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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를 넘어선 혁명 폭스바겐 티구안

조회수 2018. 1. 24. 11: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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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독일 베를린에서 신형 티구안을 시승했다. 그러나 디젤 게이트 여파로, 국내 판매와 더불어 시승기의 엠바고 또한 무기한 연기했다. 2018년 1월, 폭스바겐코리아가 엠바고 해제를 알려왔다. 2월 1일 파사트 GT를 시작으로 아테온, 티구안을 순차적으로 국내에 출시할 예정인 까닭이다. ‘새로운 시작’에 즈음해 신형 티구안 소식을 전한다.

이른 아침, 독일 베를린의 관문 테겔공항에 내려섰다. 청사 앞 주차장에 신형 티구안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사진으론 봤지만 실물로 마주하는 건 처음. ‘눈으로 느낄 수 있는 품질.’ 아마도 대량생산 제품에 건넬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아닐까. 신형 티구안이 그렇다. 틈새는 숨 막히게 맞물렸고, 에지는 예리하게 도드라졌다. 병적인 완벽주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티구안은 200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2005년 같은 자리에서 폭스바겐 사장 볼프강 베른하르트는 “기본으로 돌아가 다양한 중•소형차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페이톤으로 폭스바겐의 신분상승 꿈꿨던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불쾌해했다. 총수의 역린을 건드린 베른하르트는 황망히 회사를 떠났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의 결정은 옳았다.

2008년 미국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부실담보대출)로 금융위기가 닥쳤다. 허세와 거품 스민 고급차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소형 SUV 시장은 ‘황금 알 낳는 거위’로 급부상했다. 덕분에 폭스바겐은 2007년 티구안을 선보인 이후 190개국에서 280만 대 이상 팔았다. 심지어 ‘끝물’인데도 판매가 점점 늘었다. 때문에 세대교체를 9년 동안이나 미뤘다.

풀 모델 체인지 직전인 2014년, 폭스바겐은 티구안을 50만 대나 생산했다. 전년보다 9% 늘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인기 돌풍을 일으켰다. 2014~2015년, 각각 8,106대, 9,467대로 2년 연속 판매 1위를 거머쥐었다. 이후 폭스바겐은 대한민국에서 순식간에 증발했다. 그런데 최근 ‘컴백’ 초읽기에 들어갔다. 2년 전 시승기를 이제 공개하는 이유다.


MQB로 설계혁신 이룬 첫 폭스바겐

티구안의 콘셉트는 1세대 때부터 뚜렷했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Autobild) 독자 35만 명의 투표로 결정했다는 차명만 봐도 알 수 있다. ‘타이거(호랑이)’와 ‘이구아나’의 합성어다. 폭스바겐 설명에 따르면, “오프로드에서는 호랑이처럼 강력하고 도심에선 이구아나처럼 민첩해서”라고. 이 같은 콘셉트는 신형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진다.

신형 티구안은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폭스바겐이 앞세운 슬로건은 ‘Access All Areas(어디든 갈 수 있는)’. 이번 시승회 때 나눠준 제품자료도 험로에 찍힌 바퀴자국으로 꾸몄다. 당시만 해도 경쟁사는 SUV를 감추고 CUV로 포장해 도심 활용성 강조하기 바빴다. 반면 티구안은 유행에 콧방귀도 뀌지 않은 채 SUV의 정체성을 지켰다.

이번 티구안은 폭스바겐의 ‘MQB’를 밑바탕 삼았다. 현재 자동차 업계가 앞 다퉈 도입 중인 모듈형 플랫폼의 원조다. 주요 부품 모듈을 장르와 차급에 따라 레고 블록처럼 조합하는 개념이다. 그만큼 확장성과 유연성이 빼어나다. 폭스바겐은 2012년 2월 6일 MQB 전략을 발표했다. 공교롭게 닛산은 2월 27일 CMA, 토요타는 4월 9일 TNGA를 공개했다.

