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역사의 첫걸음을 함께하다 - 증기자동차 이야기

조회수 2018. 6. 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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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부터 21세기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의 동력원은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자동차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는 화석연료가 갖는 배출가스와 미세먼지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동차 업계는 너나할 것 없이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는 전기차의 생산과 개발에 뛰어 든 실정이다.


 

자동차 역사의 초창기, 자동차에는 다양한 형태의 동력원이 사용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자동차에 사용된 동력은 바로 증기기관(Steam Engine)이다. 1705년 토마스 뉴커먼(Thomas Newcomen)이 개발하고 제임스 와트(James Watt, 1736~1819)의 개량으로 완성된 증기기관은 가축이나 인력이 아닌, 완전히 기계화된 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각지에서 산업 혁명이 일어나는 데 지대하게 기여했다.


 

증기기관이 가장 먼저 실용화된 영역은 공장이었지만 이후 그 범위는 운송수단까지 확대되었다. 특히 육상 교통 분야에서는 중근세 때 광산 등에서나 사용했던 ‘철도’가 전 유럽을 잇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와 동시에 증기기관은 마차의 영역까지 넘보기 시작했고, 수많은 이들의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보다 나중에 등장한 가솔린 엔진 자동차의 등장은 증기자동차의 자리를 위협했다. 그리고 1차대전 시기를 전후하여 내연기관 자동차들의 성능이 급격하게 향상되면서 전간기인 1930년대를 기점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증기자동차의 역사는 넓게 보면 증기기관이 보급되기 시작한 18세기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틀리프 다임러(Gottlieb W. Daimler, 1834~1900)와 카를 벤츠(Karl F. Benz, 1844~1929)가 내놓은 첫 번째 가솔린 엔진 자동차 페이턴트-모터바겐(Patent-Motorwagen)의 등장이 1886년인데 비하면 한 세기 이상 이른 것이다. 물론, 자동차로서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기 시작한 증기자동차 역시 페이턴트 모터바겐보다 더 이른 1878년에 만들어졌다. 자동차 역사의 첫걸음을 함께했던 다양한 증기자동차들을 둘러보며 그 역사를 간략하게 되짚어 본다.


퀴뇨의 증기자동차(Fardier à vapeur, 1770)

세계 최초의 증기자동차는 프랑스의 니콜라-조셉 퀴뇨(Nicolas-Joseph Cugnot, 1725~1804)에 의해 만들어졌다. 퀴뇨의 3륜 증기자동차는 육군에서 사용하는 야포(野砲)를 운반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퀴뇨의 증기자동차는 보일러를 앞에 달고 있었고, 1개의 앞바퀴가 조향과 구동을 모두 담당하는 전륜구동 형태를 띄고 있었다. 속도는 첫 시험 주행에서 약 4km/h를 기록했다.


 

그러나 조향시 앞바퀴와 그 앞에 설치된 보일러가 통째로 움직이기 때문에 조향이 매우 어려웠고, 결정적으로 제동장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첫 시험주행에서 제동을 하지 못한 채 한 귀족의 저택 담벼락을 들이 받고 나서야 겨우 멈춰 설 수 있었다. 세계 최초의 증기자동차는 세계 최초의 교통사고 또한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포병의 기계화를 위한 실험에서 출발한 퀴뇨의 증기자동차는 비록 유의미한 성과를 일궈내지 못했지만 루이 15세는 퀴뇨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치하하며, 600 리브르(Libre, 프랑화 제정 이전 프랑스의 화폐 단위)의 상금을 수여했다.


라 망셀 증기자동차(La Mancelle, 1878)

퀴뇨의 증기자동차 이래, 약 100년 동안 증기자동차는 꾸준히 발전을 이루어 나갔다. 특히 프랑스의 아메데 볼레(Amédée-Ernest Bollée)가 개발한 양산 증기자동차 ‘라 망셀’은 선진적인 설계를 갖추고 상용화된 증기자동차로, 8년 늦게 등장한 페이턴트 모터바겐과 함께 현대적인 자동차 역사의 첫 단추를 꿴 자동차로 손꼽힌다.


