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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왜 시트로엥을 따라 하냐고? 이유는 간단해"

이완 입력 2018.02.15 08:35 수정 2018.02.15 08:3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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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싼타페 본 독일인들 "시트로엥 닮아가네"
현대차는 언제쯤 자신들만의 패밀리룩을 밀고 나갈 수 있을까
신형 싼타페 앞모습 / 사진=현대자동차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현대자동차가 신형 싼타페(TM)를 공개함과 동시에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그들 얘기로는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큰 차가 대접받는 환경에서 싼타페의 덩치는 더 커졌고, 옵션 사랑에 화답하듯 편의사양과 안전 사양을 듬뿍 담았으니 SUV 전성시대에 이런 차가 외면 받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는 곧 열릴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정식 데뷔를 하게 되며 본격적인 평가는 그때부터 이뤄질 것이다. 그런데 공개된 신형 싼타페 전면부와 실내 사진을 본 독일 네티즌 반응이 흥미롭다. 뭔가 공감되는 내용도 있고, 또 우리와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은 현대 관계자들도 들어볼 필요는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많지는 않았지만 독일 최대 자동차 포털(motortalk)에 올라온 댓글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사진 한두 장만으로 제대로 된 인상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드러난 사진과 실물이 전혀 딴판일 리도 없다. 현대자동차에 특별히 선입견 같은 게 없는 평범(?)한 독일 네티즌들이 보고 느낀 그대로를 남겼다는 점을 참고했으면 한다.

C4 피카소 / 사진=시트로엥

◆ 점점 씨트로엥을 닮아가는 현대

Edik89 : “실내는 좋다. 그런데 겉모습이??? 코나 이후 현대자동차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취향은 각자 다른 것이니.”

코나 이후의 현대 디자인이라는 표현을 보면 현대차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형 SUV 코나, 거기에 수소연료전지차인 넥쏘, 그리고 신형 싼타페로 이어지는 전면부 디자인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헤드램프와 분리된 길쭉하고 날렵한 주간주행등이고, 또 하나는 ‘폭포처럼 떨어뜨리다’ 혹은 ‘계단형’이라는 의미의 캐스캐이딩 그릴이다. 이 공통된 패턴은 현대가 자신들의 SUV 라인업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보인다.

Flono : “왜 현대는 요즘 시트로엥을 따라 하는 걸까?”

Roter Blitz 1.3 CDTI : “좁은 전조등은 마치 시트로엥처럼 보여. 하지만 취향은 다른 것이니까. 그런데 현대가 왜 시트로엥을 요즘 따라 하냐고? 이유는 간단해. 아이디어가 없고, 그래서 직접 디자인하는 것보다 카피하는 게 쉽거든.”

Fischbrezel : “현대차가 천천히 시트로엥을 닮아가고 있어. 난 정말 정말 이게 마음에 안 들어.”

Flono : (위에 댓글에 대한 답글) “흥미롭게도 SUV에만 (그래), i30, i20 아이오닉 등은 아직은 자기 색깔이 있어.”

Fischbrezel : “그래. 나도 그 점은 알고 있어. 적어도 i시리즈는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지.”

좁고 긴 주간주행등이 독립해 있고 그 아래로 헤드램프가 자리한 디자인은 사실 현대가 처음은아니다. 여전히 독특한(혹은 기괴한) 디자인으로 평가되는 닛산 쥬크는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을 헤드램프와 분리해 보닛 위로 바짝 끌어올리는 도발을 일찌감치 감행했다.

2013년에는 모터쇼에서 공개된 시트로엥 칵투스 콘셉트 모델의 경우 쥬크와는 달리 프랑스 특유의 미감이라는 평과 함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결국 이듬해 시트로엥은 C4 피카소와 그랜드 C4 피카소에 칵투스 콘셉트카 디자인을 적용하게 된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지프 역시 체로키 전면부 디자인을 쥬크와 비슷하게 꾸며 출시했다.

