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함께 할 수 있는 일탈 - 랭글러 사하라 JK에디션

조회수 2018. 5. 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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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의 랭글러는 탄생 이래 지금까지 지프의 본질을 가장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 차다. 초대 모델인 YJ로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JK, 그리고 해외시장에서 이미 선보인 JL에 이르기까지 지프 랭글러는 지프의 전통과 정신을 가장 극적으로 담아내며 미국을 넘어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아이콘’이라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차도 꽤나 드물다.


 

등장 이래 10년에 달한 JK 랭글러. 그 중에서도 지난 해 하반기에 등장한 JK에디션 모델을 시승했다. JK 에디션은 랭글러 사하라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된 특별사양차로, 30대 한정수량으로 판매된 모델이다. VAT포함 가격은 5,390만원이다.


 
 
 

지프 랭글러는 세대를 불문하고 지프의 상징적 디자인 요소들을 모아 놓은 외관 디자인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2차 대전 시기 데뷔하여 험비(HMMWV)의 출현 이전까지 미군의 발 노릇을 한 윌리스 MB의 디자인 요소들이라 할 수 있다. 전통의 세로줄 7-슬롯 그릴과 더불어 구식 군용차량을 연상케 하는 원형 헤드라이트, 툭 튀어 나온 휀더와 특유의 보닛 형상, 그리고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각진 차체는 영락없는 ‘찦차’ 그대로의 모습이다.


 

시승한 JK에디션은 여기에 특별한 디테일을 가미하여 한층 화려하고 인상적인 외모를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블루+화이트 투톤으로 구성된 외장 색상이다. JK에디션 전용으로 준비된 이 색상은 가뜩이나 눈에 띄는 랭글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본래 랭글러 사하라는 차체 상부와 휀더까지 모두 바디 컬러로 마감되나 JK에디션은 상부에 한하여 화이트 색상으로 도장이 이루어져 있다. 화이트 색상의 스페어 타이어 커버는 덤. 두 색상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외에도 상부에 에어벤트가 뚫려 있는 보닛은 스포티한 이미지와 더불어 차를 한층 눈에 띄게 만든다. 여기에 보닛 양측에 자리한 전용의 랭글러 데칼도 눈에 띈다. 그 뿐만 아니라 헤드램프와 7-슬롯 그릴의 내측에는 은빛 장식을 덧대어 화려함을 더한다. 또한 프론트 휀더 뒤쪽에 큼지막하게 자리한 JK에디션 엠블럼과 안테나 자리 반대편에 위치한 트레일 레이티드(Trail Rated) 배지는 정통파 오프로더의 자부심을 드러낸다.


랭글러의 익스테리어에는 차체 외부로 노출되어 있는 각종 힌지들과 볼트들, 그리고 돌출된 보닛 잠금 장치 등, 일반적인 승용차의 기준에서는 용인하기 힘든 온갖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심지어 라디오 안테나는 외부로 돌출되어 있는데다, 고정식이다. 그러나 이는 거친 오프로드 환경에서의 신뢰성, 정비의 단순함, 험로의 주파 능력을 우선시하여 험악한 환경에서 최대한 쉽고 신속하게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배려로 볼 수 있다.


 

루비콘이 그랬듯이, 사하라 사양의 랭글러도 지붕을 탈착할 수 있다. 단, 맨손으로 탈착할 수 있는 부분은 전방 부분이 한계다. 후방 부분은 별도의 공구가 필요할 뿐더러 무게가 굉장히 무겁기 때문에 맨손으로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 서면, 그동안 종종 시승했던 랭글러 루비콘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풍긴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다른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실내에 적용된 소재들 덕분이다. 루비콘의 경우, 특유의 방수/방오 처리된 직물 시트와 함께 걸레로 대충 닦아도 될 것만 같은 고무 매트 등, 그야말로 모험을 대비한 차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반면, 시승한 사하라 JK에디션의 경우는 다르다. 시트는 부드러운 가죽 마감이 둘러 싸고 있고 바닥 매트는 무려 카펫이다. 이 두가지 만으로도 루비콘과는 차에 올라 탔을 때부터 서로 다른 기분이 든다.


 

가죽으로 마감된 앞좌석은 형상 면에서는 루비콘과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착석감만큼은 확실히 다르다. 부드럽게 몸에 닿는 착석감은 승용차의 그것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요추 받침이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달리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좌석의 조정은 전부 수동 레버로 이루어지며, 열선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뒷좌석도 같은 소재로 만들어져 있으며 착석감이 부드러운 편이다.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승용차에 가까워진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여전히 등받이의 각도는 꼿꼿하게 서 있고 공간, 특히 다리 공간은 성인에게는 다소 부족한 편이다. 물론, 랭글러라는 차가 처음부터 패밀리카로서의 용도를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만들어진 차가 아니기에 적당히 눈감아 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트렁크는 아래쪽의 도어를 먼저 열고 상부의 글라스를 젖히는 식으로 열어준다. 닫을 때에는 여는 것의 역순으로 하면 된다. 트렁크 공간은 뒷좌석을 접었을 때 2,320리터까지 나온다. 바닥의 높이가 의외로 낮아서 짐을 싣고 부리기에 좋은 편이다. 6:4 비율로 접히는 뒷좌석을 활용하면 좀 더 넉넉하게 이용할 수 있다. 뒷좌석은 등받이만 달랑 접히지 않고 착좌부와 함께 아래로 침강하는 궤적을 그리며 접혀 들어간다. 따라서 좌석을 모두 접고 나면 제법 낮고 평탄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시승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하라의 장비 목록을 들춰본다. 현재 국내에서 사하라는 루비콘보다 더 비싼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데, 루비콘과 비교했을 때에 빠지는 장비들이 많다. 루비콘에는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는 전륜 스웨이바 분리장치, 연료탱크 및 트랜스퍼케이스를 보호하기 위한 스키드 플레이트, 헤비듀티급 DANA 44HD 액슬, Tru-Lok 전후륜 잠금식 차동기어가 없다. 물론 ESP와 ABS, 트랙션 컨트롤, 전자식 전복방지 시스템,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 및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 등의 장비는 모두 챙기고 있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랭글러 사하라 JK에디션은 크라이슬러 그룹의 3.6리터 펜타스타 V6엔진을 심장으로 한다. 펜타스타 엔진은 284마력/6,350rpm의 최고출력과 35.4kg.m/4,3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동 5단 오토스틱 변속기를 사용하며, 승용 SUV 업계에서 몇 남지 않은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 중 하나인 커맨트 트랙(Command-Trac)을 통해 네바퀴, 혹은 뒷바퀴로 동력이 전달된다.


