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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컨트리는 볼보만의 것이다

조회수 2017. 3. 28. 17: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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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하면 안전! 

사실 볼보에게는 특별한 얘기가 아니다. 볼보의 안전성을 부정할 사람이 있을까? 3점식 안전벨트를 처음 상용화한 볼보는 기술이 보편화된 지금도 안전한 차 제작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그러나 오늘 꺼낼 이야기는 안전을 만드는 볼보가 아닌 차를 만드는 볼보 이야기다.

볼보도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가장 볼보답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차는 역시 크로스 컨트리 라인이다. 이번에 출시한 ‘더 뉴 크로스 컨트리’는 V90 외형의 크로스 컨트리 모델이다. 국내에 출시하며 대외적으로 V90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크로스 컨트리’를 독립된 브랜드로 사용하고 싶다는 답변이 있었다. 이전에는 V70 XC 또는 XC70처럼 독자적인 모델로 내세웠다면, 현재는 60, 90처럼 클러스터 그룹을 만들어 각 클러스터별로 크로스 컨트리를 배치했다. 그리하여 크로스 컨트리만 모아둔다면 독자 브랜드의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90 클러스터의 ‘크로스 컨트리’는 XC90과 S90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와 독보적인 안전 및 편의 시스템, 질 좋은 가죽 생산지인 스웨덴산 천연 가죽으로 마감된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적용해 좋은 반응을 보였었다. 스웨디시 럭셔리 콘셉트니 뭐니 하는 의미가 우리에게는 딱히 와 닿지 않지만,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점은 이전의 볼보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말끔해졌다. 이쪽이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크로스 컨트리라는 이름 답게 XC90과 S90과는 또 다른 인상이다. T자형 헤드램프와 볼보의 새로운 아이언마크가 적용된 세로 모양의 그릴이 적용됐다. 어벤저스 최강의 멤버 중 한 명인 토르의 망치라는 애칭이 붙은 풀-LED 헤드램프는 전체적으로 더욱 강하고 단단한 인상을 준다. 여기에 XC90과 S90대비 좀 더 거칠고 강한 느낌으로 완성하기 위해 그릴 바마다 5개의 메탈 장신구로 포인트를 주었다. 그릴 대각선으로 위치한 아이언마크의 화살표도 그릴 전체의 디자인을 보다 일체감있게 완성시켜 주고 있다. 

이번 크로스 컨트리를 위해 새로 개발된 프레임은 최저 지상고를 210mm나 확보했다. 지상고를 올린 만큼 앞뒤 각 휠 사이의 넓이를 앞 24mm, 뒤 14mm 늘려 좌우 하중 이동을 고려했다. 그에 맞춰 최대 42mm까지 직경을 키운 타이어가 들어맞도록 휠 아치 익스텐션을 붙였다. 하체는 껑충 뛰었지만, 잔뜩 움츠린 단단한 모습이 한 차선에 꽉 들어찬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것이 크로스 컨트리 매력의 시작이다. 여기서 SPA 플랫폼이니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자동차 산업 어디를 둘러봐도 하나 있는 크로스 컨트리는 달려봐야 그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직원들이 직접 타기 위해 만든 차”

문득, 관계자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직원이 직접 타기 위해 만든 차라는 것이다. 스웨덴과 볼보이기에 탄생할 수 있던 크로스 컨트리는 스웨덴 사람이 원했던 것처럼, 스웨덴 국민인 볼보 직원도 원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볼보의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는 모델이고, 가장 신경을 써서 만든 차량이 아닐까? 크로스 컨트리에 올려진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은 D5급 4기통 디젤 엔진으로 최대 출력 235마력, 최대 토크 49kg.m를 낸다. 아무래도 이 엔진에 장착된 파워펄스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압축 공기로 터보를 먼저 돌리는 장치다. 배기가스가 터보까지 차오르기 전에 압축 공기로 먼저 돌려내는 장치인데, 덕분에 터보랙은 ‘전혀 없었다’라고 얘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다. 

