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재규어의 첫 미드엔진 슈퍼카 - 재규어 XJR-15

조회수 2018. 1. 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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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태생의 고급 자동차 제조사 `재규어(Jaguar)`는 1922년, 잉글랜드 블랙풀에서 이륜자동차의 측면에 장착하여 승객을 태우거나 짐을 싣는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사이드카(Sidecar)` 제작소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저렴한 대중차였던 `오스틴 7`의 섀시에 벤틀리와 유사한 스타일의 차체를 얹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회사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였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는 현재의 사명으로 바꾸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재규어는 2차대전 이후, 그들이 재규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시절부터 ‘아름다운 고성능’을 추구해 왔다. 재규어는 유려한 스타일과 우수한 성능을 갖춘 스포츠카였던 `XK시리즈`와 오늘날 재규어 세단들의 효시가 되는 고성능 세단인 Mk.I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모터스포츠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자사 자동차들의 뛰어난 성능을 알리는 일에도 힘썼다. 스포츠카 XK시리즈는 이후 르망24시를 휩쓴 재규어의 전설적인 경주차인 C-타입과 D-타입의 모태가 되었고 재규어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E-타입으로 발전해 나갔다.


 

재규어의 모터스포츠 활동은 르망24시 레이스가 중심이었다. 전설적인 경주차 C-타입과 D-타입이 바로 르망 레이스를 위해 태어난 차들이었다. 그리고 재규어는 그 혈통과 경험에서 비롯된 기술로 고성능의 스포츠카를 만들기 시작했다. 재규어의 슈퍼카로는 90년대에 등장한 ‘XJ220’이 유명하다. 하지만 XJ220이 재규어 최초의 슈퍼카는 아니다. 재규어 XJ220이 등장하기 이전인 1990년, 재규어는 이미 르망24시 레이스의 혈통을 이어 받은 슈퍼카를 이미 선보인 바 있다. 그 차의 이름은 XJR-15다.


르망24시 레이스 혈통을 이어 받은 재규어의 첫 미드엔진 슈퍼카

재규어 XJR-15는 재규어가 출시한 스포츠카들 중에서 현대적인 의미에 슈퍼카에 부합하는 첫 차라고 할 수 있다. 이 차는 리어 미드십 레이아웃과 V12엔진을 채용하고 있으며, 레이스에서 사용된 각종 기술들이 총동원되었다. 사실 이 차는 1988년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우승을 거머 쥔 재규어의 경주차 ‘XJR-9’을 일반도로용으로 옮겨 온다는 발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재규어는 이 차를 소수의 모터스포츠 마니아를 대상으로 판매할 계획이었다.


 

이 차들은 재규어와 그들의 모터스포츠 파트너였던 ‘톰 워킨쇼 레이싱(Tom Walkinshaw Racing, 이하 TWR)’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TWR은 재규어가 브리티시 레일랜드(British Leyland Mortor Company)에 소속되어 있었던 1980년대부터 모터스포츠 부문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온 모터스포츠 팀으로, BMW, 마쯔다, 닛산 등과도 파트너로서 활동했다. 이들은 섀시 설계는 물론, 엔진 설계도 일가견이 있어, 후일 맥라렌(McLaren) MP4-12C에 탑재되는 M838T 엔진의 원형을 설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도로에 경주용 자동차를 그대로 옮겨올 수는 없었다. 경주차는 자동차 자체의 구조강도와 공기역학적 특성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실내가 좁은 것은 물론, 좌석의 위치와 차체 구조에 따른 시야 확보 등의 문제를 안게 된다. 재규어와 TWR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실내 공간을 넓히는 작업을 진행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XJR-15는 원형이 되는 XJR-9 경주차에 비해 실내 폭이 3인치(약 75mm)가량 넓어졌고 높이는 1.6인치(약 40mm) 높아졌다. 그리고 그 외에도 영국 내의 법규에 대응하는 각종 장비들을 새로이 설치했다.