 

가솔린 심장을 품은 랭글러는 의외의 정숙함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2015년 10월 이전에 수입되었던 디젤 버전의 랭글러만 경험하다 가솔린 랭글러에 처음 올라 시동을 걸면 뜻밖의 정숙함에 신기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현역인 가솔린 SUV들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다. 다소 투박한 마무리에서 오는 내장재 간의 마찰음, 다소 부실한 축에 드는 외부 소음 차단은 그대로에 풍절음도 여전하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하고 있지만 랭글러 특유의 거친 맛은 그대로 살아 있다. 노면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특유의 구조로 인한 차체 떨림 등이 나타난다. 큰 충격에는 차체가 강하게 충격을 받아내는 느낌을 주고 충격에는 약간의 느슨한 느낌을 준다. 랭글러 특유의 맛을 제외하면, 일상에서 충분하고도 남는 승차감이며, 운전 중에도 의외로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시종일관 단단한 쇳덩이같은 느낌을 주는 루비콘에 비해 한층 쾌적한 느낌을 받는다.


 

펜타스타 엔진과 자동 5단 오토스틱 변속기는 랭글러 사하라에 충분한 순발력을 제공한다. 5단에 불과한 기어 단수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회전수를 3,000rpm 이상 올려 최대토크 시점에 가깝게 몰아 붙이면 힘찬 느낌과 함께 시원스러운 전진을 한다. 엔진의 회전수 상승도 느지막하고 변속기도 꽤나 여유를 부리기는 하지만 펀치력이 아주 없지도 않다. 펜타스타 엔진 특유의 소음과 함께 힘차게 뻗어 나가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그러나 최고속도에 오르는 과정이 다소 힘들고 그 정도의 속도로 오르기에는 직진 안정성이 잘 따라주지 못한다.


 

코너링 면에서는 딱 외모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준다. 스티어링의 조작감이 느슨한 점이 다소 걸리기는 하지만 든든한 섀시와 5링크식 서스펜션 덕분에 의외로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오늘날의 SUV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높은 지상고와 무게중심을 감안하면 예상 가능한 정도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롤이나 피칭이 발생하다가도 회복이 의외로 빠르기 때문에 적어도 실망스런 기분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승용차에 점점 가까워져 가고 있는 통상적인 SUV들에 비하면 차이가 크다.


 

시승한 랭글러 사하라 JK에디션은 사하라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루비콘에 탑재되는 각종 오프로드 장비들이 빠져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랭글러의 혈통이 어디 가진 않는다. 랭글러는 지프의 오프로드 성능을 온몸으로 대변하는 차종임과 동시에 현재 세계 SUV업계에서 보기 드문,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 가 포함된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을 사용중인 차종이다. 그 때문에 사하라는 바위가 많아 네 바퀴의 접근/램프/이탈각이 수시로 변화하는 임도 같은 곳만 아니라면, 일반적인 기준에서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험지는 극복이 가능하다. 또한 견인 면에서도 일반적인 SUV에 비해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다.


 

시승한 랭글러 사하라 JK에디션은 연비가 썩 좋은 차는 아니다. 공기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것만 같은 외모부터 시작해서 2톤 남짓한 몸무게와 가솔린 엔진, 오늘날로서는 적은 편에 속하는 5단 자동변속기와 묵직한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 등, 연비에 불리한 요소들로 한가득이다. 랭글러 사하라의 공인 연비는 도심 6.0km/l, 고속도로 7.4km/l, 복합 6.6km/l다. 트립 컴퓨터 상에 기록된 구간 별 평균 연비는 도심 5.7km/l, 고속도로 10.4km/l를 기록했다.


 
 

JK에디션을 통해 경험한 지프 랭글러 사하라는 ‘일상’과 ‘일탈’ 중에서 일상에 더 가까운 랭글러라는 인상을 남긴다. 랭글러의 바탕을 이루는 특징들은 고스란히 지니고 있으면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하라는 충분히 존재가치가 있다. 물론, 그것을 이유로 사하라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시선도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상의 훼손을 우려하여 랭글러에 마음이 있으면서도 랭글러를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있어 사하라는 충분한 대안이 되어줄 수 있다. 다만 각종 오프로드 장비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루비콘 보다 높은 가격 설정은 또 한 번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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