한, 때로는 아주 강한 엔진 사운드를 즐기는 스포츠카를 닮은 SUV에 미세한 소리까지 섬세하게 들려주는 하이엔드 오디오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공인 복합연비는 6.4km/L. 앞서 언급했듯이 대단한 식욕이다. 그냥 줘도 마음껏 타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2억 원 가까운 돈을 내고 이 차를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이 정도 연비가 문제될 리는 없다. 연비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점이라고 지적하기 힘든 이유다.

르반떼는 화끈한 SUV였다. 어지간한 스포츠세단은 르반떼 앞에서 명함 내밀기가 창피할 정도다. SUV라는 몸 안에 흐르는 건 스포츠카의 피였다. 하나 더, 이탈리아의 열정도 느낄 수 있다.

르반떼의 등장으로 럭셔리 하이엔드 시장에 선택의 폭이 조금 더 넓어졌다. 앞으로 점점 더 넓어질 전망이다. 그저 부러울 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도어의 형상이 예각이다. 도어를 열면 숨겨졌던 예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주변 보행자나 자전거, 오토바이 등이 문을 여는 순간 부딪히면 치명적인 상해를 입을 수 있다. 이기적인 디자인이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선명도가 떨어진다. 이 모니터를 보려고 2억 원이나 주고 이 차를 샀나. 자괴감이 들지도 모른다. 현탁액 운운하는 계기판의 한글 설명은 경악할 수준. 이럴 거면 그냥 영어를 사용하는 게 낫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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