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슈]한국서 초인기 디젤차, '꼴뚜기'라며 외면받는 이유

조회수 2018. 6.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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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적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호 차원에서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가속되고 있다.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디젤차의 도심 진입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일부 국가는 아예 순수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금지 스케줄까지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젤차의 인기는 여전하다. 유럽자동차협회(ACEA)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주요 15개국의 디젤차 점유율은 45.7%였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중 국내 수입차 판매 2만 5923대 중 디젤차가 1만 2955대로, 50% 점유율을 넘어섰다. 소비자들이 힘좋고 연비 뛰어난 디젤차의 매력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중국에서 디젤차는 줄곧 인기가 없었다. 승용차 시장에서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중국 소비자들은 디젤차 구매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때문에 중국에서 디젤 승용차를 보기란 쉽지 않다.

엄격한 규제 속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모았던 디젤차가 왜 유독 중국에서는 소비자의 외면을 살까.


◇디젤을 쓸 곳은 따로 있다

제조대국이자 에너지 소비대국인 중국에서 디젤은 수많은 산업 분야에서 여러 용도로 쓰인다. 트럭, 화물차, 버스 등의 운송업 뿐 아니라 굴착기, 불도저, 살포기, 교반기, 펌프 등의 엔지니어링 및 농업 기계의 오일 탱크에 공급된다. 사용처가 다양할 뿐 아니라 사용량 또한 많다. 중국에 공급되는 양이  양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디젤은 생산 현장에 우선 공급될 수 밖에 없다. 국가 차원에서 가정용 차량에의 공급을 제한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디젤이 승용차에 널리 사용될 경우 상대적으로 남아돌게 될 가솔린의 처리도 골칫거리다. 중국산 연료는 유황 함량이 높아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출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낮은 연료 품질

자동차 연료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유황 함량이다. 유황 함량이 높은 연료를 사용하게 되면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유독성 황산화물의 배출량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 현재 중국 대다수 도시의 연료 유황 함량은 매우 높아 유럽·미국의 10년 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배기가스 배출 시행 기준은 성(省)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이 국(國) III,국 IV,국 V의 3가지의 기준을 따른다. 국 III의 황 함유량 기준은 휘발유 150ppm, 경유 350ppm 이하,국 IV는 휘발유 및 경유 50ppm 이하,국 V는 휘발유 및 경유 10ppm 이하다.  베이징시의 경우 2017년부터 국 V 미만의 휘발유 및 경유의 판매를 금지했다. 국V는 유로V의 배기가스 상한선에 맞춘 것으로 현재 중국 내 최고의 청결 품질 기준이다. 하지만 베이징시를 제외한 많은 도시들은 평균적인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중국의 135개 도시에서 국 III의 기준을 따르는 저품질의 연료를 사용한다.

연료 품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배기량이 작은 소형 디젤 엔진이다. 저품질의 연료를 사용하게 되면 자동차의 작동 및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국에서 디젤차를 제조함에 있어 인젝션 및 급유 시스템에 대한 기준이 매우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제조 업체 입장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디젤차를 만들 이유가 없다.

◇디젤차 번호판 발급은 연 1만~2만건 불과

중국 정부는 넘쳐나는 자동차로 인한 환경 오염 및 교통 체증을 막기 위해 2011년부터 일선 도시의 차량 번호판 발급을 제한하는 '번호판 추첨제(摇号,야오하오)를 도입했다. 일선 도시란 중국에서 경제·문화적으로 가장 발달한 도시를 일컫는데 대표적으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을 가리킨다. 따라서 중국 대도시에서 신차를 구입해도 번호판을 발급받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번호판 취득 방식은 성(省) 별로 조금씩 상이한데, 일반적으로 추첨 및 경매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상하이에서는 경매를 통해서만 번호판을 취득할 수 있으며 매월 1만 개로 신규 번호판 발급을 제한한다. 베이징시는 추첨 및 경매를 통해 번호판 취득이 가능하며 연간 신규 발급 번호판 수를 10만 개로 제한해 경쟁률이 매우 치열하다. 지난 5월에는 번호판 추첨에 참여한 인원만 8만 4745명으로, 당첨 확률은 역대 최저인 0.67%였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번호판의 경매가도 오르고 있다. 5월 광저우시의 번호판 평균 낙찰가는 4만 4225위안(한화 745만 원)으로, 전월 대비 1만 위안(한화 168만 원) 가량 높아졌다.

중국 정부는 신차 중에서도 자동차 배출가스로 인한 오염을 줄이기 위해 내연기관 차량을 제한하는 한편 신에너지차량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다. 베이징시의 경우 올해부터 신규 번호판 10만 개 중 6만 개를 신에너지차에 배정한다. 베이징 시내의 택시 역시 전기차로 바꾸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내연기관 차량의 번호판을 발급받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중국 정부의 의도대로 소비자들의 신에너지차 구매가 증가했으며, 디젤차는 점점 악순환의 길을 걷게 됐다. 현재 중국의 디젤 차량 번호판 연간 발급은 고작 1만~2만 대 정도다.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

중국에서 디젤 엔진은 주로 화물차 및 트럭에 사용되며 승용차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 소비자들은 디젤차에 대해 '검은 연기를 내뿜는 트랙터', 혹은 '소음과 진동이 큰 트럭'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디젤은 연료를 압축해서 연소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모든 연료가 연소될 때 발생하는 충격으로 인해 소음 및 진동이 크게 난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 디젤차는 저급 차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고, 계속 시커먼 먹물을 내뿜는 모습이 비슷하다며 '꼴뚜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저급한 이미지를 가진 디젤차의 가격은 가솔린차보다 높다. 일반적으로 디젤차는 가솔린차에 비해 2백만~3백만 원 정도 비싸다. 게다가 디젤차의 정비 비용은 가솔린차에 비해 약 15% 이상 높다. 소비자가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다.

한지현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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