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클리오로 서울서 부산까지 주행하기

조회수 2018. 6. 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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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기자이다 보니 평소에, 남들이 쉽게 타보지 못하는 차량들을 많이 타보게 된다. 지난 번 미토가 그랬고, 며칠 전 트랙에서 탄 머스탱도 있었다. 혹자에게는 부러움을 사지만, 한편으론 직업이 기자이다 보니, 휴일 날 행사가 있을 때 취재하러 나가야 하는 일도 많다. 이번에도 현충일 날, 밀린 빨래와 청소를 마치고선 부랴부랴 7일 개막하는 부산국제모터쇼에 갈 채비를 해야 했다. 친구에게 모터쇼 때문에 부산에 간다고 했더니, 이 녀석은 속도 모르고 ‘우와 재밌겠다!’라며 연신 부러워했다. 아이고야.

 

부산까지 클리오로, 운전은 누가?

이번 모터쇼에는 여럿이서 한 번에 움직이기로 했다. 어려서부터 카트를 타온 황호종 기자와, 업무 지원차 동행하는 고 기자까지 총 세 명이다. 우리는 얼마전 미디어 시승회를 진행했던 클리오를 타고 부산으로 가기로 했다. 문제는 ‘누가 운전하는가’ 였고, 이런 건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게다가 현충일을 온전히 못 쉰만큼, 부산까지 전부 한 명이 쭉 운전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누가 되건 간에 한 사람은 다음 날 취재가 지옥이 될 것이다. 반은 재미, 반은 귀찮음이었다.

서로 내가 걸리지 않길 바라며, 운명의 가위바위보! 황호종 기자가 첫 판에 가위를 내면서 운전에 당첨, 피터지는 가위바위보 끝에 고 기자가 조수석에 앉기로 했다. 막내는 뒷자리에 앉아서 할 일 없이 편하지만, 편하지 않는 부산까지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부산까지 거리가 있다보니 근처 주유소에서 경유를 가득 채우고, 트립을 초기화 시켰다. 주행가능거리가 570 km가 나왔다. 클리오에 20 kg의 짐과 평균 85 kg의 세 사람을 싣고 부산으로 향했다.

 

조수석은 잠자는 자리가 아냐

중, 대형차라면 뒷좌석은 편안한 상석이다. 하지만 소형차로 오면 운전석을 제외하곤 조수석이 편안한 자리다. 대부분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그냥 앉아만 가는 줄 알지만 사실은 예전부터 시동거는 것부터 어두운 앞길을 밝히는 길 앞잡이까지 했던 바쁜 자리다. 조수석에 앉은 고 기자는 당연히(?) 길 안내와 안전 운전을 위해서, 네비게이터 역할을 하기로 했다. 겸사겸사 운전자가 지루해서 졸지 않도록 꾸준하게 대화하는 것도 고 기자 몫이 됐다. 자고로, 다른 회사의 얘기를 들어보면 운전은 막내가 하는 전통(?)이 내려온다고 하던데, 우리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헤드룸 위치가 아쉬운 클리오

뒷자리에 앉아서, 평소 운전할 때처럼 엉덩이를 쑥 집어넣고 허리를 쭉 폈다. 그런데 루프에 머리가 닿았다. 헤드레스트가 상당히 뒤에 있다보니, 헤드룸을 파 놓은 곳이 있음에도 시트가 너무 뒤에 있어서 닿는 것이었다. QM3처럼 시트가 앞뒤로 움직여지면, 앞으로 당기거나 혹은 헤드레스트에 커버를 씌우던지, 그것도 아니면 시트 등받이를 조금만 세우면 충분히 넓은 헤드룸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목배게만 챙겨와서 활용이 불가능 했다. 하는 수 없이 허리를 살짝 내려서 불량한 자세를 만들었다. 나름 다리가 상체보다 길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나보다. 레그룸은 아주 넓진 않지만 적당히 여유가 있다. 더 편하게 하려면 발을 조수석 시트 아래로 넣으면 좋은데, 높이가 낮아 굽이 있는 신발은 시트 아래로 발을 집어넣기 어렵다. 얇은 스니커즈 같은 것은 충분히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선을 끌어당기는 클리오의 디자인

오늘 시승차를 가지고 온 사람은 황호종 기자다. 황 기자가 잠깐 집에 들렀다 오는 길에 어머니를 집까지 태워다드리고 왔다고 한다. 어머니는 처음 클리오를 보고는 ‘이거 외제차니?’하고 물어보셨단다. 그리고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다. 한국에서는 처음 보는 엠블럼과, 곡선이 많고 콤팩트한 차량 디자인은 외제차 느낌을 물씬 풍긴다. 아파트에 들렀을 때도 사람들이 다 쳐다볼 뿐만 아니라, 도로를 주행할 때도, 정차할 때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서, 왠지 모르게 황 기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연료효율이 정말 좋다

중부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2차선에 트럭이 가득했다. 차량이 정체될 것처럼 보였지만, 의외로 1차선을 추월차선으로 비워둔 덕에 막힘없이 주행했다. 우리를 뺀 대부분 차량들이 제한속도 이상으로 쌩쌩 달렸다. 시내를 벗어나면서 클리오의 평균 연비를 확인해보니 18 km/l 근처를 유지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한참을 달리니 21-23 km/l를 유지했다. QM3에도 쓰인 1.5 리터 dCi 디젤 엔진이라, 연비가 정말 좋다.

