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 혼다 오딧세이

조회수 2018. 3. 22. 18: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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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가족’, 미니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하지만 난 일찍이 대학생 시절 미니밴을 드림카로 꼽았다. 친구들을 가득 싣고 떠나는 여행에 푹 빠진 까닭이다. 당시 내 발이었던 차는 마티즈 2. 친구 넷을 태우고 떠나는 날이면 몸은 불편했지만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혼다 오딧세이를 시승차로 받아온 저녁, 그 시절이 떠올라 동네 친구 다섯을 불러 모았다. 오늘만큼은 몸도 마음도 즐겁게 가까운 바다라도 가보고 싶어서.

글 이현성 기자

사진 최진호 실장(pd@gooood.co.kr)


“제발 촌스럽지 않게 그려줘”

2세대 레전드 데뷔를 앞둔 1990년 8월, 혼다 수석 엔지니어였던 쿠니미치 오다가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미국 시장을 위한 미니밴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혼다는 한 달 만에 팀을 꾸리고 개발명을 ‘PJ’로 지었다. 전용기(Personal Jet)의 첫 글자에서 따 온 이름이었다.


‘운전은 세단처럼 편안하면서 넉넉한 공간 자랑하는 자동차.’ 전용기를 개발 목표로 잡은 이유다. 하지만 미니밴 프로젝트 개발명으로 PJ를 앞세운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혼다 연구원들은 경쟁할만한 미니밴들을 한 데 모아보곤 촌스러운 디자인에 혀를 내둘렀다. 네모반듯하고 껑충한 키가 여느 승합차와 다를 바 없었다.

오다가키는 고민에 빠졌다. 문제는 3열이었다. 편안하게 차 안을 거닐고 3열 승객의 머리 공간을 위해선 바닥부터 천장까지 최소 1.2m가 필요했다. 때문에 오다가키는 미니밴의 키를 키우기보단 바닥 낮추기에 초점을 맞췄다. 바닥을 파내고 나니 보다 매끈한 뒷태로 거듭날 수 있었다. 짐 공간도 자연스레 늘었다.

하지만 오다가키는 만족하지 않았다. 오랜 연구 끝에 파낸 자리에 3열 시트를 접어 넣을 방법을 생각해냈다. ‘매직 시트(Magic Seat)’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매직 시트는 1세대부터 지금까지 오딧세이의 자랑이다. 3열을 접으면 매끈한 바닥을 드러내 당장이라도 눕고 싶은 욕망이 폭발한다.

5세대 오딧세이의 짐 공간은 3열까지 모두 펼쳤을 때 1,093L다. 3열 좌석을 폴딩해 바닥에 쏙 집어넣으면 2,576L, 여기에서 2열 의자까지 떼어내면 무려 4,411L를 뽐낸다. 참고로 3열까지 모두 펼친 기아 카니발의 트렁크 용량은 959L, 3열 폴딩 시 2,220L다.

트렁크 공간에 자리한 진공청소기는 오딧세이만의 무기

시트는 자동차에서 무겁기로 소문난 부품 중 하나. 3열 시트를 접어 넣으면 보다 이상적인 무게 중심을 이룰 수 있었다. 낮은 무게 중심은 세단의 발걸음 흉내 내는 데 한몫 거들었다.


무르익은 디자인, 혼다가 꿈꾼 전용기

‘도로 위 전용기’, 혼다는 20여 년 동안 미니밴을 만들며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섰다. 오딧세이를 처음 마주 하고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아 보이는 디자인에 놀랐다. 5,190×1,995×1,765㎜에 달하는 길이와 너비, 높이, 3,000㎜ 이르는 휠베이스 제원표 수치와 실제 모습을 비교해가며 다시 보기를 반복했다.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중심엔 오다가키의 마법 시트가 서있다. 바닥 낮춰 지붕 끝을 예리하게 다질 수 있었으니까.

미니밴은 바게트 빵 마냥 시선을 뒤로 옮길수록 두툼해지기 마련이다. 반면 오딧세이는 매끈한 왜건을 보는 듯하다. 도마 위 칼자루를 닮은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착시 현상을 한층 부채질한다. 급격하게 아래로 흐르는 3열 창문도 시선을 뺏는 요소. D필러 끝까지 길게 빼 차체 패널과 지붕을 완전히 갈랐다. 때문에 시선이 지붕까지 가지 않고 창문에서 그쳐 큰 키를 교묘히 감췄다.

오딧세이의 얼굴 표정은 누가 봐도 혼다 식구다. 날개 모양으로 넓게 뻗은 그릴은 어코드를 떠올리게 한다. 압권은 헤드램프. 양쪽에 각각 오밀조밀 자리한 LED 9개는 보기도 좋고 기능에도 충실하다. 전조등 역할을 맡은 LED 6개는 어두운 밤을 대낮처럼 환히 밝힌다. 기존 할로겐 램프보다 10m 더 넓게 퍼뜨려 운전자의 야간 운전을 돕는다. 나머지 3개를 마저 켜면 보다 높고 멀리 빛을 보낸다.


1열 3열은 만족, 2열은 시트가 조금 아쉬워…

오딧세이의 속살은 파격적이다. 큼지막한 기어레버를 지우고 그 자리엔 버튼 4개가 들어찼다. 가볍게 누르기만 하면 P와 N, D를 오갈 수 있다. 후진 기어는 안전을 위해서인지 조작 방식이 다르다. 손가락을 걸어 긁어내리듯 당겨야 한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세 마우스 다루듯 톡톡 클릭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1열에 앉은 부모는 실내 카메라를 통해 2~~3열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중앙엔 8인치 대형 모니터가 자리 잡았다. 음악 재생과 내비게이션은 물론 실내온도까지 손가락 끝으로 주무를 수 있다. 공조장치는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곳 중 하나다. 터치스크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버튼을 따로 마련하는 배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터치감은 2~3년 전 스마트폰 수준. 최신 기종만큼은 아니지만 꽤 부드럽다.

