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김상영] 쌍용차의 값진 32위

조회수 2018. 1. 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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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힘든 도전이었다고 합니다. 쌍용차의 자동차가 사막을 누빈 것은 벌써 9년전이었고, 쌍용차가 전사적으로 ‘다카르 랠리(Dakar Rally)’에 참가한게 1996년이니, 거의 20여년만에 다카르 랠리에 복귀한 셈입니다. 또 이번 2018 다카르 랠리 참가 결정도 급작스러워서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다카르 랠리는 지구 상에서 가장 험난한 레이스입니다. ‘익스트림’의 끝판왕이죠. 10여일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지를 약 1만km 달립니다. 출발지와 목적지만 있을 뿐, 정해진 루트도 없습니다. 경력이 많은 선수들도 종종 길을 잃고 경기를 포기할 때가 있고, 40년 동안 사고나 조난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죠.


그래서 다카르 랠리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도전이며, 완주한 것만으로도 ‘인간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순위를 정하지만, 우승 상금이 없는 것도 이런 위대한 도전의 순수성을 높이기 위함이죠.


쌍용차는 1994년엔 ‘코란도 훼밀리’, 1996년엔 무쏘를 투입해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기아차가 실패한 완주를 쌍용차가 성공했었죠. 그땐 쌍용차가 직접 랠리카를 손봤고, 다카르 랠리에서 트럭 부분 우승 경험도 있는 이탈리아 선수를 운전석에 앉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습니다. 쌍용차가 처음부터 다카르 랠리를 계획했던 게 아니었거든요.


쌍용차는 유럽에서 별도의 법인을 운영하지 않고 딜러 체제로 차를 팔고 있는데, 그 딜러들이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영국과 뉴질랜드 딜러들은 코란도 스포츠로만 진행되는 ‘원메이크 레이스’를 만들어 진행하고 있고, 벨기에에선 코란도 스포츠로 '랠리 크로스'를 합니다. 스페인 딜러들은 오프로드에 더욱 적합하게 티볼리를 튜닝한 후, 스페인과 유럽에서 열리는 여러 랠리 대회에 출전하고 있고요.


그런데 덜컥, ‘티볼리 랠리카(Tivoli Rally Raid 4WD)’로 랠리에 참가했던 스페인의 ‘쌍용 모터스포츠팀’이 스페인 지역 대회에서 우승하며 2018 다카르 랠리 진출권을 획득하게 됐죠.


그러나 큰 숙제가 있었습니다. 양산차의 틀에서 한참 벗어난 새로운 랠리카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쌍용차의 힘이 필요했고, 쌍용차로부터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부분의 조언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랠리카 전문 제작 업체의 손을 빌어 V8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405마력의 후륜구동 ‘티볼리 DKR’를 만들게 됐습니다.


경기에서도 어려움은 많았습니다. 다카르 랠리는 드라이버의 실력이 크게 반영되는 경기고, 그 실력은 곧 경험이었죠. 티볼리 DKR의 운전대를 잡은 오스카 푸에르테스(Oscar Fuertes)는 유명한 드라이버도 아닐 뿐더러, 올해 처음 다카르 랠리에 참가했습니다. 그는 첫 스테이지부터 사구(砂丘)에 빠지며, 신고식을 톡톡히 치뤘습니다. 그 다음 스테이지에서도 모래밭에 빠졌죠. 하지만 서서히 남미의 거친 오프로드에 적응한 그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자동차 부문에서 처음 출발한 92개팀 중 결승선을 통과한 팀은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또 올해 첫 출전한 루키는 20명이었는데, 완주에 성공한 팀은 쌍용 모터스포츠팀을 포함해 단 2팀 밖에 없었죠. 틀림없이 한정된 예산과 부족한 준비 시간 등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일궈낸 값진 32위입니다.


2018년은 쌍용차에게 매우 중요한 해입니다. 체어맨을 정리하면서, 다시금 ‘SUV 전문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새로운 원년이기 때문이죠. 브랜드 이미지를 바로 세우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제품이 중요하겠지만, ‘다카르 랠리 완주’처럼 상징적인 것도 필요합니다. G4 렉스턴으로 유라시아를 횡단한 것도 같은 이유겠죠. 앞으로 국내에서도 SUV 전문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상영기자 sy.kim@motorgraph.com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http://www.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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