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힐링 머신'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

오종훈 입력 2018.01.14 08: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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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1 카레라4 GTS를 만났다. 911은 포르쉐의 본질이다. 파나메라나 카이엔이 잘나간다고는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911이 있어 포르쉐가 존재한다. 911 없는 포르쉐는 있을 수 없다.

사륜구동을 얹은 GTS 모델이 지난해 11월 한국 출시했다. 이로써 쿠페, 컨버터블, 타르가로 구성되는 911 GTS 3총사가 모두 한국의 소비자들을 만나게 됐다. 시속 300km를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차에만 허용되는 GTS 배지다.

포르쉐를 볼 때면 나는 앞보다 뒤를 본다. 볼륨감 있는 엉덩이는 언제봐도 매력이 넘친다. 선과 면이 부드럽고 꽉 차게 구성된 리어 휠하우스 주변은 모든 포르쉐 모델들의 공통점이다. 파나메라에도, 카이엔에도, 마칸에도 있지만, 역시 911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디자인이다.


포르쉐의 엔진은 다운사이징의 정수다. 배기량은 적어지고 힘은 더 세진다. 6기통 3ℓ 수평대향 터보차저 엔진은 450마력의 힘을 낸다. 불과 3ℓ의 엔진으로 기존 911 대비 30마력, 자연흡기 엔진을 적용한 GTS 보다 20마력이 세졌다. 최대토크는 56kgm로 디젤엔진의 토크빨을 뺨친다. 그 힘을 조율해 내는 건 포르쉐가 자랑하는 7단 PDK다.

무게와 엔진 배기량은 꾸준히 줄어왔고, 그 엔진이 내는 힘은 반비례해서 커져 왔다. 차근차근 개선을 거듭하며 여기까지 온 것.

공차중량은 1560kg으로 마력당 무게비가 3.46kg에 불과하다. 힘은 세고 감당해야 할 무게는 가볍다. 대단한 효율이다.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3.6초. 정신 놓고 있으면 차가 하늘로 날아오를지도 모른다.


사륜구동 모델이어서 혹한의 날씨에도 시승할 수 있었다. 추운 날씨에는 사륜구동차가 아니면 시승을 삼간다. 특히나 포르쉐 911이라면 더 그렇다. 폭발적인 성능만큼이나 아주 예민한 녀석이라 추운 날 다루기엔 신경 쓰이는 게 많아서다. 다행히 ‘카레라 4’여서 부담을 확 덜어줬다.

시내에서 무심코 가속페달을 한 1초 정도 밟았을까. 눈치 없는 녀석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튀어나간다. 커지는 숨소리에 놀랐다. 살살 달래며 움직였다.


막혔던 도심을 빠져나와 본격적인 가속을 시도하면 시원하게 내지른다. 꼭짓점을 향해 빨려 들어가듯 달려간다. 호랑이 등 위에 올라탄 기분이 이럴까. 세상사 온갖 잡념으로 범벅인 머릿속은 순식간에 정리된다.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오직 운전할 뿐이다. 속이 다 시원해진다. 힐링 머신이다.

춤추듯 오르내리는 rpm 바늘을 몸으로 느끼며 포르쉐와 한 몸이 되어 달린다. 모든 신경은 차에 집중된다. 작은 흔들림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속도에 이르면 미소가 번진다. 그래 포르쉐 911은 이 맛이지. 아무렴, 그렇고말고.

직진 가속에서 가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꼈다면 코너에선 짜릿한 스릴이 기다린다. 평소보다 훨씬 높은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도 시승차는 너끈히 받아냈다. 타이어도, 서스펜션도 여유를 부린다. 토크 벡터링, 기계식 리어 디퍼렌셜이 부드러운 코너링을 만들어낸다. 물론 사륜구동 시스템도 한 몫 거든다. 서스펜션은 10mm가량 차체를 더 낮춰준다. 오케스트라처럼 차의 각 부분이 제 몫을 해내며 조화롭게 길을 달린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장착해 론치컨트롤 기능을 쓸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더 작은 휠을 눌러 20초간 유지되는 스포츠 리스폰스 기능을 활성화 시킨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함께 밟으면 rpm은 6,000 근처에 고정되며 준비를 마친다. 그 다음엔 가속페달을 유지한 채 브레이크를 밟으면 말 그대로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고삐 풀린 사냥개가 먹잇감을 향해 달리는 야성을 느낀다.

소리가 압권이다. 스포츠 배기 시스템을 활성화하면 엔진 사운드가 훨씬 더 힘차고 매력 있게 들린다. 시프트 다운할 때, 이어지는 가속을 끝내고 페달에서 발을 뗄 때 터지는 짧은 버스트 사운드가 특히 인상적이다. 자꾸 그 소리가 듣고 싶어 차를 몰아붙이게 된다.

당연히 조용하지 않다. 중저속에서부터 엔진 소리는 제집인 듯 실내로 파고들고, 노면 소리도 제법 들어온다. 고급 세단에 익숙한 이들에겐 참기 힘든 소리일 수 있지만, 포르쉐 팬들에겐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다른 911보다 조금 더 안정감 있고 재미있는 가속을 즐길 수 있었던 건, 좀 더 낮은 자세 덕분이다. 911 카레라4 GTS는 911 카레라 S보다 10mm가 낮다. 또한, 44mm 더 넓다. 덕분에 고속에서도 겁 없이 조금 더 밟을 수 있었다.

복합연비는 8.8km/L. 마구 달리면 이보다 더 안 좋은 연비를 만나게 된다. 포르쉐 탈 땐 연비는 무시하는 게 좋다. 연비 때문에 시속 80km로 정속주행하려고 포르쉐를 타는 건 아닐 테니.

알칸타라 가죽의 스포츠 시트와 가죽으로 뒤덮은 실내는 충분히 고급스럽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손글씨도 가능하다. 시트는 4개지만 2인승이라는 사실은 잊지 말자. 뒷좌석에 사람 앉으려다가 기분 상한다.

판매가격은 1억 8,150만 원. 돈 있다고 탈 수 있는 차는 아니다. 거칠게 달리는 이 차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이 차를 타는 의미가 있겠다. 물론, 그런 능력이 있어도 돈 없으면, 못 탄다. 이 차 사고 싶으면 돈부터 열심히 벌어야 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초 광폭 타이어는 저속회전을 싫어한다. 앞에 245/35ZR20, 뒤에 305/30ZR20 사이즈의 초광폭 타이어를 적용했다. 낮은 속도로 회전할 때 거친 반응을 보인다. 각기 다른 네 바퀴의 구동력과 마찰력 차이로 타이어와 노면이 불협화음을 보이는 것. 고속주행 안정감을 위해 초 광폭 타이어를 사용했는데 아주 낮은 저속에서 불편하다. 그렇다고 고성능 스포츠카의 고속주행안정감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 감수할밖에….
전동식 시트인데 정작 앞뒤 방향의 슬라이딩은 수동으로 작동한다. 아예 모터를 빼고 수동으로 하던가, 전동식을 적용했으면 모든 기능을 전동으로 하던가. 1억8,000만 원 넘는 차의 운전석 시트에 전동과 수동을 섞어놓은 의도는 도대체 뭘까.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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