지난 번, 강릉에서 있었던 클리오 미디어 시승회 때도 국도와 고속도로가 섞인 복합 코스에서 최고 19.5 km/l가 나왔던 만큼, 가솔린 차량 오너라면 무척 부러워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가솔린 차량들은 대부분 실 연비가 14 km/l, 11 km/l, 12 km/l 였으니 말이다. 고급유를 넣으면 기름값으로 한 달에 30만 원 넘는 것은 우스운 일이였다. 클리오는 평소에 타고 다닌다면 정말 연료비가 적게 들것 같다.

 

어두워져야 보이는 것

운전을 한 사람에게 몰아서 맡겨 놓은 것이 미안하기도 해서, 평소보다 휴게소에 자주 들렀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출발한지라 아직 저녁식사 전이였다. 우리는 휴게소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페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세트로 적당히 때우고는 다시 부산을 향해 이동했다. 피곤해보이면 교대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황호종 기자는 얼굴에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고, 무척 재미있어 했다. 과장 조금 보태서,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 꼭 카트를 모는 것 같다고 한다.

어두워진 다음 차에서 내리려고 문을 열고 보니 하단에 킥킹 플레이트(도어 캐치)에서 은은하게 불빛이 새어 나왔다. 지난 번 미디어 시승은 주간에만 해봤기 때문에 처음 보는 것이었다. 또 야간이라 처음 보는 것은 바로 에스코트 기능. 문을 잠그고 휴게소로 들어가는 데, 라이트가 한참 동안 켜져있다가 꺼졌다.

황호종 기자는 어릴 때 카트를 오래 탄만큼, 운전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운전감각이 탄탄한 클리오를 무척 맘에 들어했다. 이번 부산 가는 길에도 계속 조수석에 앉은 고 기자에게 서스펜션 이야기, 타이어 이야기, 와인딩 이야기, 디젤 차량 엔진오일 이야기를 끝없이 반복 했다. 아무래도 황호종 기자는 조만간 클리오를 지를 것처럼 보인다.

 

드디어 부산 도착, 황 기자는 넉다운

고속도로를 계속 달린 끝에 414.7 km를 지나 무사히 부산 BEXCO가 있는 해운대에 도착했다. 잘 운전하던 황호종 기자는 부산에 진입해서 차선이 갑자기 없어지고 이리 꺾이고 저리 꺾이는 좁은 차선을 경험하곤 피로와 긴장이 겹쳐, 아예 영혼이 분리되어 버렸다. 결국 숙소에 도착해 주차까지 마무리 하지 못하고 장렬히 산화했다. 주차 마무리는 뒷자리에서 푹 쉬고 있던 막내가 했다. 트립 컴퓨터에 찍힌 최종 연비는 평균 21.7 km/l이고, 연료 사용량은 19 리터였다. 평균 속도는 79.6 km/h, 연료 게이지 상으론 반 정도가 남았다. 이정도 연비면 한 번에 서울-부산 왕복도 가능할 것 같다. 가솔린 차량 타던 시절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아침 8시까지 프레스 컨퍼런스를 가려면 일찍 자야했다. 숙소에서 씻고 눕자마자 장시간 함께 달리느라 다들 지친 듯, 하나 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에 숙소에서 백스코 까지는 막내가 운전했다. 황호종 기자는 전날 피곤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취재 준비에 열중했다. 백스코에 도착한 후, 담당자에게 차량을 인계했다. 긴 시간 이곳저곳을 맞대며 함께 했던 클리오와 헤어지려니 갑자기 서운해졌다. 게다가 취재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다른 차량을 타고 복귀해서 아쉬움은 더 커졌다. 피곤한 다른 기자들과 운전자 교대를 해서 중간부터 서울까지 주행하는데,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는 중간 가속이 왜 이리 답답한지, 듀얼클러치인 클리오의 반응이 너무 그리웠다. 깜찍하고 콤팩트한 사이즈에 잘 달리는 클리오가 자꾸 눈에 아른거렸다. 본격적으로 와인딩에서 테스트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잠깐 주행한 것만으로도 탄탄한 조향감은 손에 그대로 남아있는 듯 하다. 클리오는 국내 출시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황호종 기자가 클리오를 사게 된다면, 무척 질투가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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