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신형 싼타페, 개성은 없지만 강력한 상품성이 무기다

조회수 2018. 2. 2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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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현대차가 준비한 신형 싼타페 미디어 시승회에 다녀왔다. 신형 싼타페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노린다. 계속 급등하는 SUV 시장에서 제 자리를 잡고 버텨야 한다. 그러기에 상품성은 충분할까? 경기도 일산부터 파주 평화누리공원까지 왕복 100㎞에 가까운 거리를 누비며 첫 인상을 살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현대차가 제대로 칼을 갈았다.

올해 1월, 현대차는 미국에서 부침을 겪었다. 전년 1월 대비 판매대수가 11.3%나 줄었다. 세단 판매가 21%나 줄고, RV 판매가 12% 늘었다. 상품성 크게 개선한 새 차로 반등의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평가를 받아야 했다. 따라서 새 SUV인 신형 싼타페에 거는 기대는 아주 크다.

신형 싼타페는 4세대 모델이다. 2012년에 3세대 싼타페가 등장했으니 6년만의 세대교체다. 현대차는 이를 “중형 SUV 시장 리더의 귀환”이라 부른다. 2000년에 처음 등장해 지금까지 글로벌 누적판매 430만 대를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도 100만 대 넘게 팔았다. 현대차가 가장 중요한 모델 중 하나로 싼타페를 꼽는 이유다.

신형 싼타페의 길이×너비×높이는 4,770×1,890×1,680㎜. 휠베이스는 2,765㎜다. 기존 모델보다 70㎜ 길고, 10㎜ 넓다. 높이는 같고, 휠베이스는 65㎜ 늘었다. 동급 최대는 아니다. 쏘렌토의 길이가 2,780㎜니까 사실 15㎜ 더 짧은 셈이다. 현대차가 ‘최대 수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드디어 벗어났을까?

시승회에서 디자인 발표를 담당한 현대차의 루크 동커볼케(Luc Donckerwolke) 전무는 “신형 싼타페의 디자인은 현대차의 변화를 담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과거에는 인지도를 쌓기 위해 패밀리룩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제는 현대차 디자인이라는 큰 틀 안에서 각 모델마다 차별화된 개성을 더하고자 한다. 이제 우리만의 정신을 담은 ‘현대 룩’을 만들겠다.”

그는 “싼타페는 매끄럽고 빠른 CUV로 자리매김해왔다. 신형에는 더욱 강하고 견고한 이미지를 담으려했다”며 디자인에 대해 설명했다. 긴 직선의 캐릭터 라인을 헤드램프부터 테일램프까지 연결해 안정감을 더하는 한편, 뒷부분을 넓어보이도록 만들어 강인한 이미지를 더했다고. 하지만 가장 궁금한 부분은 앞모습이었다.

“우리는 신형 싼타페에 새로운 얼굴을 더했습니다. 전면부 하이라이트는 코나, 넥쏘, 싼타페로 이어집니다. 약간씩 다른 인상을 줍니다. 그러나 콤포지트 라이트를 캐스캐이딩 그릴과 연결하는 방식은 같습니다. 헤드램프를 아래에 세로 방향으로 달면서 에어커튼 역할을 하는 작은 구멍을 옆에 숨겼습니다. 이상적인 기능과 이상적인 형태입니다.” 동커볼케 전무의 말이다.

실내는 운전석 앞과 조수석 앞이 비슷한 느낌을 주는 ‘듀얼 콕핏(Dual Cockpit)’형 디자인을 사용했다. 기존 모델에 비해 한결 대시보드의 높이가 낮아진 인상이다. 앞좌석을 감싸는 ‘랩 어라운드’ 디자인을 사용하는 동시에 대시보드 안쪽의 높이를 낮추는 수법을 사용해서다. 버튼 개수는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크기를 키웠다. 누르기 편하고 배치가 직관적이다.

운전석이 몸을 떠받치는 느낌은 아주 좋다. 뒷좌석도 마찬가지다. 뒷좌석은 6:4로 나뉘며 슬라이딩, 폴딩, 리클라이닝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트렁크를 열어보니 버튼 하나로 뒷좌석을 접을 수 있는 버튼도 달았다. 최상의 트림인 프레스티지 등급에서 지원하는 사양이다. 수동으로는 뒷좌석 등받이 조절 레버를 당기고 있으면 자동으로 접힌다.

앞좌석을 키 179cm의 기자에 맞췄어도 뒷좌석 다리 공간은 충분했다. 머리 위 남은 공간도 충분해 정자세로 앉아도 불만이 없었다. 실내 공간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트렁크 용량은 5인승 모델이 625L. 기존 모델에 비해 40% 늘어났다. 7인승의 경우 3열 좌석을 사용할 경우 130L 용량이 남는다. 모두 VDA 기준이다. 7인승은 3열 에어컨 포함이다.