<이코노미조선> 최원석 편집장이 쓴 <왜 다시 토요타인가>엔 모듈형 플랫폼 경쟁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레고 블록형 설계의 원조는 스웨덴 트럭 제조사 스카니아였다. 경쟁사보다 월등한 10% 중반의 영업이익을 내는 비결이었다. 이를 눈여겨 본 폭스바겐은 2005년 아우디에 먼저 적용했고, 2008년 스카니아를 인수해 그룹 전체에 비법을 전수했다.

MQB는 독일어 ‘Modularer Querbaukasten’의 약자. ‘큰 덩어리의 부품들이 서로 다른 차종을 넘나들며 결합되는 구조’란 뜻이다. 쉽게 말해 같은 기능을 가진 부품의 설계를 규격화하고 공용화하는 개념이다. 폭스바겐은 자동차의 핵심을 차체와 파워트레인, 내외장, 전자장치의 네 분야로 나누고, 하위 개념으로 30개의 부품군을 만들었다.

아울러 이 개념으로 개발한 부품 모듈 쌓을 네 가지 판을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엔진을 가로로 얹는 구성의 MQB다. 이 방식의 핵심은 ‘최적화’다. 그건 소재와 구성, 각 부품 간 궁합, 경량화 등 여러 면에 해당한다. 첫 수혜자인 신형 티구안이 좋은 예다. 차체 비율부터 기존과 차이 난다. 눈에 띄게 스포티해졌다. 동시에 공간은 넓히고 무게는 줄였다.


덩치 키우고 비율과 디자인 다듬어

폭스바겐은 신형 티구안을 5인승 기본형과 7인승 올스페이스의 두 가지 휠베이스로 선보였다. 베를린 시승회 땐 올스페이스 공개 전이어서 기본형만 만났다. 신형 티구안 기본형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486×1,839×1,632㎜. 이전보다 60㎜ 길고, 30㎜ 넓으며 33㎜ 더 낮다. 휠베이스 또한 2,681㎜로 77㎜ 늘어났다. 현대 투싼보다 조금 더 큰 덩치다.

명확한 자신감. 폭스바겐은 신형 티구안 디자인을 이렇게 요약한다. 신형 티구안 안팎은 폭스바겐의 최신 디자인 언어로 다듬었다. 엠블럼 빼면 이전 세대와 공통분모를 꼬집기 어려울 정도다. 가령 라디에이터 그릴과 캐릭터 라인에선 반듯하게 수평을 이룬 선을 강조했다. 면은 현란한 기교 없이 담백하게 빚었다. 패널 간 단차는 강박에 가깝게 줄였다.

그 결과 이전보다 단정하고 차분하며 짜임새 있는 모습으로 거듭났다. 공기저항계수 또한 다양한 개선을 통해 낮췄다. 도어의 사이드 미러가 좋은 예다. 윈드 터널 실험과 공기 흐름 시뮬레이션을 통해 디자인을 개선했다. 그 결과 차체 전체의 공기저항을 40% 줄이는데 기여했다. 신형 티구안의 공기저항계수는 Cd 0.31. 1세대보다 0.048 더 끌어내렸다.

신형 티구안 실내에 들어서면 외모와 같은 테마의 디자인이 펼쳐진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흠잡을 데 없이 치밀하다. 소재도 훨씬 고급스럽다. 계기판은 아우디의 ‘버추얼 콕핏’처럼 100% 디지털로 거듭났다. 살짝 부풀린 덩치만큼 실내 또한 넉넉해졌다. 예컨대 구형 티구안보다 실내 길이가 26㎜ 길다. 덕분에 뒷좌석 승객 무릎공간이 29㎜ 넉넉해졌다.

뒷좌석은 앞뒤로 최대 180㎜까지 움직일 수 있다. 이동범위를 이전보다 20㎜ 넓혔다. 운전석 높이는 8㎜ 높였다. 바짝 끌어올린 벨트라인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SUV다운 성격을 강조하기 위한 세팅이다. 이전 세대의 불만이었던 짐 공간은 145L 키웠다. 뒷좌석을 앞좌석 쪽으로 바짝 밀면 615L, 완전히 접으면 1,655L다. 트렁크 입구도 더 평평하고 넓다.

