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슈] '묻지마' 보조금이 毒됐나..무늬만 전기차 편법 극성

조회수 2018. 6.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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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전기차 대국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전기차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제시한 40여 개의 친환경차 지원 정책 중 가장 오래 시행됐으며 영향력이 큰 것이 바로 전기차 보조금이다.

중국서 전기차 보조금은 가격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때문에 보조금 없이는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하기 어려운 구조다. 중국 정부는 줄곧 자국 기업 육성을 위한 '밀어주기' 정책을 펼쳐왔다. 전기차 한 대 당 최대 1700만원 가량의 보조금이 지원되는데, 보조금 책정 기준을 차 가격이 아닌 배터리 성능에 두었다. 이는 고가의 수입 전기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또한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 자국민이 토종 배터리를 장착한 차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정책 덕분에 중국은 세계 친환경차 및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게 됐으며  BYD(중국 전기차 및 전자부품 기업), CATL(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 등 토종 브랜드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56만 9000대로 독보적인 1위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판매 500만 대 및 생산 200만 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중국 정부의 묻지마 보조금 정책이 전기차 산업을 성공적으로 일으킨 듯하지만 그 내면은 심각하게 곪아있었다. 바로, 거짓 '보조금 따내기'다. 1000억 위안(약 17조원)에 이르는 보조금은 전기차 업체들의 먹잇감이었다. 업체들은 기술개발은 뒷전이고 눈 앞의 보조금 따먹기에 급급했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조건은 명확하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자동차 전문기자는 한 인터뷰에서 "보조금의 대상, 표준 및 조건 등의 제정에 있어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말 했다. 보조금의 실효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안전기술 표준에 미달한 전기차도 몇 가지 간단한 서류 조작만 하면  보조금을 탈 수 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 일련 번호와 차량 번호는 직접 연계되지 않는다. 때문에 일부 업체는 보조금을 받은 후 배터리를 분해해 다시 사용하는 방식을 동원해 거액의 보조금을 중복으로 따내기도 한다. 업체 종사자들에 따르면 이런 편법·위법적 보조금 따내기는 친환경차 업계 내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장기적으로 이는 중국 전기차 업계 발전에 분명한 걸림돌이 된다.

지난 2016년 중국 국무원이 93개의 업체의 보조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72개 업체가 거짓으로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짓 보조금이 적용된 차량은 7만 6374대, 관련 금액은 92억 7070만 위안(약 1조 5852억원)에 달했다. 즉, 차 한 대를 만드는 데에 소요된 '가짜 보조금'만 평균 12만 위안(약 2052만 원)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다.

중국자동차평론연구원장 리칭원(李庆文)은 "정책 수립은 제 멋대로 할 게 아니라, 지속성 및 안전성을 갖춰야 한다"며 부실한 현 보조금 정책울 비판했다. 그는 또한 "물론 보이는 손(보조금 지원)은 단기적으로 산업 발전에 강력한 촉매제가 되지만, 이것이 지나칠 경우에는 연구개발(R&D) 투자를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있다"며 꼬집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친환경차에 지급된 보조금은 총 1420억 위안( 24조 2948억 원)이었다. 중국은 2020년까지 3단계에 거쳐 정부 보조금을 2016년의 40%까지 삭감하고, 2021년에는 아예 폐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머지않아 '친환경차 밀어주기'도 막을 내린다. 무제한적인 보조금 혜택을 누려온 토종 전기차 업체들은 근심이 크다. 기술 개발보다는 눈앞의 보조금에 매달렸던 대다수의 로컬 브랜드들은 '경쟁력 약화'라는 심각한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상하이자동차의 왕샤오치우(王晓秋) 부회장은 "원가를 계산해 보면, 현재 세단 전기차 한 대를 판매하기 위해 7만 위안(약 1200만 원)의 정부 보조금이 필요하다. 2020년을 기점으로 보조금 지원이 막을 내리면 전기차 시장의 앞날이 위험하다는 얘기"라며 우려를 표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은 결국 '누가 배터리 기술을 장악하느냐'에 달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중국 배터리 업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동력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전체 원가의 30~50%를 차지한다. 보조금 삭감은 완성차에 이어 배터리 업체의 가격 경쟁력에 심각한 압박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체들은 이 부분에 대해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돌이켜 보면 지난 수십 년간 중국 자동차산업은 혁신 속에서 성장해왔기에 전기차 보조금 삭감은 중국 시장의 큰 위협이 되는 동시에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2021년까지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일순간에 도태하는 길 뿐이다.


한지현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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