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630d GT, 남자인 듯, 여자인 듯, 무거운 듯, 가벼운 듯

조회수 2018. 2. 27. 18: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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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다르다. 컨버터블이나 쿠페처럼 확 튀는 디자인이 아니다. 그런데 뭔가 다른 모습이 은근히 눈길을 끈다. W로 꽉 찬 화면 속 M처럼 비슷한 듯 뭔가 다른 모습이다. 6시리즈로 자리를 옮긴 BMW GT다.

BMW GT가 6시리즈로 재배치됐다. 5시리즈에서 시작한 GT가 신형 모델을 출시에 맞춰 6시리즈 GT로 자리매김을 새로 했다. 1, 3, 5, 7시리즈를 기본형이 세단 모델로 하고, 2, 4, 6을 변형 모델로 세팅하는 BMW의 체계에 맞춘 결정이다.

이름이 길다. 시승한 차는 ‘BMW 630d x드라이브 GT 럭셔리’다. 판매가격은 9,290만원으로 6GT중 가장 낮은 가격이다. 가솔린 모델인 640i가 있고 럭셔리와 스포츠패키지 트림이 준비돼 있다. 가장 비싼 모델은 1억 150만원이다.

이전 모델보다 86mm를 늘여 5,090mm의 길이를 확보했다. 높이는 34mm 낮췄다. 몸무게는 120kg 감량했다.

뒷좌석은 넓다. 무릎 앞으로 한 뼘 가까운 공간이 남는다. 차창은 절반만 열리고 바닥에 센터 터널은 높게 솟았다. 뒤 시트는 2:1:2로 각각이 따로 접힌다. 지붕은 쿠페 라인을 그리며 뒤로 갈수록 낮아지지만, 머리 윗공간의 압박은 거의 없다. 안쪽에서 지붕을 파놓아서 공간을 효과적으로 확보한 덕분이다.

손끝이 고급스러움을 먼저 느낀다. 가죽과 나무 금속 등 손 닿는 모든 곳이 하나같이 고급이다. 프리미엄의 격을 논할만한 인테리어다. 탁 트인 하늘을 보여주는 선루프를 따라 움직이던 시선은 지붕 앞쪽 SOS 버튼에서 멈춘다.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만났을 때 이 버튼 하나로 긴급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

물론 이뿐 아니다. 커넥티드 드라이브를 표방하는 6GT는 운전자의 다양한 요구나 질문에 대응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도 운영한다. 나를 살펴주는 누군가의 따듯한 마음이 느껴지는 차다.

누군가 실제로 차의 운전에 개입하기도 한다. 드라이브 어시스트에 앞뒤로 인텔리전트, 플러스 등의 수식어가 더해졌다. 그만큼 똑똑하게 더 많은 기능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차간거리 조절, 조향을 깔끔하게 해낸다. 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에선 당장 운전을 맡겨도 좋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물론 운전은 운전자의 책임이니, 이런 운전 보조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신경 곤두세우고 지켜봐야 한다. 완전 자율운전이 아닌 이상, 운전자는 운전에 집중해야 한다. 운전 보조장치는 발전하지만, 이를 믿고 운전을 게을리해선 안 되는, 조금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상황이다.

손에 꽉 차게 잡히는 스티어링휠은 2.8회전 한다. 5m가 넘는 크기를 감안하면 조금 여유 있게 다룰 수 있게 3회전 혹은 그 이상으로 해도 좋겠지만, 3회전 미만으로 세팅하면서 조금 예민한 조향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과속방지턱 넘는 느낌이 섬세하다. 거칠게 내치는 것도, 물렁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탄성을 유지하며 품어 안는 느낌이다. 딱딱한 듯 부드럽고 물렁한 듯 강한 서스펜션의 탄성이 인상적이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또 한 번 프리미엄의 수준을 느낀다.

앞 차창에 투사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더 깔끔하고 선명해졌다. 현재 속도, 목적지 방향, 제한속도 등의 정보가 필요할 때 적절하게 제시된다.
시속 100km는 딱 기분 좋은 속도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드라이브 어시스트를 작동시키면 차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을 즐기기 딱 좋다. 가끔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생긴다.

8단 변속기를 갖춘 엔진도 최대한 숨을 죽인다. 신경 쓰이게 하지 않겠다는 듯 시속 100km의 속도를 1,200rpm으로 커버해낸다. 엔진 소리는 크지 않다. 이질감이 크지 않게 잔잔하게 깔리는 잘 만져진 소리다. 물론 이 속도에서 으르렁 거릴 줄도 안다. 3단까지 내리면 4,000rpm으로 엔진 회전수를 올리며 강한 드라이브를 선보인다.

265마력의 힘을 내는 직렬 6기통 디젤엔진은 차체를 거뜬히 끌고 달린다. 마력당 무게비 7.7kg이지만 6초 만에 시속 100km를 돌파할 정도로 효율적인 성능을 뽐냈다.

가속과 더불어 힘찬 소리를 내지르던 엔진이 점잖게 톤을 조정하며 고속에 이르면 더없이 편안한 고속주행이 이어진다. 0.28의 공기저항 계수, X 드라이브, 단단한 서스펜션 등이 어우러져 탁월한 주행안정감을 선보인다. 하나 더 있다. 리어 스포일러다. 트렁크 리드 안에 숨어있던 스포일러는 시속 110km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가 시속 70km에서 다시 숨는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스포츠 인디비듀얼, 컴포트, 에코프로, 에코프로 인디비듀얼 등 5개 모드가 있다. 스포츠모드는 신경질 난 여자 친구모드다. 툭툭 건들면 반응이 바로 바로 온다. 에코 프로는 신경 무딘 남자 친구 모드다. 가속페달을 밟든말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개의치 않고 물렁물렁 설렁설렁 움직일 뿐.

245/45R19 브릿지스톤타이어와 서스펜션은 노면을 잘 붙들고 달렸다. 펑크에서 자유로운 런플랫 타이어다. 그래도 펑크가 여전히 무서운 건 런플랫 타이어의 교체비용 때문이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누르면 킥다운이 밟힌다. 2톤이 넘는 몸무게를 가뿐하게 끌고 나간다. 무게감은 있지만 무겁지 않다. 100kg이 넘는 거구가 100m를 전력 질주하는 느낌이다. 덩치 크고 무게감 있지만 경쾌하고 빠르다는 이 모순 가득한 문장은 그러나 사실이다. 장거리 투어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고성능 GT, 즉 그란 투리스모의 면모를 잘 간직한 차다. 세단과 SUV 경계를 넘나드는 차다. 존재감이 무척 큰, BMW의 히든카드다.

공인연비는 12.4km/L. 계기판은 9km/L임을 알려주고 있다. 시승을 마치고 복귀하는 길에는 50km 넘게 연비 위주의 운전을 했다. 15.5km/L까지 연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차를 다루기에 따라 연비 차이는 이처럼 크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도어를 열면 날카로운 예각이 드러난다. 프레임 없는 도어를 만드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도어의 예각을 어쩌지 못했다. 예쁘고 멋진 디자인을 추구하는 쿠페나 컨버터블에서 주로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예각인 도어를 무심코 여는 순간, 무언가 부딪힌다면 좀 더 큰 부상을 각오해야 한다. 멋진 모습일수있으나 안전한 모습이진 않다. 멋과 안전 중 더 우선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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