운전석 시트 포지션도 놀랍긴 마찬가지. 버스처럼 높은 시야에서 내려다볼 수도 있고 고개를 밖으로 빼꼼 내놓을 만큼 낮출 수도 있다. 불만은 수동식 틸트&텔레스코프 스티어링 휠. 시트 조작 범위가 넓은 만큼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 범위도 크다. 하지만 수동으로 조절해야하는 탓에 힘 조절을 잘못하면 확확 오르내려 예리하게 맞추기 위해 신경을 곤두 세워야 했다.

1열 대형 센터 콘솔은 '만능 상자'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은 물론 깊은 수납 공간을 자랑한다. 뒷편엔 2열 승객을 위해 USB 포트 2개를 마련했다

2~3열에 대한 평가는 다섯 친구들에게 바통을 넘겼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2열 시트를 바라보는 친구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그는 “2열 시트 요추 받침대가 너무 튀어나와 불편하다. 뒤로 눕히면 엉덩이를 밖으로 밀어내고 허리를 너무 높게 받쳐 자세가 영 이상하다”며 3열로 자리를 바꿔 앉았다. 오히려 폭 감싸 안는 3열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앉아보니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수동으로나마 요추 받침대를 조절할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테다. 독립 시트 대신 60:40으로 나눈 벤치 시트를 마련한 3열은 불만이 없었다. 2열처럼 틸트도 가능해 편안한 자세로 바꿔 앉을 수 있었다. 스피커 위치는 ‘그뤠잇’, D필러에 자리한 스피커가 바로 옆에서 귓가를 울려 오롯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매직시트에 이은 혼다의 또 다른 야심작 '매직 슬라이드 시트(Magic Slide Seat)', 2열 가운데 시트를 떼어 내면 양 옆 독립시트를 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



가속력은 발군, 날카로운 핸들링은 기대 어려워

혼다 오딧세이의 보닛 아래엔 V6 3.5L 가솔린 엔진이 자리 잡았다. 큰 배기량 덕분에 터보차저 없이도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2㎏‧m를 뿜는다. 벌써부터 기름값 걱정이 가슴을 옥죄어 온다. 혼다는 i-VTEC(intelligent Variable Valve Timing and Lift Electronic Control)과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으로 허리띠를 꽉 졸라맸다.

i-VTEC은 실린더 헤드의 흡기와 배기 포트를 여닫는 밸브의 높이와 타이밍을 엔진회전수에 따라 바꾸는 기술. 낮은 엔진회전수에서는 포트를 조금만 열고 천천히 닫아 기름을 아낀다. VCM은 주행환경에 따라 엔진을 절반(3기통)만 돌려 낭비를 줄인다. 여기에 10단 자동변속기를 얹어 시속 112㎞를 1,560rpm으로 달린다. 덕분에 오딧세이는 고속도로 공인연비 11.5㎞/L를 받았다. 복합연비와 도심연비는 각각 9.2, 7.9㎞/L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6기통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앞에 두고 도 닦을 순 없는 노릇. 잘게 부서지는 엔진음에 빠져 회전수를 일부러 높이 쓰기도 했다. 가속 페달을 갑자기 ‘꾹’ 밟으면 공기를 ‘슉’하고 빨아들이는 소리도 즐거운 요소. 한 번에 4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10단 자동 변속기는 페달을 밟는 각도에 따라 기민하게 오르내리며 오딧세이의 시원한 가속을 도왔다. 친구 놈들도 덩치 큰 미니밴의 몸놀림에 흠칫 놀란 눈치였다.

반면 코너를 만나면 미니밴 덩치를 완전히 숨기지 못한다. 고속도로 램프를 시속 60㎞로 빠져 나갈 때 좌우로 쏠리는 롤을 버티는 듯 보이다가 이내 무너지고 만다. 코너 끝에 다다를수록 크게 짓누르는 무게를 버티지 못하는 모습이다. 거동이 불안한 건 아니다. 네 바퀴는 도로를 꼭 끌어 잡으며 그립을 놓치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 조개구이에 소주 한 잔 걸친 친구들은 모두 곯아 떨어졌다. 조용한 가솔린 엔진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변속 충격 없이 기어를 오르내리는 10단 자동변속기도 편안한 승차감을 한몫 거들었다.

피곤이 쌓인 난 ‘혼다 센싱’을 꺼내 들었다. 혼다는 5세대 오딧세이는 차선유지 보조와 긴급추돌 제동,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은 물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까지 품어 소위 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앞서가는 차가 없어도 차선 맞춰 집으로 이끌었다. 다만 차선 왼쪽에 조금 더 붙어가는 성향이 있는 나와 달리 오딧세이는 오른쪽으로 붙어 낯설었다.

친구들을 모두 보내고 나니 집들이 마친 방처럼 평온한 시간이 찾아왔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맥주를 사들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널찍한 3열에 앉아 다리를 쭉 펴고 앉았다. 한 손엔 맥주를 들고 다른 손은 스마트 폰으로 음악을 골랐다. 내 방보다 편안한 오딧세이. 드림카 목록을 빠져나간 미니밴이 다시 한 번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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