이번 시승은 테겔공항에서 출발해 폭스바겐이 베를린 외곽에 꾸민 오프로드 코스 오가는 동선으로 치렀다. 국제 시승회치곤 규모가 아담했다. 한국에서 날아온 기자들은 2인1조로 나눠 티구안을 한 대씩 차지했다. 공항 주차장을 빠져 나가면서 본격적인 시승의 막이 올랐다. 워낙 대중적인 차종인 탓인지, 신형인데도 주변 독일인들의 관심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았다.


자극보다 숙성에 초점 맞춘 운전감각

폭스바겐은 신형 티구안에 디젤과 가솔린 각각 4가지씩 8가지 엔진을 얹는다. 모두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킨다. 효율은 이전보다 평균 24% 개선했다. 직렬 4기통 2.0 디젤터보 직분사(TDI) 엔진은 이전에 184마력을 냈다. 반면 이번엔 190마력을 낸다. 같은 구성에 바이(트윈)터보와 최대 2,500바(bar)의 고압 연료분사로 240마력 내는 2.0 TDI 엔진도 있다.

우리 팀이 배정받은 티구안은 직렬 4기통 2.0L 150마력 TDI 엔진과 자동 7단 DSG, 사륜구동 시스템 ‘4모션’을 짝 지었다. 최저지상고는 200㎜. 앞바퀴 굴림 티구안보다 11㎜ 더 높다. 4모션은 5세대 할덱스로 업그레이드했다. 평소 앞바퀴 굴림으로 연료를 아낀다. 그러나 특정 바퀴가 미끄러질 조짐을 보이면, 1초 이내에 미리 구동력을 나눠 접지력을 챙긴다.

이번 4모션은 전후좌우 구동력을 죄다 주무른다. 앞뒤 구동력은 할덱스 커플링, 좌우 구동력은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DS)와 차체자세제어장치(ESC)로 그때그때 다르게 바꾼다. 또한, ‘4모션 액티브 컨트롤’을 더해 ‘오프로드의 작은 거인’을 꿈꾼다. 랜드로버의 지형반응시스템처럼 지금 딛고 선 노면에 해당하는 아이콘만 다이얼로 고르면 알아서 세팅을 바꾼다.

신형 티구안의 운전감각은 기대와 약간 어긋났다. 이전과 극적인 변화가 없다. 외모처럼 담백하고 깔끔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전과 차이가 하나둘씩 와 닿았다. 정숙성이 좋은 예다. 확연히 개선했다. 고속에서도 풍절음과 노면소음 스밀 여지를 틀어막았다. 스티어링 감각도 이전의 무딘을 칼날 벼린 듯 보다 예리하다. 전반적인 조작과 주행감이 한층 농밀하다.

굽잇길에서 균형감각도 더욱 농익었다. 코너링 때 앞뒤 바퀴는 동 떨어진 느낌 없이 매끈한 궤적을 그렸다.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 국도와 아우토반 달려 오프로드 특설 무대에 도착했다. 이날 시승의 하이라이트였다. 앞바퀴 얹으면 하늘만 보이는 오르막과 짝 다리 짚어가며 헤쳐야하는 험로를, 티구안은 차체에서 ‘쩍’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부지런히 누볐다.

변화를 강조하기 위한 ‘자극’보단 ‘숙성’에 초점 맞춘 진화. 신형 티구안의 핵심이다. 단점을 꼼꼼히 개선하되 기존의 장점과 특징은 부각시켰다. SUV로서의 정체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누구나 어디서든 마음 놓고 탈 수 있는 전천후 SUV로 거듭났다. 세심하고 치밀한 개선이 모여 이룬 쾌거다. 폭스바겐은 이 과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진화를 넘어선 혁명”이라고.


글 김기범 편집장(ceo@roadtest.kr)

사진 폭스바겐 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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