 
 

재규어 XJR-15의 외관은 당시에나 지금이나 그야말로 슈퍼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낮다 깔리다 못해 납작하게 주저 앉은 느낌마저 주는 차체에 운전석만 볼록하게 솟아 올라 있는 XJR-15의 외관은 그야말로 일반도로로 뛰쳐나온 경주차 그 자체였다. 전장은 4.8m에 전폭은 1.9m나 되지만, 전고는 1.1m에 불과했다. 이러한 경주차 스타일에 충실한 외관 디자인은 XJR-15의 후신인 XJ220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실내는 그냥 경주용 자동차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실내는 전용의 카본-케블라 합성소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며, 전용의 버킷시트, 대시보드, 심지어 계기반에 이르기까지 몽땅 카본 파이버로 이루어져 있었다. 잡다한 편의장비 따위는 ‘도로로 나온 경주차’라는 컨셉을 가진 XJR-15에게 있어서는 단순히 중량만 늘리는 짐덩이에 불과했다. 좌측통행인 영국에서 만들어진 차이기 때문에 운전석의 위치가 우리와는 반대이지만 기어레버는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차를 시동하려면 토글 스위치를 통해 점화장치, 인젝터, 펌프를 차례로 가동시킨 다음에 시동을 거는 경주차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재규어 XJR-15의 심장은 재규어의 6.0리터 V형 12기통 엔진이다. 이 엔진은 기통 당 2밸브를 사용하는 엔진으로, 실린더 블록과 헤드(연소실)는 알루미늄을 사용했으며 피스톤은 코즈워스(Cosworth)의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실린더 보어(내경)는 87mm에 스트로크(행정 길이)는 84mm에 불과한 숏스트로크 엔진이었다. 압축비는 11.0:1에, 전자제어식 연료분사 시스템과 전자식 스로틀 유닛을 장비한 엔진이었다. 이 엔진의 최고출력은 450마력에 달했으며, 최대토크는 58.0kg.m였다.


엔진의 모든 출력과 토크는 싱크로나이저가 없는 TWR의 6단 수동변속기를 통해 전달되었다. 물론, 재규어 XJR-15는 일반도로용 자동차인만큼, 운전의 편의를 위해 싱크로나이저가 포함된 5단 수동변속기를 선택사양으로 고를 수 있도록 했다. 450마력의 V12 심장을 리어 미드십으로 얹은 재규어 XJR-15는 정지 상태에서 60mph(약 96km/h)까지 가속하는데 3.9초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최고속도는 191mph(약 307km/h)에 달했다.


재규어 XJR-15의 450마력 엔진은 700마력 이상을 우습게 넘나드는 오늘날의 슈퍼카들에 비하면 상당히 부족한 출력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강력한 성능을 뽐낼 수 있었던 것은 경주차에 기반한 가벼우면서도 강건한 차체구조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재규어 XJR-15의 섀시와 차체는 카본 파이버와 케블라 섬유의 혼합물을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이러한 소재를 양산차에 사용한 것은 재규어 XJR-15가 최초다. 이는 비슷한 방식의 소재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맥라렌 F1보다 3년이나 빠른 것이었다. 카본 파이버와 케블라 합섬소재를 사용한 가볍고도 강건한 차체 덕분에 재규어 XJR-15의 중량은 1,050kg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 엔진 무게만 299kg이니 차체 중량은 800kg도 되지 않는 셈이다. 서스펜션은 완전 독립식이며, 경주용 자동차에 사용되는 가로배치 푸시로드식 서스펜션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브레이크는 강철 디스크와 AP 레이싱의 4ㅍ포트 캘리퍼를 사용했다.


재규어 XJR-15는 언론 공개는 1990년 11월에 이루어졌으나 정식 공개는 그 다음해인 1991년, 영국 모터스포츠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실버스톤 서킷에서 이루어졌다. 재규어 XJR-15는 1990년부터 TWR의 자회사인 재규어 스포츠(Jaguar Sport)의 공장에서 이루어졌다. XJR-15의 생산은 2년동안만 이루어졌으며, 총 53대가 생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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