주행 모드를 다이내믹 모드로 두면 알아서 아이들링 회전수가 약간 상승한다. 이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풀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끝에서 ‘쑤욱’ 들어가는 느낌이 들도록 밀어내면 파워펄스가 작동하며, 이내 시야에 하늘이 널찍하게 보이며 가속을 시작한다. 길쭉한 스트로크를 가진 서스펜션 탓에 뒤 쪽이 가라 앉는 것이 느껴질 정도의 움직임을 보이지만, 굉장히 빠른 속도로 AWD가 개입되며 차체를 바로 잡는다. 긴 스트로크의 서스펜션이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인데, 고속으로 달리며 단차가 큰 요철을 지난다 하더라도 210mm 높이의 차체를 버티는 서스펜션이 이를 모두 해결해준다. SUV의 지상고를 가진 차량이 고속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20년 동안 크로스 컨트리만 만든 볼보이기에 가능한 노하우 일 것.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스스로 속도감의 기준을 다시 잡아야 할 것이다. 운전석 위치도 조금 올라갔지만, 노면을 걸러주는 하체 덕분에 평소 생각했던 속도보다 더 달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올-로드 스페셜리스트

비포장 길이야말로 크로스 컨트리가 태어난 이유 아니겠는가? 일부 경쟁 SUV보다도 높은 지상고를 가진 이 차가 좋아 할 무대다. 시승했던 코스는 건조한 노면 탓에 먼지바람과 함께 했지만, 돌도 적당히 굴러다니며 고저차가 없는 비포장 길이었다. 이런 길은 역시 차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헤쳐 나가는 것. 시승 내내 의도와 다른 움직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뒤 휠을 조금 옆으로 흘리고 싶은 마음으로 핸들을 돌려주면, 의도대로 쓱 흐르며 따라온다. 그러다 탈출 방향을 잡고 가속 페달을 전개하면, 바로 뒤 휠에 구동력이 걸리며 원하는 방향으로 가속을 시작한다. 이 과정이 너무나 직관적이고 쉬워 정말 즐거웠다. 꽤 빠른 속도로 앞차를 따라붙다보니, 아무래도 왜건을 타고 있는 생각이 들어 무의식적으로 바닥이 닿진 않을까 하며 등골이 싸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것은 크로스 컨트리 프로에 들어간 통풍 시트때문 일 뿐, 그저 기우였다.

고속도로에 오르면 첨단 기술의 은총을 맛볼 차례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반자율 주행 기술인 파일럿 어시스트II를 활성화하면, 크로스 컨트리는 상황에 따라 알아서 속도를 줄였다 가속하고, 차선을 따라 부드럽게 주행을 시작한다. 그저 보조를 해주는 것이 아닌 사람의 손은 그저 거들 뿐, 차가 알아서 주행하고 있다고 얘기 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지 않으면, 경고 후 자동으로 반자율주행이 취소된다. 크루즈 컨트롤도 우려와는 다르게 장거리 주행에서 피로도를 상당히 덜어주었는데, 반자율주행이 덜어가는 부담감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프로 트림의 크로스 컨트리에 올라 탔을 때는, 앞시트에 내장된 마사지 기능으로 피로를 풀며, 바워스&윌킨스 스피커를 통해 평소에 들어본 적 없는 고급진 음색을 느끼고 있자니 마음이 조금 아파왔지만, 이 감성은 7,690만 원 프로 트림을 선택해야 느낄 수 있다. 6,990만 원의 기본 트림은 19인치 대신 18인치 휠, 앞시트 마사지 기능이 빠지고, 바워스&윌킨스 스피커대신 하이 퍼포먼스 사운드 시스템이 채택되었다. 기본 트림에서도 프로 트림과 동일한 모든 안전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 들여오는 두 가지 트림의 크로스 컨트리는 누구를 위한 차일까? 가족을 위하는 아버지 혹은 어머니, 평일에는 이곳저곳 장거리를 뛰며 바쁜 비즈니스 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익스트림 라이프를 즐기는 오너일까? 이곳저곳 차의 만듦새는 상당히 훌륭해 6,990만 원의 기본 트림 가격도 공격적인 방향이라 생각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멀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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