신형 싼타페는 디젤 2.0L, 2.2L, 가솔린 2.0L 터보의 세 가지 구동계를 얹는다. 각각 186마력, 202마력, 235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모두 자동 8단 변속기를 얹는다. 네바퀴굴림 구동계 ‘HTRAC’도 마찬가지지만 디젤 2.0L 모델은 프리미엄 트림 이상부터 고를 수 있다. 자랑을 좋아하는 현대차가 ‘전 모델 네바퀴굴림 구동계 선택 가능’이란 타이틀을 포기하다니…

자동 8단 변속기는 상품성 개선에 쏠쏠한 도움이 됐다. 2.0L 디젤 5인승 앞바퀴굴림 모델 기준 복합연비는 13.8㎞/L(18인치), 13.5㎞/L(19인치)다. 기존 싼타페에 비해 각각 0.5㎞/L, 0.8㎞/L 올랐다. 2.2L 대신 2.0L 고르는 수요가 높을 전망이다. 현대차의 상품 구성 또한 그렇다. 2.0L 디젤은 5개 트림인데, 2.2L 디젤, 2.0L 터보 모델은 각각 2개 트림이다.

시승차는 디젤 2.0L 프레스티지 등급에 HTRAC 네바퀴굴림 구동계 더한 사양. 최고출력 186마력을 4,000rpm, 최대토크 41㎏·m을 1,750~2,750rpm에서 낸다. 강화된 유로6 기준에 맞춰 요소수를 사용하는 SCR(선택적 환원 촉매 저감 장치)도 달았다. 무게는 1,875㎏. 공인연비는 복합 12㎞/L다.

차체도 새롭다. 현대차에 따르면 신형 싼타페는 기존 모델 대비 차체 평균 인장강도가 14.3% 높다. 충돌 시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핫스탬핑 적용 부품수를 2.5배 늘리고, 결합 구조 및 내구성을 개선해 차체 비틀림 강성을 15.4% 높였다. 현대차는 “자체 시험 결과 국내외 각종 안전도 평가에서 모두 최고 등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출발은 가벼웠다. 자동 8단 변속기 덕분에 엔진회전수를 낮게 유지하며 가속할 수 있었다. 끝까지 가속 페달을 밟아 부추길 때면 속도계 숫자는 치솟지만, 정작 빠른 기분은 들지 않는다. 한껏 속도를 올리면 슬쩍 힘에 부치는 기분이 들긴 하지만, 일상생활 및 추월 가속에는 충분 이상이다. 시속 100㎞로 달릴 때 엔진회전수는 약 1,550rpm.

정숙 주행 시 풍절음 및 엔진음은 크지 않았다. 의식하지 않고 부드럽게 순항을 즐겼다. 브레이크 페달의 세팅은 무난한 수준. 밟자마자 멈춰서는 타입은 아니다. 그러나 조금 더 깊게 힘을 주면 순식간에 제동력을 끌어올린다. 급정거 시에 효과가 쏠쏠했다. 빠르게 멈춰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능력이 좋다.

승차감은 부드럽지도, 단단하지도 않았다.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노면 충격은 잘 걸러내고 일부만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빠르게 코너를 돌 때 차체가 기우는 정도가 크게 줄어든 점이 인상적이다. 대차는 신형 싼타페의 안정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차체 기울임을 줄였다고 밝혔다. 거칠게 방향을 바꿔도 흔들림이 크지 않다. 아주 안정적인 세팅이다.

네바퀴굴림의 진가는 코너링에서 드러났다. 코너를 달리며 주행궤적을 바꿔도 움직임이 안정적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신형 싼타페에 달린 HTRAC은 주행 모드, 엔진 토크, 스티어링 입력에 따라 앞뒤 바퀴에 보내는 동력 전달 비율을 자동으로 바꾼다. 좌우측 바퀴에 거는 제동력도 조절한다고.

신형 싼타페는 R-MDPS를 단다. 방향 전환은 정확하나 스티어링 휠의 피드백이 부족하다. 어디까지나 무난한 성격을 추구했다고 본다. 뒷좌석 공간은 충분했고, 승차감 차이는 약간 있었다. 거친 노면에서도 충격을 잘 흡수했지만, 아무래도 앞좌석이 충격 흡수는 더 뛰어난 기분이다. 대신 뒷좌석 시트를 최대한 젖혀 파노라마 선루프로 하늘을 바라보는 맛이 있다.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를 소개하면서 안전장비를 크게 강조했다. 가족이 타고 내릴 때까지의 모든 순간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설계를 적용하는 한편, 능동 안전 기술을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했다고. 전방 충돌방지 보조, 전방 충돌 경고, 차로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등의 기능들이다.