이처럼 몇몇 제조사가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를 구별해 배치하는 시도를 했고, 코나와 신형 싼타페 등, 현대도 자사 SUV 모델을 이런 흐름에 동참시켰다. LED를 통해 디자인 자유도가 주어지면서 벌어진 전조등의 새로운 흐름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지상고가 높은 SUV의 구조가 주간등과 헤드램프의 위치를 바꾸었을 때 활용도가 높다는, 기능적 이유도 변화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부분까지 파악하기 어려운 독일의 일반 운전자 눈에는 현대가 시트로엥을 따라 한(Copy)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만큼 닮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들 의견은 틀리지 않았다. 이미 칵투스가 있고 쥬크가 있고 체로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현대의 참신한 새 패밀리룩’이라는 표현은 먼저 시도한 다른 제조사들, 다른 모델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신형 싼타페 실내 디자인 / 사진=현대자동차

◆ 실내 디자인, 누군가는 칭찬하고 누군가는 비판하고

물론 댓글에 시트로엥과 닮았다는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변화된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는 의견들도 눈에 띈다. 실내 디자인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도 있었고, 디자인 외에 새롭게 적용된 안전장치에 대한 의견들도 다수 볼 수 있었다.

2열 승객 하차 시 후방, 또는 후측면에서 오는 차량이나 오토바이 등과의 충돌을 방지해주는 ‘안전 하차 시스템’이나, 영유아를 뒷좌석에 두고 내리는 일이 없도록 하는 ‘2열 후석 승객 알림 장치’ 등은 사소한듯하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안전장치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옵션은 싼타페의 가치를 올리는 긍정적 요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비판도 있다. gromi라는 닉네임을 쓰는 독일인은 “앞모습은 괜찮다. 볼보 느낌이 난다. 그런데 실내는 작은 차 느낌이 든다. 주관적인 관점에서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할까.”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3세대 싼타페의 아쉬운 점 중 하나라면 실내 디자인이었다. 억지로 꺾은 송풍구 디자인이나 운전대 디자인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이번에 이런 부분을 포함해 큰 폭의 변경이 있었다. 하지만 코나나 최근에 공개된 i30 패스트백 등에 적용된 디자인을 억지로 싼타페에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봐도 중형급 SUV와는 맞지 않는 실내 모습이었고, 비슷한 생각을 댓글을 보니 반갑기까지 했다. Nebellluchte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는 “외모를 보면 앞부분은 살찐 것 같은데 실내는 좀 단순해.”라고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현대차의 실내 디자인은 많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싼타페에는 좀 더 무게감 있고 카리스마 있는 디자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말이다.

i30 패스트백 실내 디자인 / 사진=현대자동차

◆ 일관성 없는 디자인 정책

무엇보다 하고픈 얘기는 현대 경영진이 디자인 정책의 일관성에 대해 고민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Raver2014라는 닉네임의 독일인은 “빠른 모델 변경은 싼타페 소유주들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돈(잔존가치 의미)을 잃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모든 사람이 5년마다 새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빠른 교체 주기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여기에 신차가 나올 때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일관성 없는 디자인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추가하고 싶다. 세대교체 때마다 큰 폭의 변화로 인해 기존 모델을 소유한 운전자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변화 폭만큼 판매 시 손해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제조사는 또한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포르쉐나 BMW와 같은 제조사는 디자인 변경에 신중하다. 기존 고객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다.

3세대 싼타페 / 사진=현대자동차

YF 쏘나타 등장과 함께 패밀리룩을 선언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현대자동차는 디자인에 많은 투자를 했다. 하지만 YF 후속 모델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고, 세대 간 디자인 연결성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유럽 패밀리룩 다르고, 한국 및 북미 패밀리룩 다르고, 세단과 SUV 디자인이 다르다. 물론 지역 특성에 맞게 디자인 공략을 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기본 틀을 마련해 놓고 무슨 이유에선지 디자인은 계속해서 바뀐다. 디자인에 대한 장기적 전략이 없는 것이다.

어쩌면 시트로엥을 닮아간다는 독일 네티즌들의 비판 속에는 이런 잦은 디자인 변경에 대한 불만이 들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연 언제쯤 현대는 자신들이 내놓은 디자인 철학, 자신들만의 패밀리룩을 믿고 밀고 나갈 수 있을까? 높으신 분 한 마디에 알게 모르게 여기저기 툭툭 달라지는 그런 환경에서 디자인 항상성을 이야기하는 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 ‘디자인 헤리티지(유산)’라는 것을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와 <핀카스토리> 등에서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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