 

라 망셀은 세계 최초의 양산 자동차로, 총 50대가 생산되었다고 전해진다. 라 망셀의 2기통 증기기관에서 생성된 동력은 추진축과 차동기어로 구현된 후륜구동 체계를 통해 뒷바퀴로 전달되었다. 앞바퀴에는 2개의 가로 판스프링을 적용한 ‘독립식 서스펜션’이라는 혁신적인 설계를 채용했다. 또한 조향장치로는 앞바퀴 양쪽의 랙에 각각 연결된 레버를 이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드 디옹-부통 라 마르퀴스(La Marquise, 1884)

1900~1905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생산한 프랑스의 드-디옹 부통(De Dion-Bouton)의 자동차 사업은 증기자동차로부터 출발했다. 보트나 자동차용의 소형 증기기관을 주로 생산하고 있었던 드 디옹-부통은 1880년대부터 실용적인 증기자동차의 개발에 몰두했다. 초기에는 증기기관을 전방에 설치하고 벨트로 앞바퀴를 구동하며, 뒷바퀴로 조향을 하는 방식이었다. 오늘날의 지게차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여기서 더욱 개량을 가해 완성한 프로토타입이 바로 라 마르퀴스다.


 

라 마르퀴스는 전방에 각각 2마력의 성능을 내는 소형 증기기관을 2기 탑재하고 여기서 나온 동력을 체인을 통해 앞바퀴로 전달하도록 만들어졌다. 증기 생성을 위한 물탱크는 차량 뒤쪽에 탑재되었다. 조향은 뒷바퀴로 이루어졌는데 윤거가 앞바퀴에 비해 훨씬 작아서 거의 삼륜차에 가까운 비례를 가지고 있었다. 4명의 사람을 태울 수 있었는데, 앞좌석과 뒷좌석이 서로를 등지고 있는 구조였다. 시험용 차량으로 만들어진 라 마르퀴스는 파리에서 베르사유까지 평균속도 26km/h의 속력으로 달리며 그 위용을 과시했다.


스탠리 증기자동차(1898, 1912)

미국은 1890년대부터 실용적인 증기자동차들이 속속들이 개발되며 대중화되고 있었다. 특히 미국의 프란시스 스탠리(Francis Stanley, 1849~1918)와 프리랜 스탠리 형제(Freelan Stanley, 1849~1940)가 만든 증기자동차는 우수한 성능과 실용성으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스탠리 형제는 1890년대 초 메사츠세츠에서 열린 세계 자동차 경주대회를 통해 유럽에서 온 증기자동차들을 접하면서 증기자동차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스탠리 형제의 증기기관은 증기기관 내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한 구조를 통해 작은 크기에도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었고 인화성 액체라면 뭐든지 땔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연함까지 갖췄다. 무겁고 지저분한 석탄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고 소음과 진동도 현저히 적었다. 조종 방식도 단순하여 운전하기가 쉬웠고 보일러 예열 시간도 빨라서 취급하기가 매우 용이했다. 스탠리는 1898년 처음 생산을 시작한 이 차량은 후에 로코모빌(Locomobile Company of America)이라는 기업에 넘겼다. 그리고 1910년대부터 스탠리의 상징과도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증기자동차를 제작하여 판매했다.


도블 증기자동차 모델 E(1922)

미국의 기계공학자 애브너 도블(Abner Doble, 1890~1961)이 세운 도블 증기자동차(Doble Steam Car, 이하 도블)는 20세기 초인 1909년부터 1931년까지 증기자동차를 생산하여,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증기자동차를 만들어 온 기업 중 하나였다. 특히 급속예열 보일러와 전기식 시동장치의 도입 등, 그들의 증기자동차는 미국에서 증기자동차가 가장 빛났던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들이 1920년대에 내놓은 모델 E(Model E)는 여러 면에서 가장 발달된 증기자동차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도블 모델 E의 증기기관은 고유의 모노튜브형 보일러 설계와 당대의 철도기관차에 사용된 설계를 적용하여 우수한 동력성능을 발휘했다. 증기기관이 뒤쪽에 탑재되어 뒷바퀴에 직접 동력을 전달했고 압력의 조절만으로 속도조절이 가능했기 때문에 변속기가 필요 없었다. 또한 약간의 개조만 거치면 다양한 종류의 액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정숙하면서도 우수한 동력성능을 제공했다. 총 24대가 제작되었으며, 미국의 유명 방송인이자 자동차 애호가로 유명한 제이 레노()가 20번째 생산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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