한편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안전 하차 보조는 승객이 내릴 때 뒤에서 접근하는 물체가 있으면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더불어 초음파 센서로 뒷좌석 승객을 감지해, 뒷좌석에 탄 아이를 두고 내리지 않게 도와주는 후석 승객 알림 기능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현대차 최초로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기능도 적용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울였다.

신형 싼타페의 가격은 디젤 2.0 모델 2,895만~3,635만 원, 디젤 2.2 3,410만~3,680만 원, 가솔린 2.0 터보 2,815~3,115만 원이다. 여기에 네바퀴굴림, 7인승, 크렐(KRELL) 사운드 시스템, 서라운드 뷰 등 다양한 옵션을 더할 수 있다. 더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추가한 디젤 2.0 모델 풀옵션 가격은 4,365만 원.

신형 싼타페는 잘 팔릴까? 경쟁 모델과 비교해보면 이론상으로는 동급 최강이다.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41㎏·m의 R2.0 엔진은 기아 쏘렌토와 공유하지만, 쏘렌토는 자동 6단 변속기를, 싼타페는 자동 8단 변속기를 얹기 때문이다. 3,000만~3,500만 원 사이에서 차를 바꾸고 싶어 하는 가장들에게 ‘가장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차’로 어필할 수 있겠다.

내가 신형 싼타페를 산다면 디젤 2.0 프리미엄 또는 익스클루시브 중 고르겠다. 2열 열선시트, 운전석·동승석 통풍시트, 풀오토 에어컨을 달려면 최소한 프리미엄 트림을 골라야 해서다. 그런데 프리미엄보다 160만 원 더 비싼 익스클루시브에 눈이 간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오토 홀드, 스마트 파워테일게이트, 전방 주차 경고까지 있다.

장거리 운전이 잦진 않지만, 한 번 떠날 때 장거리를 달리는 입장이라 고민이다. 게다가 오토 홀드, 전방 주차 경고 등의 다른 장비도 따라오니까. 여기에 60만 원을 더 주고 현대 스마트 센스Ⅱ를 달겠다.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안전 하차 보조, 후석 승객 알림 등을 달고 싶어서다. 그리고 7인승+3열 에어컨+스마트 원터치 워크인&폴딩 옵션을 더하면 내겐 충분하다.

익스클루시브 모델에 옵션 더해 견적을 내보니 총 3,390만 원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눈부심을 막아주는 ECM 기능을 갖고 싶지만, 익스클루시브 트림에는 없다. 굳이 더하겠다면 8인치 내비게이션+ECM 룸미러 패키지를 105만 원에 추가해야 한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선호하는 내게는 계륵 같은 구성이다.

그럼 3,390만 원으로 다른 차를 산다면 무엇을 살까? 연비 욕심을 줄이고 2열에 좀 더 투자하겠다면 기아 카니발 디젤 7인승 리무진 VIP를 3,595만 원에 살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더하려면 180만 원을 추가로 내고 드라이브 와이즈Ⅱ를 더하면 3,775만원. 조금 더 보태서 산다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무리다.

덩치를 따진다면 쌍용의 G4 렉스턴도 있다. 기본형이 3,350만원인데, 여기에 3열 시트를 더하면 40만 원이 더 든다. 안전장비를 원한다면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를 더하면 된다. 그런데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이 없다. 이번엔 기아 쏘렌토를 찾아봤다. 2.2L 노블레스에 드라이브 와이즈Ⅰ과 후측방 충돌경고를 더하니 3,420만 원이다. 역시 적은 내부에 있다.

정리하자면, 신형 싼타페는 장비 및 사양 구성에서 경쟁자들을 앞선다. 가격표 및 구성을 보면 혹할 부분이 충분하다. SUV 인기에 대응이 늦었던 현대차가 가격을 올리면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승부수를 걸었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의미심장한 부분이 하나 있다. 실제 운전경험은 모난 곳이 하나도 없었다. 개성은 없지만 자극 없이 편안하게 몰 수 있는 SUV였다.

평범한 운전 감각 속에 숨은 가치랄까? 평범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모든 부분이 평균 이상으로 빼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이들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첨단 기술의 가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더 많이 팔 수 있는, 상품성 뛰어난 차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곳곳을 다듬다보니 모두가 편하게 탈 수 있는 차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잘 팔릴 테다. 현대차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editor@gmail.com)

사진 현대차,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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